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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그녀에게 - 서른, 일하는 여자의 그림공감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핑크빛 표지에, 아담한 책 사이즈.... 그리고 서른 개의 그림들. 딱 서른살 싱글 취향이다.
그녀와 나는 참 비슷한 구석이 많다.나이도 비슷하고, 가족과 떨어져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직장 생활을 하는 데서 오는 갈등도, 혼자 여행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연애할 때 밀고 당기기 못하고 헤매는 것도, 그리고 home sweet home을 갈망하는 것도, 든든한 내 편을 만들고 싶다는 남편에 대한 생각도... 여러가지가. 내가 겪은 많은 일상들과 비슷한 그녀의 글들.
독서를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대개 위로받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 속에서 주인공의 외로움과 아픔을 읽어낸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p30
다음 날 아침 술이 깨고 나면? 말짱한 정신의 그녀는 여전히 혼자고, 곁에 앉았던 사내는 여전히 남이다. 술에 취한 순간에 내뱉었던 말들, 그 순간의 행동들은 모두가 환상이없을 뿐이다. 변한 것은 없다. p66
'연애'라는 감정은 결국 환상이고, 미지의 상대야말로 환상을 투영하기에 적합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료한 이에게 연애를 권하는 이유는 연애라는 환상에 빠져 잠시 강퍅한 현실을 잊어보라는 뜻이다. -76
벌거벗은 슬픔을 털어놓고 싶을 때, 온기 깃든 공감이 필요할때, 마음 바닥이 무너지도록 통곡하고 싶을 때 -85
혼자 살아본 사람은 안다. -93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상초를 줄 수 있는지,... 막말을 하며 자신을 상처 입힐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었으며 .... 내 아킬레스 건. -108
남겨진 사람들의 비애... 미래를 갈구하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현재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느 사람들의 마음 -157
이곳에 남아 있는 나의 존재도 누군가에게 그럼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미래를 향해 질주하다 지나체게 이른 이별을 하는 일 따위는 하지 맙시다. -161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깨닫자 사는 게 쉬워졌다.... 내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168
애인은 외로울 때 쓸 수 있는 우산 같은 것 -184
회사 생활 몇 년째를 접어 들면, 퇴사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남의 자의 비애를 느꼈다. 그런데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녀도 그런 것을 느꼈다고? 전세 기간이 끝나고, 내 회사 탁상용 달력에 "Find my home sweet home"이라는 말을 큼직하게 썼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녀도 홈 스윗 홈을 찾는단다. 웃음이 나왔다. 비슷하구나. 사람 마음이란 것이. 아마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공감이 가지 않을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찍 결혼한 사람들도 공감 못할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곽아람이란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했다. 그림도 마음에 들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