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세례를 받았다.
혼인성사때의 약속을 무려 5년도 더 지난 오늘에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교육기간도 길었고, 바쁜데 매주 나가 교리 듣고 성지순례에 피정까지 너무 절차가 많은지라 솔직히 옆에서 보는 나도 지겹게까지 느껴졌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만 해도 드디어 세례를 받는구나, 시원하다는 기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세례를 받는 남편을 지켜보던 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 기쁜 날 내가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결혼 후 참 힘들었던 남편의 모습이 맘에 떠올라 많이 슬펐다. 그 어려움을 지내고 이제 편안한 모습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남편은 늘 가까이서 보던 익숙한 모습이 아니라 왠지 갸날프고 연약한 모습이었다. 살면서 그저 행복한 순간만이 있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그간의 아픔이 있었기에 남편이라는 타인을 이렇게 가슴 저미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픔도 그저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세례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이 해, 나는 하느님께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허락해주십사 기도했다. 올해는 혼인성사 때 했던 또 하나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 그간 참 아이에 대해서 많이 망설이고 고민했었는데, 오늘 미사를 보면서 마음을 참 편안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저 하느님이 우리에게 건강한 아이를 허락해주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남편의 세례명은 라우렌시오이다. 성인 라우렌시오는 학자였고, 왠지 그 이름도 온화하게 느껴져 남편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남편은 라우렌시오로 새롭게 태어났다. 맘이 많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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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hk 2006-02-0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한번 더 축하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