하이 윈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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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탄생시킨 탐정 필립 말로는 그만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으로 하드 보일드 탐정의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우수에 찬 눈빛, 시니컬한 말투,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고 맡은 사건은 끝까지 책임을 지려는 거구의 탐정 이미지는 수많은 탐정 소설과 영화에 차용되어 재생산 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졌지만 필립 말로의 탐정 이미지는 탐정 캐릭터 속에 그의 이미지가 담기게 된다. 남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이미지는 남자 독자들에게는 마초적인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 올 것이고, 여자 독자들에게는 마초적인 겉모습 속에 감추어져 있다가 작은 행동에서 나오는 배려 심에 감동하게 된다. 그러나 필립 말로는 영웅이 아니다. 그는 직업을 사립탐정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고 의뢰인이 선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맡게 되면 최선을 다하고 사건 해결을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다만 그가 정한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고 결코 의뢰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배짱과 소신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하이 윈도'는 1942년에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 시리즈 중 세 번째 소설이다. 발표된 지 거의 70년이 지난 소설이라는 게 놀랍다. 물론 책 속에서 나오는 많은 배경과 관습들은 변했지만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추악하고 위선적인 모습은 결코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불쌍하고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자의 증세를 철저히 이용하고 가족들 모두를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괴팍한 머독부인의 의뢰로 '하이 윈도'는 시작된다. 그녀는 맘에 안 들던 며느리가 남편이 남긴 희귀한 금화 브라셔 더블룬을 훔쳐 달아났으니, 그 금화를 찾고 아들과 이혼시키고 싶다는 의뢰였다. 필립 말로는 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난 사실보다 숨겨진 추악하고 비열한 협박과 폭력이 있음을 알게 되고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진실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는 결코 상대를 섣불리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시니컬한 말투로 '진실'을 전할 뿐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문체는 솔직히 쉽게 읽히는 문체는 아니다. 숨겨진 의미도 많고 그래서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는 순간,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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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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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전화로 시작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의 사와자키 탐정은 영문도 모른 채 휘말리게 되면서 시작된다. 남자처럼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건 여자는 행방을 알 수 없는 가족문제로 상담하고 싶으니, 마카베 오사무라는 사람 집으로 와 주었으면 한다는 전화였다. 단순 가족문제 상담일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천재 소녀 바이올리니스트의 유괴 사건에 깊게 관여하게 되면서 유괴범과 사와자키 탐정의 두뇌싸움과 심리전은 시작된다. 경찰의 개입과 유괴범 사이에서 사와자키 탐정은 이중의 의심을 받게 유괴된 소녀 사야카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사와자키와 경찰들은 유괴범의 요구에 휘말리게 되고 사건은 예상보다 더 복잡하고 치밀한 각본에 의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일본 거장 하라 료의 소설은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성향과 동양적인 색채를 가미한 추리소설이다. 다소 거칠고  무뚝뚝한 탐정인 사와자키를 등장시켜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형 탐정의 유형을 보여준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고 맡은 사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끈질기게 해결하고자하는 근성 있는 사와자키 탐정은 가장 매력 있는 캐릭터이며 독자로 하여금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준다. 또한 앙숙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믿고 있는 신주쿠 경찰서의 니시고리 경부와 주고받는 대화는 그들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감칠 맛 나는 대사들이어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내가 죽인 소녀'는 한 가지의 진실을 덮고자 했을 때, 그 다음 번에는 또 다른 거짓말로 포장을 해야 하고 결국 거짓말이 진실처럼 되어 버리는 사건을 보여 준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과 존재감 상실로 인한 마음의 고통은 강한 존재감을 지닌 소녀로 인해 더욱 부각되며 주변 인물들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할 최악의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사건은 전개 될수록 점차적으로 사와자키와 유괴범과의 심리전, 사와자키를 의심하면서도 공조 수사에 참여하는 경찰관들과의 껄끄러운 관계, 니시고리 경부와 복잡한 인연 속에 생긴 신뢰, 유괴된 천재 소녀 바이올리니스트 사아카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가족과 주변 인물들 간의 사연을 중심으로 사건 자체를 미궁 속으로 빠뜨리게 되고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탄탄한 스토리와 무심해보이지만 신뢰감은 백퍼센트 주는 주인공 사와자키의 조합은 '내가 죽인 소녀'를 돋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작가 하라 료의 소설이라면, 사와자키 탐정이 등장한다면 또 다시 밤새워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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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북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영희 옮김 / 끌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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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란 지브코비치의 소설은 몇 해 전에 읽은 '책 죽이기'에 이어 두 번째로 읽게 되었다. 전작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보고서야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스타일이 달라졌다. '더 라스트 북'에서는 스릴러적이고 로맨틱해졌고 좀 더 대중적이다. 

