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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 쓰면서도 잘 모르는 생활 속
MBC 아나운서국 우리말팀 엮음 / 시대의창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고 나서 주변 간판을 보거나, 드라마를 볼 때 단어들이 귀에 쏙쏙 꽂힌다.
가령 쭈꾸미와 택견. 주꾸미가 맞다고 하지만, 온통 "쭈꾸미"로 되어 있고,
"택견"은 태껸이 맞다고 하는데, 이 책이 2005년에 나왔으니 개정이 있었던 건지 국립국어원 사전 찾아보니 택견도 나오긴 한다.
긴 세월을 가리켜 "쇠털 같이 많은 날"이라고 하고,
부부 사이가 좋다는 의미의 "금실" 그런데 얼마전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의 자막에 이 부부는 참 "금슬"이 좋아요 하면서 "금슬"이라고 나왔다.
배우 김사랑이 인텨뷰 중에 친구 집에 갔는데 '반나절'을 저를 위해 요리해 줬어요~ 하는데, 아하 이때 반나절은 한나절(6시간)의 반이니까 3시간이라는 말.
어제 초인가족이라는 드라마에서 최양락이 포장마차 사장인데, "우리는 이런 식재료들을 다 처가에서 공수해 와" 하는데, 앗 저 말 잘못 썼구나 했다. '공수'는 항공 수송을 줄여서 이르는 말이니까. 근데 알고보니 최양락의 극 중 처가는 중국 ㅋ 그러니 공수라는 표현을 적절하게 쓴거다.
한 편이 상대편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는 실랑이, 양편이 제 주장을 굽히지 않고 팽팽히 맞서는 경우에 쓰는 말은 승강이.
태도가 차고 야무진 사람이나 자기 생각만 하고 남의 사정은 앙랑곳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야멸치다'고 해야지, "야멸차다"는 잘못된 말.
시쳇말이라고 할 때 시체는 그 시대의 풍습, 유행을 따르거나 지식 따위를 이르는 말이지 죽은 사람을 뜻하는 시체와는 무관하다.
'양해를 구하다'라고 해야지 "양해 말씀을 하겠다"는 잘못된 말이다. '사람 말씀 드리겠습니다.'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집들이와 집알이는 초대하는 쪽은 집들이고 찾아가는 쪽은 집알이로 써야 한다는데, 평소에 집알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ㅠ.ㅜ
우리말겨루기 프로그램에 나온 단어들을 쭉 보면서 여기 출연자들은 어떻게 이 말들을 알았을까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이게 바로 기출 문제집이였구나 생각했다.
기출단어가 많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도 뭉게구름, 북엇국, 새침데기, 천생, 가르마, 조리다, 단출하다, 허구한 날, 깨나, 닦달, 라면이 붇다, 어떻게 해, 숙맥, 데면데면, 집알이, 온새미, 시나브로, 터울, 수라간, 반짇고리, 가뭇없다, 그루갈이. 댓바람에, 반죽좋다, 사그랑이, 새물내, 안다미로 등.
돈지랄은 그냥 속어인줄 알았는데, 살려 쓰고 싶은 고운 우리말에 나오다니...
돈지랄: 돈을 함부로 쓰는 것, 돈을 가지고 야비하게 구는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