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 파이터 1
김언정, 김덕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뭐, 어때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세상의 스포츠란 스포츠는 죄다, 깡그리, 몽땅,  만화 소재로 쓰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 없지 않은가 이 말이다.   

 

  오히려 마케팅 전략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칭찬받아야 온당하다. 

  권투? 아무리 열심히 그려봐야 <내일의 죠>를 뛰어넘기 쉽겠나?  

  야구? 이야말로 철옹성같은 일본만화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분야이다.  
          열혈로 치자면 <거인의 별>와, 로맨스로 치자면 <H2>와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지.  

  농구? 에효 <슬램덩크>의 벽이 높고 또 높을 뿐이다.  

  이런 작품들과의 경쟁? 하려면 할 수 있지, 못할 것이야 없겠지.  

  하지만 솔직히 말해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다를 바 없다. 시장 규모가 우리에 비해 엄청나게 크고, 각종 시스템 지원이 활성화되어 있고, 게다가 풍성한 작가군과 오타쿠적 독자들이 드글드글한 일본 만화를 상대로 정면돌파를 강행하라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명령이라 이거지.  

  물론 성공할 수도 있겠지, 간혹. 하지만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보면, 차라리 거기 들어갈 시간과 열정과 노력을 다른 분야에 쏟으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요것이지. 

 

  그런 이유로 '족구'를 소재로 삼겠다는 것은 썩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족구'를 소재로 삼은 외국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그들을 곁에 둔 탓에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족구'라는 스포츠를 알고 있고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 일단 아이디어는 합격점이라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스토리텔링이야.  

  일본 만화를 참고로 하자면, 스포츠만화의 스토리텔링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되지.   

① 현실성을 바탕에 두고, 판타지를 추가하는 방법 : reality > fantasy

  이른바 '리얼'계열이 여기에 속한다. <슬램덩크>나 <H2>같은 작품들.  
  <슬램덩크>의 농구 경기장면은 매우 긴박하고 리얼리티가 살아있지. 그렇다면 판타지적인 요소는? 고등학생들이 이런 플레이를 한다는 거지, 뭐.   

② 판타지에 바탕을 두고, 현실성을 추가하는 방법  : reality < fantasy 

  <피구왕 통키>같은 작품이 해당하지. 불꽃슛을 쏘고, 마구를 던지고 하는 뭐, 그런 것들 말이야.
  사실은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만화 <공포의 외인구단>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이니까. 제길, 지옥훈련을 한다고 그런 선수들이 될 수 있다면, 실미도 특수부대, UDT, 해병대, 특전사 등을 모아서 국가대표팀을 만들면 되겠네. 

  아무튼, 뭐,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②라고 해도, 리얼리티가 전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오버를 해도 적당하게 해야 한다는 거지. 적당한 오버는 만화적 즐거움을 주는 양념이지만, 그게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 족구로 날려버린 뒷동산이라니, 요런 뻥은 좀 심하다는 말이지. (pp.70-71.)


  정리해볼까? 

  시도는 참신했어.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너무 오버했지.  

  

 당  근  ☞ ☞
  • 어쨌거나 새로운 시도는 소중하다
  • 생각해보니, 족구, 요거 잘만 만들면 재미있는 소재겠는데? 
  • 군대 이야기를 적절히 버무리면, 한국형 이야기의 특색이 만들어질수도… 있을까? 

 

채  찍 ☜ ☜ ☜ ☜
  • 양념맛만 잔뜩 나는 요리를 누가 먹고 싶을까? 오버는 양념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 원래 허풍에는 적절한 리얼리티가 있어야 하는 법, 리얼은 없고 허풍만 있다.  
  • 작화 및 스토리 수준은 아동용인데, 어쩌나 족구는 예비역 이상에게 통용되는 스포츠인데.
  •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화장실 유머, 꼭 필요했을까? 
  • 쭉빵 글래머와 족구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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