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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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반전이 유명한 책이라 내심 기대를 하고 읽었고 반전을 기다렸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반전이 있었다. 읽어나가면서도 그 부분들은 좀 이상한데, 어색한데 생각하면서도 내가 가진 선입관때문에 억지로 이해하면서 지나갔다. 그래서 제대로 뒷통수를 맞았다. 작가는 굳이 말하지 않았고 독자들은 자신이 정해 놓은 선입관과 보고 싶은 부분만 부각시켜 보았기에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후반부에서 헉!!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한 여자에게 얽매이기를 거부하는 프리터 나루세는 인생은 즐길만하고 즐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이다. 그런 그에게 인생을 바꿀만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그가 사랑하게 된 그녀의 모습이 허구의 모습일지라도 그는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의 마음을 멈출 수가 없게 된다. 고등학교 후배가 의뢰한 뺑소니 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그녀와 얽혀 있는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지만 나루세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반전에 더 놀라웠다. 더구나 앞부분에서의 의아함이 퍼즐 조각 맞춰지듯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책을 다 읽었을 때 당혹감과 동시에 웃음을 준다. 깨닫지 못햇던 부분들이 드러나는 순간 작가의 기발한 특별한 반전은 큰 즐거움을 준다. 사실 사건의 반전만을 집중하며 읽다가 예상외의 반전에 헛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우리가, 내가 가진 선입관이 컸는지 새삼 알게 된 소설이었고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가벼운 웃음과 재치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이 책의 제목을 다 읽고나면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새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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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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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유쾌하다. 두 명의 말썽꾸러기 짐보, 찰리와 엉겹결에 모험에 낀 메탈 소녀 팬인 누나 베키가 벌이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모험은 시종일관 웃음이 피식!! 흘러나오게 한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일으키고 야단맞고 하는 것이 거의 일상화 되어 있는 짐보와 찰리는 누나 베키의 장난에 걸려 들어 학교 선생님들을 감시하면서 두 선생님들의 행동이 이상함을 눈치채게 되고 뜻밖의 거대한(?) 우주 모험이 시작된다. 얼떨결에 함께 우주 모험에 나서게 된 베키와 짐보는 서로 마냥 귀찮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만 생각해오던 남매사이의 변화를 겪으며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 모험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바로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만 서로에게 느꼈던 그 감정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할 것 같다.  

'쾅! 지구에서 7만 광년' 에는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과 아이지만 어른스런 의젓함을 지닌 아이들이 등장한다. 둘도 없는 친구 짐보와 찰리는 서로에게 거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이고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기에 찰리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짐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내가 나서게 되면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 위험이 닥칠지 전혀 계산하지 않고 소중한 친구를 위해 멀고 먼 길을 나선다. 또한 영원히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고 살 것만 같은 어른들도 나오는데, 그 모습 또한 낯설지가 않다. 나이는 어른이지만 자신만의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책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험을 통해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마냥 당황스럽고 혼돈스러운 부모들을 위로한다.  

