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로 휴가간 언니네 가족들과 이틀째 합류했다.
산정호수 관광지 초입에 위치한 우둠지 펜션이란 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말복도 지났건만 뜨거운 날씨에 차까지 막혀 도착했을 즘엔 이미 지쳐있었다.
그래도 산정호수라고 찾아왔으니 먼저 호수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간 호수는 그저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사진은 그럴듯하게 좋은 장면으로 찍어왔지만, 호수 초입에 들어선 볼썽사나운 음식점들과 생뚱맞은 놀이시설부터 더러운 호수의 물까지. 개발전에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말을 들어온 나로서는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거면서 대체 개발이란건 왜 하는 건지. 국내여행을 떠나면 제일 열받는게 이런거다. 그 무질서하고 추잡한 음식점들과 놀이시설, 기념품가게를 마주하게 되는게 진짜 두려울지경이다. 어디를 가나 똑같이 추잡하고 똑같이 혐오스럽다.
호수가를 조금 걷다가 그냥 펜션으로 돌아왔다. 펜션바로 앞에 계곡이 있는데 물도 맑고 깊이도 적당하여 놀기에 좋았다. 산정호수로 휴가를 왔지만 산정호수는 외면한채 계곡에서 조카랑 신나게 놀았다. 계곡에 몸담그고 수영하고 물장난친게 얼마만인지. 조카만큼 즐거워하며 오랜만에 재미있게 놀았다.

저녁때는 펜션앞 테라스에서 저녁도 먹고 술도 마시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먹다보니 주먹보다 더 큰 놈이 움직거리는데 보니까 두꺼비다. 사람이 있어도 놀라지도 않고 제갈길을 간다. 산밑이라 두꺼비도 있고 개구리도 있고 풀벌레도 있고 이 세상에 사람만 사는게 아니란걸 새삼느끼게 해주었다.
늦게까지 먹고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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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하이트 맥주공장 견학을 했다.
먼저 하이트 맥주에 대한 홍보 비디오를 보고, 안내를 받아 유리창 너머로 공장 내부를 구경했다.
거대한 통에서 이루어지는 발효공정, 재활용된 병을 씻어내는 과정, 병에 맥주를 담는 과정 모두가 대규모였고 전자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공장하면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나기 마련이지만 그 거대한 규모의 공장안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직 차가운 금속들로 정연하게 이루어진 공장 내부가 왠지 두렵게 느껴졌다.  추상적인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시연되고 있다는 느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병에 맥주를 담고 나서 맥주속의 이물질을 검사하는 모습. 먼저 기계로 이물질을 검사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사람이 검사를 하는데 밝은 형광등이 켜져있는 벽을 컨베이어 벨트위의 맥주병들이 재빠르게 지나가면 그 형광등 벽앞에 앉아있는 근로자가 맥주병을 노려보다가 어느 순간 재빨리 병하나를 낚아챈다. 그 과정이 얼마나 빠르고 기계적인지 이상하게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 근로자는 꿈속에서도 컨베이어 벨트위의 번쩍이며 지나가는 병들이 보이는건 아닐까.

견학과정 내내 안내원의 설명과 곳곳에 설치된 비주얼장치를 통해 하이트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하이트 맥주가 간절히 마시고 싶어진다.  하이트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극에 달할 쯤에 견학이 끝나면 사람들이 기다리던 시음이 이루어진다. 500ml생맥주 잔에 담긴 맥주를 원하는 대로 마실 수 있는데 드디어 맥주를 마시며 갈증을 풀어내면 하이트 맥주 세뇌공정이 완벽히 이루어진다. 1시간 내내 하이트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고 보고나서 마시는 맥주가 얼마나 시원한지.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한동안은 하이트 맥주에 대한 무의식적인 갈증을 갖게 될듯하다.
맥주도 맥주지만 맥주 마시는 라운지의 경관이 끝내준다. 바로 옆에 홍천강이 흐르는데, 홍천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는 또 얼마나 색다른지. 정말 하이트 홍보팀들 하이트 세뇌 프로그램 완벽하게 구상했다.

버스타고 집에 가는 길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까봐 한잔이상 마시지 못한게 조금 아쉽지만, 견학기념 생맥주 잔까지 챙겨들고 집에 올 수 있어 나름 괜찮은 견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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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8-2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방명록에 남겨주신 글, 댓글달다가 이리로 왔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에이, 갑자기 맥주 마시고 싶잖아요. 제가 맥주 중엔 하이트를 가장 좋아하죠(국산은)
 









