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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호수로 휴가간 언니네 가족들과 이틀째 합류했다.
산정호수 관광지 초입에 위치한 우둠지 펜션이란 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말복도 지났건만 뜨거운 날씨에 차까지 막혀 도착했을 즘엔 이미 지쳐있었다.
그래도 산정호수라고 찾아왔으니 먼저 호수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간 호수는 그저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사진은 그럴듯하게 좋은 장면으로 찍어왔지만, 호수 초입에 들어선 볼썽사나운 음식점들과 생뚱맞은 놀이시설부터 더러운 호수의 물까지. 개발전에는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말을 들어온 나로서는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거면서 대체 개발이란건 왜 하는 건지. 국내여행을 떠나면 제일 열받는게 이런거다. 그 무질서하고 추잡한 음식점들과 놀이시설, 기념품가게를 마주하게 되는게 진짜 두려울지경이다. 어디를 가나 똑같이 추잡하고 똑같이 혐오스럽다.
호수가를 조금 걷다가 그냥 펜션으로 돌아왔다. 펜션바로 앞에 계곡이 있는데 물도 맑고 깊이도 적당하여 놀기에 좋았다. 산정호수로 휴가를 왔지만 산정호수는 외면한채 계곡에서 조카랑 신나게 놀았다. 계곡에 몸담그고 수영하고 물장난친게 얼마만인지. 조카만큼 즐거워하며 오랜만에 재미있게 놀았다.
저녁때는 펜션앞 테라스에서 저녁도 먹고 술도 마시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먹다보니 주먹보다 더 큰 놈이 움직거리는데 보니까 두꺼비다. 사람이 있어도 놀라지도 않고 제갈길을 간다. 산밑이라 두꺼비도 있고 개구리도 있고 풀벌레도 있고 이 세상에 사람만 사는게 아니란걸 새삼느끼게 해주었다.
늦게까지 먹고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