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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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그래서 사실 중간쯤에 그만 읽고 싶기도 했었다. 천지의 아픔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했고 아이들의 악의 없는 호응에 진짜 악의적인 행동까지 망설이지 않고 저질렀던 화연이가 미워서 속이 상해 울었고 천지의 고통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엄마와 언니 만지의 슬픔이 느껴져 울었다.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만한데 어찌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느냐고 묻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천지가 하루하루를 겪었을 마음 고생을 생각하니, 참고 견디라고만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무섭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하루를 거의 학교에서 지내다시피해야 하는데, 믿고 의지해야 할 친구들이 적이 되어 다가 온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버티라고만 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막막해서 한숨이 나왔고 어떤 뚜렷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아직도 수많은 천지가 학교 외진 곳에서 마음을 다치고 또 다치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숨이 답답해져온다. 

열네 살 평범한 소녀라고 믿었던 천지가 어느 날 갑자기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얌전하고 말이 없던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충격이었던 언니 만지는 동생의 학교생활을 역 추적하면서 천지의 단짝이라고 생각했던 화연이가 근래 몇 년 동안 천지를 지능적으로 괴롭혀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악하게 된다. 그저 말이 없고 꼼꼼했던 동생이라고만 생각했었던 천지가 때론 귀찮기도 해서 무심히 대했던 만지는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자신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천지가 야속하기도 하고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자신에게 크나큰 슬픔을 느끼게 된다. 엄마와 만지는 우연히 천지가 남긴 다섯 개의 붉은 색 털실뭉치에 적힌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다섯 개의 털실 뭉치가 있음을 알게 되고 찾아 나서게 된다. 화연 역시 죄책감과 친구들의 싸늘한 시선과 비난에 방황하게 되고 마음의 길을 잃게 된다. 천지가 남긴 단서를 찾아 천지의 심리 상태와 생활을 이제야 퍼즐 맞추듯이 알게 된 만지는 천지의 고통을 깨닫게 되고 우아한 거짓말 속에 감추어진 슬픔 진실을 깨닫게 된다. 

'우아한 거짓말'은 너무나 빨리 떠나 버린 열네 살 소녀의 자살로 인해 삶 속에 감추어진 우아한 거짓말들과 우아한 거짓말 속에 너무나 깊게 감추어진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저 무심하게 보고 지나쳤던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빨리 알아주지 못했던 우리들에게 전하는 슬픈 이야기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몰입을 돕고 아이들의 방황과 마음 상태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작가의 전작 '완득이'에서 희망을 보았다면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아픔을 느꼈다. 천지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했고 미처 알지 못해서 더 미안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한 가지 붉은 털실뭉치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천지가 남긴 이야기들과 만지와 화연이가 새롭게 시작할 현재와 미래가 그리 어둡다고만은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따뜻한 안부를 묻고 안색을 살피는 일부터 시작한다면 마음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무모한 기대와 희망을 걸게 한다. 많이 울고 가슴 아팠지만 마음의 끈을 결코 놓고 싶지 않게 만들었던 '우아한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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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 송
질 르루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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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픽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물들의 모습이 겹쳐져 보일 수밖에 없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실제 인물들인 당대 최고의 소설가로 불리는 F.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영원한 뮤즈 아내 젤다 세이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며 그들의 삶을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의 모습은 겹쳐 보이고 또 동시에 소설 속 먼 그 곳의 삶을 사는 종이인형처럼 보인다. 

피츠제럴드는 소설가의 야망을 지닌 멋진 청년이었고 그의 뮤즈 젤다 세이어는 남부 명문가문 출신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와 그녀는 20년대를 주름잡던 멋진 커플이었고 최초의 셀러브리티였다. 최고의 인기와 스캔들로 시대를 풍미했고 그들의 멋지고 화려한 시대는 최고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들이 누리던 모든 화려한 모습 뒤에는 빛과 그림자처럼 우울함과 냉대, 질투심, 경쟁심으로 인한 어둠이 있었고 그들은 최고점에서 점차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피츠제럴드는 알코올 중독자로 젤다는 정신병으로 함께 파국의 길을 걷게 된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몰락은 성공의 정점 뒤에 찾아 왔기에 더 큰 시련을 다가왔고 그들의 관계 또한 흔들리게 된다.  