용문산에 다녀왔다.
매번 최종목적지로 가는 길에 잠깐 들렀던 곳이라 그 유명한 은행나무도 보지 못하고 왔는데,
이번에 은행나무와 용문사를 확인하고 왔다.
날이 무척 더웠지만 용문사로 가는 길의 수풀이 우거져 서늘했고, 길옆의 계곡의 물도 참 좋아 계곡에 놀러온 사람들도 많았다.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되어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무려 1100여년이 되었다고 한다. 한 세기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켜본 것인지. 많은 비밀을 안고 있을 은행나무에게 옛날이야기를 묻고 싶었다.
용문사는 무척 아담한 절이다. 용문산의 경관에 어우러져 살짝 안겨있는 사찰이 자연 그대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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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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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확히 아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보통 가공식품이 나쁘다는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다른 사람의 쇼핑카트를 슬쩍 들여다보면, 백이면 백 가공식품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더 심각해서 아이들의 간식류가 대부분 과자, 음료수등의 가공식품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공식품이 좋으냐, 나쁘냐 물어보면 아마 나쁘다고 답할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왜 나쁜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가공식품을 사는걸까?
물론 편의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무엇보다 가공식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쁜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공식품이 나쁘다는 것, 그건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어쩌면 식상한 주제의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건 가공식품이 구체적으로 왜, 어떻게 나쁜지 그것도 오랜기간동안 식품업계에 종사했던 당사자가 직접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식품업계의 중심에서  어떻게 말하면 스스로도 가해자였던 사람이 하는 말은 설득력이 매우 높다. 그것도 구체적인 예와 다양한 연구자료를 인용하면서 조목조목 따지고 있으니 읽다보면 가공식품의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폐해를 두려울정도로 깨닫게 된다.

초코파이에 쓰이는 초콜릿이 가짜 초콜릿이라는 걸 알고 있는가? 100% 콩기름을 강조하며 마치 식물성 기름은 몸에 좋을 것 같이 선전하던 식품회사의 식용유가 콩을 압착하여 짜낸게 아니라 석유계 유독성 용제로  기름을 분리해내고 표백제를 넣어 여과한다는 걸 알고 있는가? 마가린의 분자구조가 플라스틱의 분자구조와 같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시중에서 유통되는 국산치즈는 모두 자연치즈가 아니라 가공치즈임을 알고 있는가?

이 책을 읽다보면 이와 같은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게 되고, 우리가 그 동안 식품업계의 거짓말에 속고 우롱당해왔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 우리는 그저 분노만 하고 있을 것인가? 저자는 우리에게 바른 선택을 강조한다. 우리의 바른 선택이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거대 식품업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원래도 가공식품을 즐겨 먹진 않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서는 아예 가공식품을 먹지 않고 식품을 선택할 때는 작은 사항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이 책은 가공식품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식품인데 싶어서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과감하게 가공식품을 끊어버리는 계기를 제공한다. 단 "한 분자"라도 나쁜 성분을 몸에 넣지 말자. 이제 소비자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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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hk 2006-02-0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하여 6살 3살짜리 두 아이의 엄마인 내 친구가 이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아 아이들에게 앞으로 파는 과자는 사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는데 사실 그 다짐이 얼마나 갈지는...
 
다이어트의 성정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8
한서설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diet: 1) 음식물, 식품
         2) (감량, 미용, 치료를 위한) 다이어트, 규정식, 감식, 미용식, 식이요법

다이어트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을 뺄 목적으로 음식섭취를 제한하는 것을 생각할테고, 자연스럽게 여자를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다이어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여자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어쩜 우리나라에서는 다이어트의 첫번째 뜻을 아니, 다이어트의 유일한 뜻을 감량과 미용을 위한 식이요법으로 제시해야 할 것 같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여자들은 왜 늘 다이어트를 하는 걸까? 좋은 몸매를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그렇다면 좋은 몸매와 건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당당하고 멋진 삶을 살고자 하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인가?

혹시 다이어트가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환상을 깨시라. 나 역시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여자들이 흔히 말하는 다이어트란 결코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교묘하고 무서운 억압기제가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은  다이어트가 어떤 논리로 여성들에게 강요되어 왔으며, 그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왔는지 다이어트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파헤쳐 다이어트가 결코 나 자신을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님을 알려준다. 또한  우리가 다이어트를 통해 무엇을 잃는지 알려주고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과감히 도전하여 더 이상 귀하고 소중한 나의 몸을 학대하지 말라고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 위로한다. 저자 스스로가 몸매에 대한 컴플렉스로 아파하고, 많은 다이어트를 경험한 만큼 그 진실성이 더 크다. 

다이어트가 진정 건강을 위한 것임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 억압기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개인에게 작용하는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나 자신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 땅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늘 생각하고 있는 모든 여자들은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  내 몸에 관련된, 나 자신에 관련된 문제가 다른 사람이 조장하고 있는, 다른 이들이 부려놓은 술책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아름다움으로, 건강으로 미화된 다이어트의 허상을 스스로 깨고 진짜 내 몸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리뷰를 쓰기전에 이 만큼 고민하고, 또 리뷰를 쓰면서 이 만큼 흥분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그 만큼 이 리뷰를 읽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다이어트에 대해 바른 생각을 가지길 열망한다. 우리시대에서 기획한 문고판의 하나이므로 책값도 부담스럽지 않고, 두께도 얇다. 그러나 책값과 두께에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를 읽고 계신 여러분, 꼭 한 권 사서 읽고 주변에 자기 몸을 사랑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에게도 권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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