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송
질 르루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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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픽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물들의 모습이 겹쳐져 보일 수밖에 없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실제 인물들인 당대 최고의 소설가로 불리는 F.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영원한 뮤즈 아내 젤다 세이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며 그들의 삶을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의 모습은 겹쳐 보이고 또 동시에 소설 속 먼 그 곳의 삶을 사는 종이인형처럼 보인다. 

피츠제럴드는 소설가의 야망을 지닌 멋진 청년이었고 그의 뮤즈 젤다 세이어는 남부 명문가문 출신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와 그녀는 20년대를 주름잡던 멋진 커플이었고 최초의 셀러브리티였다. 최고의 인기와 스캔들로 시대를 풍미했고 그들의 멋지고 화려한 시대는 최고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들이 누리던 모든 화려한 모습 뒤에는 빛과 그림자처럼 우울함과 냉대, 질투심, 경쟁심으로 인한 어둠이 있었고 그들은 최고점에서 점차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피츠제럴드는 알코올 중독자로 젤다는 정신병으로 함께 파국의 길을 걷게 된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몰락은 성공의 정점 뒤에 찾아 왔기에 더 큰 시련을 다가왔고 그들의 관계 또한 흔들리게 된다.  

젤다는 열정을 가슴에 품은 멋진 여성이었음에도 지금까지도 그녀의 진가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피츠제럴드의 영감을 주는 뮤즈로서만 인정받고 있고 있으며 그를 궁지에 몰고 간 여성으로 남게 되었다. 후대에 와서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은 복권되어 널리 사랑받고 있는 점에 비하면 그녀의 삶은 아직까지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부분에 작가는 촛점을 맞추고 젤다 세이어를 세상에 다시 소개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 있었던 '진실'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둘은 함께 했기에 그 누구보다도 더 빛났고 화려했던 별들이었다. 또한 그 둘은 함께였기에 지독한 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읽다보면 금발 머리의 남부 명문가의 딸이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 젤다 세이어를 알고 있다면 단박에 알 수 있으리만큼 여러 작품 속에 젤다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과연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의 삶을 소설 속에, 감추고 싶은 치부를 이야기 속에 등장시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일을 말이다. 아마도 젤다였기에 버티었고 젤다였기에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라 갈수 있게 만들었고 그녀였기에 파멸의 길을 함께 간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앨라배마 송'은 작가가 강조했다시피 픽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숨겨진 삶을 들여다 본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진다. 결코 인정받지 못했던 그래서 자신만의 세계로 숨을 수밖에 없었던 젤다 세이어 모습에서, 거의 모든 작품 속 뮤즈로 아내 젤다를 등장시킴로서 그녀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지만 어딘가 어설프고 냉혹한 면을 지닌 모습을 본 것 같아 씁쓸했다. 천재 작가 뒤에서 뮤즈로만 남아야 했고 말년에는 그를 궁지에 몬 여자로 낙인 찍혔던 여자 젤다 세이어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들의 삶을 다룬 소설 '앨라배마 송'은 지독히도 아름답고 지독히도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세월에 가려진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당대를 뒤흔들었던 그들의 삶에 조금은 늦은 그래서 슬픈 찬사를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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