젤다는 열정을 가슴에 품은 멋진 여성이었음에도 지금까지도 그녀의 진가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피츠제럴드의 영감을 주는 뮤즈로서만 인정받고 있고 있으며 그를 궁지에 몰고 간 여성으로 남게 되었다. 후대에 와서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은 복권되어 널리 사랑받고 있는 점에 비하면 그녀의 삶은 아직까지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부분에 작가는 촛점을 맞추고 젤다 세이어를 세상에 다시 소개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 있었던 '진실'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둘은 함께 했기에 그 누구보다도 더 빛났고 화려했던 별들이었다. 또한 그 둘은 함께였기에 지독한 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읽다보면 금발 머리의 남부 명문가의 딸이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 젤다 세이어를 알고 있다면 단박에 알 수 있으리만큼 여러 작품 속에 젤다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과연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의 삶을 소설 속에, 감추고 싶은 치부를 이야기 속에 등장시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일을 말이다. 아마도 젤다였기에 버티었고 젤다였기에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라 갈수 있게 만들었고 그녀였기에 파멸의 길을 함께 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앨라배마 송'은 작가가 강조했다시피 픽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숨겨진 삶을 들여다 본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진다. 결코 인정받지 못했던 그래서 자신만의 세계로 숨을 수밖에 없었던 젤다 세이어 모습에서, 거의 모든 작품 속 뮤즈로 아내 젤다를 등장시킴로서 그녀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지만 어딘가 어설프고 냉혹한 면을 지닌 모습을 본 것 같아 씁쓸했다. 천재 작가 뒤에서 뮤즈로만 남아야 했고 말년에는 그를 궁지에 몬 여자로 낙인 찍혔던 여자 젤다 세이어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들의 삶을 다룬 소설 '앨라배마 송'은 지독히도 아름답고 지독히도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세월에 가려진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당대를 뒤흔들었던 그들의 삶에 조금은 늦은 그래서 슬픈 찬사를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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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보거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데샹보 거리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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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몇 권의 보물 같은 책들을 발견해서 내심 행복해 있는 와중에 작가 가브리엘 루아의 '데샹보 거리'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읽기 전에는 제목만 보고 작가에 대한 빈약한 정보만으로 섣부른 선입견을 가지며 심각한 이야기를 지루하게 하는 소설일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첫 장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러한 모든 말도 안 되는 선입견은 저 멀리 사라지고 완전 반해버렸다. 작가가 들려주는 유년시절의 이야기는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었고 많은 공감을 하게 하며 나에게 가장 큰 보물같은 책이 되었다.

대가족 속에서 자란 작가는 캐나다 매니토바 주 위니펙 근교의 작은 거리에서 지낸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18편의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그저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어린 소녀의 시선에서 십대 소녀의 시선으로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에 대해 추억하고 지금의 나를 되돌아본다. 병약했던 늦둥이 막내였던 주인공은 다 큰 형제들과의 추억과 항상 자신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던 꿈 많고 모험심 가득했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그날의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일터에서는 활기찼던 아버지였지만 집 안에서는 막중한 책임감에 눌러 우울해하셨던 아버지, 사랑을 향해, 주님을 향해 떠나야만 했던 자매들에 대한 기억과 소소한 이야기들은 많은 공감과 함께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18편의 주옥같은 에피소드 중에 가장 많이 웃고 기억에 남았던 일화는 '노란 리본 자락'과 ' 집 나온 여자들'이었다. '노란 리본 자락'은 집 안에 공주였던 언니 오데트 언니와의 추억이다. 원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 오빠들은 조금은 우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좋은 것은 혼자 다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이다. 주인공 역시 언니가 출입을 금지시켰던 언니의 방과 보물 상자는 큰 매혹의 대상이 된다. 그러던 중 언니의 서랍에서 조금 삐죽 나와 있던 노란 리본 자락은 화자에게 황홀 그 자체가 되고 욕망의 대상이 된다. 언니에게 그 노란 리본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내보이지만 언니는 모른 척하며 오히려 방을 뒤진 것이 아니냐는 억울한 누명을 안겨 준다. 하지만 얼마 후 공주였던 언니가 주님을 모시기 위해 수녀원으로 떠나게 된다. 이별의 순간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도 주인공 꼬마 소녀는 언니에게 끝까지 자신의 소망을 말한다. "데데트....... 데데트....... 언니 노란 리본 있잖아....... 언니가 괜찮다면......." 하면서 말이다. 그 장면에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찔려하면서도 즐거웠다.  

나 역시 오빠 둘과 나이 차이가 좀 나는 막내이자 외동딸인지라 오빠들의 숱한 장난과 심부름을 도맡아서 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특히 작은 오빠가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고 가끔 내가 눈물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심하게 치기도 했다. 그러면 억울한 나는 당연 아빠가 퇴근하시는 시간에 맞춰서 눈물 연기를 한바탕 할 준비를 한다. 그 모습을 눈치 챈 오빠는 아빠의 야단과 나의 오랜 눈물 연기가 두려워 막판 회유작전을 썼다. "너 뭐 갖고 싶은데?" 하고 말이다. 그럼 훌쩍거리며 그 동안 눈여겨보던 오빠 물건 중 하나를 고른다. "새로 산 파란 샤프, 나 줘" 하면서 말이다. 그럼 분해하는 표정과 에잇! 하는 심정이 담뿍 담긴 채 그 샤프를 나에게 쥐어 주었다. 울지 말라고.......