작가 마크 해던의 소설은 즐겁다. 설마 이렇게 어수룩하게 사건이 일어난다는 거야 하면서도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한 번에 다 읽게 되는 매력을 가진다. 약간 말이 안 되면 어떻고 외계인들이 멍청하면 어떻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아이들의 재치와 무지막지한 누나의 팔 힘에서 나 온다 해도 어떠하겠는가, 우리의 지구 아이들이 외계인들의 위협에서 지구를 지켜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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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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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조각가 가와시마 이사쿠는 자신의 라이프 캐스팅 조각법에 회의와 한계를 느껴10년 동안 은거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친딸 에치카를 모델로 한 석고상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던 중 가와시마 이사쿠는 지병이 악화되어 죽음을 맞게 된다. 그후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조각가의 작품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자 동생인 번역가에 의해 추리소설가이자 탐정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조각의 훼손은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더구나 머리가 잘린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모델을 한 딸 에치카의 신변에 사건이 일어날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에치카의 신변을 탐문하고 조각가의 과거를 조사하게 되던 중 뜻밖의 가족관계를 알게 되고 모든 사건의 시작은 숨겨진 과거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는 500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순식간에 읽게 되는 흡입력을 갖고 있다. 소설은 사건자체보다는 주변인물들 간의 이해관계와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더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사건 자체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강한 집중력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전개가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실제 사건 수사를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자세히 보여준다. 노리즈키는 용의자에게 속아 코앞에서 놓치는 실수를 하게 되고 형사들은 잠복근무를 하다가 용의자를 놓치고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상황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많은 탐정소설, 영화에서 유능한 탐정, 형사들이 단박에 사건전모를 파악하고 용의자를 잡아내는 일은 이 소설에는 없다. 용의자들의 속임수에 속고 실수를 하면서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주어서 더 실감이 난다. 하나의 오해에서 시작된 사건의 시작은 긴 세월동안 눈덩어리처럼 부풀어져 비극적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던 사람들은 더 큰 거짓말 같은 추악한 진실 앞에 오열하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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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
캐서린 호우 지음, 안진이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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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마녀, 마법사, 마술사 등등 평범하지 않는 비범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동화, 만화, 영화 등을 보면서 자라왔다. 또한 그들을 부러워하며 한 번쯤은 나도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마법 학교가 실제로 있다면, 마법세계는 어떤 곳일까 하는 상상을 하며 매년 등장하는 책, 영화 등을 통해서 그들의 세계를 꿈꾸며 열광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1692년에는 두려움과 공포의 시기였고 광기의 시기였다. 그만큼 세계관과 가치관이 달라지면 모든 사건과 사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그 힘을 발휘한다.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은  특별한 능력을 발휘했거나 했다고 믿어지는 여자들을 대상으로 과학적인 근거 없이 미신적인 믿음과 종교적인 광기로 몰고 간 마녀사냥 사건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1692년 매사추세츠의 작은 마을 세일럼에서 벌어진 마녀재판. 장난처럼 시작된 어린 소녀들의 증언을 토대로 5개월 동안 185명이 체포되어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녀로 지목되고 처형당한 충격적인 사건을 마녀로 지목되어 희생된 엘리자베스 호우, 엘리자베스 프록터의 후손인 작가 캐서린 호우의 소설로 그녀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그녀들은 진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마녀'들이었을까? 단지 조금 특별한 지식과 능력으로 생활을 해왔던 평범한 여성들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소설에서처럼 특별한 능력을 삶 속에서 발휘하며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묻혀 지내야만 했던 '진짜' 마녀들일까? 하는 여러 생각을 해보고 상상해보게 된다. 어느 시기에는 억울하게 마녀로 지목되어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남들과 달라 보일까봐 전전긍긍했던 시대가 있었다면 현재처럼 마법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며 열광하는 시대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대단한 매력적인 주제가 되고 소재가 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은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던 여주인공 코니를 통해 대대로 내려오던 집안의 내력과 비밀을 알게 되고 딸에게로 전해져 오던 비밀의 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들의 진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제도 흥미있고 소설적 상상력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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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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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형무소 밀실 살인사건이 밤사이에 일어나고 범인은 사라진다. 형무소는 발칵 뒤집히고 한 사람은 시체로 발견되고 또 한 사람은 유유히 사라진 후였다. 피해자의 신원은 이시즈카로 밝혀지고 도망친 사람은 미야자키로 확인된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밀실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지, 범인은 어떤 방법으로 사라졌는지를 형무소 직원들과 경찰들이 짐작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할 때 사건은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점차 빠져들기 시작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인 두 사람의 신원이 뒤바뀐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자체가 불가사의해진다. 그들 사이에 얽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추적하게 되고 그 사이에 그들 사이에 얽힌 과거의 사건이 밝혀지면서 점차 사건은 좁혀져 오면서 사건해결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며 안심하게 된다. 하지만 '프리즌 트릭'은 결코 이쯤에서 독자들을 놔주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왜? 왜? 그런 거야.' 혹은 '정말, 그런 거였어.' 하면서 혼잣말을 되 뇌이게 한다.  

'프리즌 트릭'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예기치 못한 인물들을 배치해서 사건의 재미와 추리의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저자는  인물들의 과거의 사건과 잘못을 들추면서 그들이 처한 입장을 상반되게 보여주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치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매스컴의 무분별한 방송으로 인한 한 개인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고 무너지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비판한다. 단순히 밀실살인 트릭을 넘어서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관계들 속에 숨겨진 애증과 복수심은 이야기 전체를 이끈다. 그래서 더 경악스럽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야만 하는 현실과 가해자 가족들이 매스컴에 의해 철저히 붕괴되는 점들은 공포였다. 매스컴에서 경쟁하듯이 보도하는 사건과 그 사건들을 흥미위주로 전하고 전달 받았던 그 순간들이 생각이 나 오싹했다. 나 역시 소리 없는 가해자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프리즌 트릭'은 복잡한 퍼즐을 맞추듯이 전체를 잘 이끌어간 작가의 내공이 더 궁금해지게 만든 소설이었고 다음이 더 기대가 되는 소설이었다. 제 55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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