평범한 서점 '파피루스'에서 갑자기 노인 한 명이 죽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문학을 전공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데얀 형사가 출동하게 되고, 그곳에서 미모의 주인 베라를 만나게 된다. 노인의 사인은 부검결과 심장마비로 밝혀지고 데얀 형사와 베라는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곧이어 두 명의 손님들이 서점 '파피루스'에서 죽음을 맞게 되면서 데얀 형사는 예사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되고 수사를 시작한다. 세 명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그들 모두 죽기 직전에 어느 한 책을 읽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책의 행방을 찾게 된다. 사건이 커지자 결국 국가 안보국의 개입하게 되고 테러에 대한 의심, 비밀교단에 얽힌 종말론, 미모의 주인과 친구들, 기이한 행동을 하는 손님들(환자), 찻집주인 등 모두를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책을 펼치고 읽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 '최후의 책'은 존재하는 가, 존재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죽음에 이르게 하는가, 데얀 형사를 비롯한 인물들이 끊임없이 꾸는 악몽의 실체는 무엇인가, '최후의 책'이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읽고자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갖게 한다. 또한 누가 범인일까? 서점에서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환자' 중에 있을까? 아님 모든 사건이 일어난 서점의 미모의 여주인일까, 아님 문학을 전공한 형사 데얀일까? 하는 나름의 추리를 하게 한다.  

작가는 한국어 출간 기념 글에서 이야기한다. '만약 이 책의 마지막 단원인 제 40장을 읽기 전에, 이 메타픽셔널 스릴러의 중심에서 열쇠의 핵심을 쥐고 있는 인물이 누군 인지 눈치 챘다면 당신은 정말 대단한 독자입니다.' (9쪽) 라고 말이다. 그래서 더 열의를 갖고 읽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이 사건의 중심이 되는 '최후의 책'은 무엇일까? 존재는 하는 것일까? 하는 많은 생각을 갖고 읽었기에 제 33장에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완벽하게 맞춘 것은 아니지만 엇 비슷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읽어 나가면서  어느 장에서 짐작할 수 있을지, 열의를 갖고 한국 독자의 추리력을 발휘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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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오브 더 북
제럴딘 브룩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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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키고자 했던 책'사라예보 하가다' 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많은 사연이 담긴 이야기를 오백여 년에 걸쳐 풀어내고 있다. 종교를 넘어, 사상을 넘어 보호하고 보존해야만 했던 '책'에 관한 이야기는 가슴뛰는 감동을 준다. 여주인공 서적보존 전문가 해나 히스 박사의 직업을 통해 생소했던 서적보존에 대한 연구와 과정을 엿볼 수 있고 책이 보편화되기 이전에 한 권의 귀한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는지 알게 해준다.  

시드니에 살고 있는 해나 히스 박사는  이스라엘의 고문서 학자 아미타이로부터 전화를 받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UN의 공식 초청으로 보스니아로 날아가게 된다. 그 임무는 1992년 보스니아 내전 중 유실되었던 '사라예보 하가다' 가 발견되었으니 그 책의 상태를 분석하고 보존 작업을 해달라는 것이다. 해나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생각하고 '사라예보 하가다'의 보존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급박한 상황에서 '사라예보 하가다'를 구해낸 국립박물관 도서관장이자 보스니아 국립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있는 오즈렌 카라만 박사를 만나게 되고 해나는 공통된 관심사와 함께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연인이 된다. 하지만 후에 오즈렌은 해나에게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고 그들의 관계는 운명의 책 '사라예보 하가다'와 같이 세월 속에 묻히게 된다. 