'집 나온 여자들'은 소녀의 감성과 모험에 대한 갈망 가득했던 작가의 엄마에 대한 추억이다. 읽으면서 작가의 풍부한 감성과 따뜻하고 포근한 문체는 엄마와 닮은꼴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공무원에게 시집 와 캐나다 오지나 마찬가지인 '데샹보 거리'에 거주하게 되고 많은 자녀들을 키워가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마음에 품어왔던 소망과 꿈들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모험만은 작은 불씨처럼 마음속에 갖고 있던 엄마는 막내딸과 함께 짧은 모험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저 엄마로만 바라보았던 엄마 역시 꿈많던 소녀였고 여인이었음을 종종 잊게 된다. 엄마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나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된 시기에 읽어서인지 더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해졌다.  

그 밖에도 모든 이야기들이 따뜻한 온기가 가득하고 어린 시절 사물을 보며 혼자 상상했던 재미난 이야기와 소녀가 성장하여 밥벌이를 하기 위해 나서는 장면까지 한 편, 한 편이 다 주옥같다.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큰 선물을 받은 것만 같은 '데샹보 거리'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너무나 멋진 작가를 만나게 되어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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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가족>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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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은 인간과 텐구, 너구리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더구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너구리 가족의 삼남 너구리이다. 너구리계에서 위대하고 유명했던 아버지 너구리가 인간들에 의해 냄비 너구리가 된 채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형제 4 명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형제 중 그 누구도 위대했던 아버지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듯한 면모를 지닌다. 첫째 형은 책임감 강하고 신중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약해지는 면을 지녔고 둘째 형은 모든 면에서 소극적이고 제대로 마치지 못한 성격을 지녔는데, 급기야 너구리에서 개구리로 변신하여 우물 속에서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주인공인 셋째는 매사에 심각한 것 없고 놀고만 싶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너구리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변신에 재능을 지닌 인물이다. 막내 너구리는 아직 어리고 매사에 실수가 많은 소년 너구리이다. 그들은 급작스런 아버지의 부재로 제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하게 되고 아버지의 적인 삼촌 너구리 집안의 공격을 받게 되면서 아버지의 의문 투성이었던 죽음에 대해 알게 된다. 부실해 보이기만 했던 형제들이 어떻게 어머니를 중심으로 단합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교토 명문가 너구리 가문의 이야기를 그들의 괴짜 스승인 텐구 아카다마와 스승이 사모하여 텐구로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했던 인간 여성 벤텐을 통해 유쾌하고 통쾌한 이야기들을 판타지로 만들고 있다. 인간 여성 벤텐에게 배신당한 채 위엄있던 텐구 자리에서 물러나 초라하게 살고 있는 아카다마 스승과 위대했던 스승에게 훈련받아 텐구보다 더 텐구다움을 얻게 된 인간 여성 벤텐의 애증의 관계도 흥미롭다. 아버지의 바보의 피를 이어받은 네 명의 형제들의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고 히키코모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작은 형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통해서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즐거운 이야기이다. 

작가의 전작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읽은 교토 너구리 판타지 이야기는 쉽게 읽히고 재미있었다. 일본에서 너구리에 대한 애정은 애니메이션에서도 잘 나타난다. 유독 착하지만 말썽꾸러기인 변신에 귀재인 너구리에 대한 캐릭터는 익히 친숙하게 다가온다. '유정천 가족'에서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형제들이 기울어져 가는 가문에 대한 책임감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처하는 모습 등은 따뜻한 감동을 준다. 또한 텐구보다 더 지독하게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 여성 벤텐의 모습에서는 섬뜩함과 동시에 슬픔이 느껴져 이야기의 흥미를 더 해준다. 깊어가는 밤에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교토 너구리 판타지 이야기이다. 읽는 동안 따뜻한 마음과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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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리 아셰트클래식 1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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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쥘 베른의 '해저 2 만리'를 완역판으로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 만만치 않은 분량이어서 사실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읽어나가는 순간 주인공들과 함께 한 해저 2만리는 정말 근사했다. 더구나 백여 년 전에 작가가 상상했던 해저의 모든 것은 놀랍고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 초에 돌아가신 작가 쥘 베른의 놀랍고 대단한 상상력의 세계는 단숨에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해저 2 만리'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쥘 베른의 작품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해서 '80일 간의 세계 일주'. '15소년 표류기'를 읽고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기도 했다. 그가 들려 준 세계 일주에 대한 꿈을 키워준 '80일 간의 세계일주'에서 가슴 떨리는 모험을 했었다면 개인적으로 너무 감탄스럽고 놀라운 긴장감을 주었던 소설로는 '15소년 표류기'가 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내용은 가물하지만 내가 너무 좋아했던 청소년 소설이었기에 작가가 쥘 베른이었다는 사실에 행복해지면서 읽었을 당시의 기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생각이 나서 반가웠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작가가 누구인지 보다는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느냐에 더 관심을 두던 시기였고 그래서 그 생생했던 15소년의 표류기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런 후 '해저 2 만리'를 읽기는 했었는데, 아동용으로 읽어서인지 지금 읽은 '해저 2 만리'의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저 묘한 인물인 네모 선장의 놀라운 잠수함 정도로만 기억이 났었다. 하지만 내가 그저 그런 기억으로 갖고 있던 '해저 2 만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완역판을 통해서 알 있었다. 

