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길벗어린이 문학
엘리너 파전 지음,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첫편에 실린 '보리와 임금님'에서는 바보 윌리라고 불리는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이다. 아이는 라 임금님에게 아버지가 이집트 제일 가는 부자라고 끝까지 주장한다. 임금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고 외고집일 수 있는 것은 진정 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 때문에 임금님의 노여움을 사서 보리밭이 몽땅 타버렸지만 아이는 손 안에 남겨진 이삭들을 심어 결코 임금님이 보리보다 위대하지도, 찬란하지도, 오래 살지도 못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이제 수천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현실로 돌아와 윌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어른의 시각으로 볼 때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임에 분명한 말인데도 그 이야기를 들어 주는 '나'는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이것이야 말로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는 아이들만의 논리이자 한계가 없는 상상력의 힘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 책 속에 그러한 세상을 펼쳐 놓고 있구나... 왠지 내가 작은 책방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그 곳에서 재미난 이야기들을 얼마나 발견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한편생 머리카락만 기르고 살았던 여섯 공주의 이야기가 담긴 '일곱 번째 공주님'을 가장 좋아하는지라 이 책을 가져 오면 그 이야기부터 읽어 달라고 한다. 여왕이 되고 싶은 여섯 공주들이 오직 머리를 기르고 가꾸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일곱번째 공주만은 머리를 손수건으로 꽁꽁 싸매고 다니는데.... 막내 공주는 한평생을 성에만 갇혀서-남편을 사랑하였기에-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해야 했던 왕비가 자신의 한을 되물리지 않기 위해 그렇게 키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왕비는 자유와 자연을 사랑했지만 남편에 의해 제공되어지는 것들로는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없었기에 자신을 닮은 일곱 번째 공주의 머리를 짧게 잘라줌으로써 딸에게 자유로운 삶을 주었나 보다. 평생 왕이라는 자리만 바라보면 살아가야 할 여섯 공주보다는 짧게 잘린 머리 대신에 자유가 주어진 일곱번째 공주가 더 행복해 보인다는 것을 느낀다며 나 역시 그런 삶을 지향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볼 때마다 엘리너 파전이 살았던 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집 자체가 책방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온 집안에 책이 넘쳐나는 그런 집.....
 내가 예전에도 꿈꾸어 왔고, 지금도 꿈꾸고 있으며, 앞으로 그렇게 만들어 나가고 싶은 집이 아닌가 싶다. 햇살이 비쳐드는 작은 책방에 들어 앉아 책 속에 빠져드는 것은 얼마나 행복할까? 첫 부분에 실린 작은 책방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왠지 '도서관'이라는 책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가 생각난다. 엘리너 파전도 그녀처럼 온 일생을 책과 함께 하지 않았을까? 책 속에서 행복을 발견한 기분이 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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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7-2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책이군요.

맞아요..허송세월하듯 움켜진 권력이 무어 그리 소중핡
ㅏ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Smila 2004-07-2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열살 무렵에 가장 좋아했던 책입니다. 작년에 (그러니까 20여년만에..) 이 책을 다시 구해 읽게 되었는데, 여전히 이 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