해나는 '사라예보 하가다'를 연구할수록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책이 주는 정보와 흔적에 혼란을 갖게 되고 동요를 느끼게 된다. 바인딩 사이에서 발견된 나비 날개, 소금의 흔적, 와인을 흘린 흔적, 유월절 저녁 식사 장면에는 샛노란 옷을 입은 흑인 여인의 그림을 통해 해나는 책이 간직한 오백여 년의 시간을 담긴 사연을 추적하고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평화적으로 공존한 15세기 스페인 콘비벤시아 시절에서 시작된 '사라예보 하가다'의 역사를 1990년대의 보스니아에서 거슬러 올라가 위대한 책을 만들어 낸 위대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책'의 역사는 실로 감동적이다. 특히 종교를 넘어선 그들의 열정과 신념은 인류의 문화유산에 대한 긍지를 느끼게 해준다. 이 작품 '피를 오브 더 북'은 작가가 14세기 스페인에서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실존하는 유대교 경전에 관한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자료와 역사적인 사실, 전문적인 직업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 권의 '책'에 얽힌 사람들의 열정, 욕망, 아픔이 느껴지는 사연이 가득한 책 '사라예보 하가다'였다. 치밀하게 짜여 진 스토리와 매력적인 주인공들은 '피플 오브 더 북'을 빛나게 하고 그 책을 읽은 나로 하여금 흐뭇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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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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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아직 닫혀있는데' 는 처음부터 범인을 밝히고 그의 치밀한 범행현장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사전 연습을 거듭해서 만들어낸 살인현장과 사건이 일어난 후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 반응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염두에 둔 범인의 모습과 탐정 역할을 맡게 되는 사람과의 심리전이 서서히 시작되는 도서 미스터리이다. 범행을 초반에 묘사해서 집중도를 높이고 해결과정을 보여주는 미스터리의 한 방식이라고 한다.  

대학 경음악부 '알코올중독분과회'의 멤버로 술을 좋아해서 친하게 된 대학 동창들이 오래간만에 동창회를 회장격인 안도의 형의 고급 펜션에서 갖게 되고 범인인 후시미, 피해자 니이야마, 안도, 이시마루, 사쓰키, 레이코, 탐정역할을 하는 레이코의 여동생 유카가 함께 한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후시미는 아끼는 후배 니이야마를 살해할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그의 의사를 마지막으로 묻게 되고 그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된 후시미는 실행을 결심하게 된다. 흡연자인 니이야마와 흡연자였던 후시미만 따로 떨어진 별채를 사용하게 되고 남은 다섯 명은 안채를 사용하게 된다. 후시미는 니이야마의 행실이 변하지 않았음에 실망을 하고 비염인 그를 수면 유도제와 비염 약으로 유인하여 깊은 잠을 빠지게 한 후 일을 저지르게 된다. 역사가 깃든 집에 무리해서 손을 대고 싶지 않았던 안도의 형은 펜션으로 바꾸면서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도어 스토퍼를 두었고 후시미는 니이야마가 죽은 방을 밀실로 만들기 위해서 도어 스토퍼를 사용하여 그를 밀실 속에 가두고 나오게 되면서 친구들과 유카를 대상으로 치열한 심리전을 펼치게 된다.  

그의 범행은 완전범죄가 될 것인가는 유카가 그의 범행의 허점을 발견하게 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게 된다. 그리고 진짜 소설의 재미는 범행의 실행된 후 벌어지는 예전 연인이 될 뻔 했었던 후시미와 유카의 두뇌싸움에 달렸고 유카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상대라는 데 있다. 피해자 니이야마가 약에 취해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고 믿게 하고 싶은 후시미와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후시미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유카와의 심리전은 주변 인물들의 반응과 함께 사건 전체를 이끌어 가면서 재미를 더 해 주고 후시미가 아끼던 후배 니이야마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그만의 이유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 이유는 사람들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논란을 예고한다.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은 국내 처음 소개되는 거라고 하는 데, 기대가 되는 작가이다. 초반에 범인과 범행을 알고 시작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맥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는 범인과 탐정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을 잘 대치시키면서 아슬아슬하게 끌고 가서 마지막 장면까지 즐겁게 해준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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