'해저 2 만리'는 1866년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괴 생명체인 바다 괴물에 대한 피해 보고가 속속 들려 면서 바다 괴물에 대한 높은 관심과 흥분이 파다하던 시기부터 시작된다. 프랑스의 유명 박물학 박사 피엘 아로낙스는 괴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미국 정부의 원정대에 초청을 받아 하인 콩세유, 고래잡이의 명수 네드 랜드가 원정대에 참가하게 된다. 바다 괴물을 제일 먼저 발견하는 사람에게 높은 상금이 걸려 있는 시점이라 모든 참가자들은 광기에 가까운  흥분을 느끼며 바다 괴물의 출현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쉽게 나타지 않고 성과를 올리지 못한 참가자들은 모두 극도의 흥분과 희망적인 관심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바뀌게 될 즈음에 마침내 괴 생명체는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모두가 기다렸던 바다 괴물의 모습과는 어딘가 모르게 다름을 느끼고 혼란에 빠지게 되고 오히려 괴 생명체의 공격을 받고 아로낙스 박사, 콩세유, 네드 랜드는 바다에 빠지게 되고 괴 생명체의 구조를 받아 생명을 구하게 된다. 

바다 괴 생명체로만 알고 있었던 것은 초현대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잠수함 '노틸러스 호'임을 알게 되고 묘령의 사나이 네모 선장을 만나게 된다. 선장과 선원들은 아로낙스 박사 일행이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전하고 네모 선장의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존재임이 드러난다. 네모 선장은 육지 세계와 단절한 채 해저 세계를 탐험하는 은둔자이며 육지 세계에 대한 강한 불심과 거부감을 나타낸다. 과학적인 연구에 목말라 있던 아로낙스 박사는 네모 선장의 해저 탐험에 동참하게 되고 놀랍고 신비한 해저 탐험은 시작된다.  

'해저 2 만리는 상상했던 그 이상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고 아직까지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해저에 대한 상상력은 현실감을 뛰어넘어 매력적인 모험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네모 선장을 통해 작가 쥘 베른이 예측했던 미래의 인간들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자연 유산을 함부로 사용하여 자연파괴를 일삼고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동물들을 망설임 없이 죽여 멸종위기에 놓이기 하는 인간의 잔혹성은 부끄러울 뿐이다.

초현대 과학 기술의 결정체로 만들어진 '노틸러스 호'에 탑승하게 된 세 사람과 네모 선장을 통해 그들의 관계를 느낄 수 있어 밀폐된 공간에서의 긴장감을 드높게 한다. 과학적 연구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던 아로낙스 박사는 네모 선장에게 공감을 느끼며 쉽게 적응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바다의 사나이인 사냥꾼 네드는 결국 포로 신세인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탈출의 기회만 노리고 네모 선장과 반목하게 된다. 알 수 없는 과거를 지닌 네모 선장의 묘한 언행에서 점차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결국 지독한 그의 복수심을 알게 된 아로낙스 박사와 일행은 탈출을 강행하게 된다. 개인적인 복수에 광기를 보이는 네모 선장을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느냐와 목숨을 구해주고 상상도 못했던 놀라운 해저 경험을 갖게 해준 네모 선장에 대한 아로낙스 박사의 심경과 갈등이 잘 표현되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방대한 분량의 완역판과 내용의 이해를 돕는 생생한 일러스트는 책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한다. 처음엔 읽고 조카를 줄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살짝 바뀌어 소장하고 싶고 마음이 답답해질 때마다 꺼내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만드는 책이다. 오랜만에 작가 쥘 베른을 만나 즐거웠던 3일 동안의 책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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