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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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조각가 가와시마 이사쿠는 자신의 라이프 캐스팅 조각법에 회의와 한계를 느껴10년 동안 은거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친딸 에치카를 모델로 한 석고상을 만들고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던 중 가와시마 이사쿠는 지병이 악화되어 죽음을 맞게 된다. 그후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조각가의 작품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자 동생인 번역가에 의해 추리소설가이자 탐정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조각의 훼손은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더구나 머리가 잘린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모델을 한 딸 에치카의 신변에 사건이 일어날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에치카의 신변을 탐문하고 조각가의 과거를 조사하게 되던 중 뜻밖의 가족관계를 알게 되고 모든 사건의 시작은 숨겨진 과거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는 500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순식간에 읽게 되는 흡입력을 갖고 있다. 소설은 사건자체보다는 주변인물들 간의 이해관계와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더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사건 자체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강한 집중력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전개가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실제 사건 수사를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자세히 보여준다. 노리즈키는 용의자에게 속아 코앞에서 놓치는 실수를 하게 되고 형사들은 잠복근무를 하다가 용의자를 놓치고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상황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많은 탐정소설, 영화에서 유능한 탐정, 형사들이 단박에 사건전모를 파악하고 용의자를 잡아내는 일은 이 소설에는 없다. 용의자들의 속임수에 속고 실수를 하면서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주어서 더 실감이 난다. 하나의 오해에서 시작된 사건의 시작은 긴 세월동안 눈덩어리처럼 부풀어져 비극적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진실을 파헤치고자 했던 사람들은 더 큰 거짓말 같은 추악한 진실 앞에 오열하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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