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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ㅣ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어느날 내게 회색 신사가 찾아 와서
'한시간은 3,600초, 하루 24시간은 8만 6,400초, 1년이면 3,153만 6,000초이다.
거기에다 당신의 나이를 곱하면 ........초
그런데 거기에서 당신이 잠자고 일하고 먹는데 소비하는 시간과,
부모와 지내는 시간, 집안 일을 하는데 드는 시간, 친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방문하는 시간,
여가(문화)활동을 하는 시간, 애완동물을 돌보는데 허.비.한. 시간을 빼고 나니 '0'이다.
시간을 아끼려면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라 !
손님이랑 잡담도 하지 말고, 어머니도 양로원에 보내고,
쓸데없는 애완동물은 내다 버리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친구도 가끔씩만 찾아 가고,
노래, 책, 친구, 명상 같은 것은 집어 치우고, 열.나.게. 일만 해서 시간을 열심히 저축하면
꼬부랑 노인이 되었을 때쯤에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남아돌 것이다...'
그런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 어떤 생각이 들까?
어른들이라면 다 그러고 싶어질까?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감언이설과 교묘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을 제쳐 놓고 그렇게 열심히 시간을, 그리고 돈을 저축해서 무엇하겠는가.
언뜻 보면 무가치하고 별 볼일 없는 행동일지라도 우리가 행하는 많은 일들은 하나 하나에 의미가 있고,
다른 사람과 나를 사랑과 애정, 우정이라는 감정으로 엮어주고, 생활의 여유를 갖게 해 준다.
회색신사의 말대로 해서 넓고 멋진 집, 근사한 승용차, 해외 여행, 넉넉한 생활을 누려서 무엇할까?
누군들 이런 것들을 누리고 살고 싶지 않겠는가마는 오직 내 가족, 아니 나만 행복하게 살고자
친지, 친구들을 외면하고 사는 것은 옳지 않다고,
그래도 내가 할 도리는 하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모모>를 읽으면서 다시금 했다.
도대체 꼬부랑 노인이 되어서 넘쳐 나는 시간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곁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는데...
어린이였을 때 읽을 때만 해도 모모의 모험에 더 관심을 지녔지만 삼십 대 중반에 접어들어
모모를 다시 읽자니 모험의 긴박함보다는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순간마다 찾아오는 행복을 놓치지 말자.
일분, 일초를 아낄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만끽하면서 산다면 시간의 꽃은 결코 시들지 않을 것이다.
가족의, 친구의 웃음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