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때는 거의 집안일이란걸 생략하고 살아온지라 집안일이란거 굳이 안해도 살림이 돌아가게 마련이다라고 쉽게 생각했었다. 겨우겨우 일주일에 한번 주말에 청소해주는게 내가 한 집안일의 전부였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져 내가 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일이 전적으로 내 손으로 들어왔다. 단지 시간이 많아서 억지로 떠 맡은 것만은 아니고 살림을 주도적으로 한번 살아보자는 의욕도 있었다. 

하지만 살림이란게 살아보니 그리 만만한게 아니었다. 매달 날짜를 넘기지 않아야 하는 은행일들도 있었고(이미 첫달에 납부기한을 넘겨버리는 실수를 했다), 냉장고속 음식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식단을 생각해서 냉동실에서 해동해 놓는 등의 계획을 해야 했으며, 집안에 먼지덩이가 굴러다니지 않게 하려면 매일 청소를 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보이지 않는 구석의 먼지제거도 해야 했고(옷장 밑에 얼마나 많은 먼지들이 쌓여있는지), 그 밖에 옷장, 서랍장, 정리장도 날을 잡아 정리해줄 필요가 있었고, 집에 사는 열대어들, 달팽이들의 먹이도 챙겨주어야 하고(가끔 잊어버리고 며칠씩 굶긴다), 화분의 상태도 점검하고 물도 잘 주어야했다(환기를 목적으로 창문을 좀 오랫동안 열어두었더니 화분 몇 개가 동사했다).

살림도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여서 장, 단기 계획이 필요하고 매일매일 리스트를 적어야 할 만큼 반복되는 일들도 많다. 그렇게 신경을 써도 어느 구석엔 먼지가 쌓이고, 창문에는 손자국이 나며,  전기 스위치에는 새카만 때가 끼어 있다. 또 대체 머리카락은 왜 그렇게 많은지. 아무리 아침에 청소를 해도 저녁 무렵이면 가는 곳곳마다 머리카락이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숙명처럼 버티고 있다.

겨우 한 달, 그것도 남들이 보기엔 형편없을 정도의 살림을 살아놓고도 마사 스튜어트가 살림을 가지고 어떻게 그런 굴지의 기업을 세울 수 있었는지 원 헌드레드 퍼센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살림은 곧 생활인만큼다루어지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인테리어부터 요리, 애완동물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이다. 그저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정말 지겨울 때도 있지만, 살림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하찮은 일은 결코 아니었다. 치밀한 계획도 필요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창의성도 요구된다.  하다보면 하루가 짧다 싶을 만큼 시간투자도 필요하다. 다시 바빠지면 어쩌나 싶기는 하지만 내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만큼 살림살이도 열심히 제대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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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돈을 좋아했다.
학교 다니기 전부터 빈 병을 모아 팔아 그 돈을 은행에 넣었고, 일년에 딱 한번 몫돈이 생기는 설날에는 세뱃돈을 고이고이 모아 역시 은행에 저축했다. 학교 다니면서는 참고서를 물려받아 쓰면 엄마가 새 참고서 값을 은행에 넣어주셨고 그렇게 돈 모으는데 취미를 붙여 초등학교 졸업때는 오백만원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 굴릴 줄은 몰라서 지금도 오직 월급을 아껴 쓰는 것 외엔 다른 재주가 전혀 없다.
그런데 어제 미래를 대비하라는 경제기사를 읽게 되었다. 기사에는 자녀 대학학비로 2억 정도의 돈이 필요하고, 은퇴후 20년을 산다고 치면 6억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2억, 6억...... 내 월급을 생각하면 대체 이 억소리나는 돈을 다 어찌 모을 것이며, 혹시 자녀 교육은 겨우겨우 시킨다 하더라도 자녀의 결혼, 그리고 내 노후는 어찌 되는 것인가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허덕거리고 산다해도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다니, 이 얼마나 힘 빠지는 소리냔 말이다.
결혼하고 딱 이 년 동안만 그래도 돈을 쓰고 살았다. 그 때 제주도 여행도 아주 럭셔리하게 다녀왔고, 외식도 자주 했으며 뭐든 편하게 쓰고 살았다. 하지만 2년 후 전세 만료가 다가오자 집주인은 월세를 요구했고, 2년간 뛰어오른 집값을 보면서 현실을 깨달았다. 무리를 해서 집을 마련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집 때문에 돈을 모으기는 커녕 늘 쪼달리는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런데 집만 마련하면 한 고비 넘는 줄 알았는데 이젠 자녀교육비도 마련해야 하고, 노후 생활 자금도 마련해야 한단다. 지겨운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에서 인간이란 이렇게 내내 늙어죽을 때까지 결국 돈에 매여 살아야 하는 걸까. 늙어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소비하고 동시에 미래의 소비를 준비하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어렸을 때 돈을 좋아한건, 어디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이 모이는 재미를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미래를 대비하여 돈을 모은다는 건 전혀 재미가 없다. 결국 끝없이 미래를 불안해하며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에 좌절감만 느끼게 되는거 아닌가. 백날 계획을 세워봤자 수입은 뻔하고, 멍한 머리로 이 힘겨운 자본주의 생활을 잘 버텨낼지 자신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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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hk 2006-02-02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동안 로긴하기 귀찮아서. -나 게으름의 결정체- 읽기만 하고 지나갔던 니 블로그에 답글을 좀 달아보련다... -_-
 

날짜같은 거 꼽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타고난 성품이 있는지라 도대체 이 짓을 안할 수가 없다.
그렇다... 내가 하고픈 말은,
별 대단할 일도 없이 또 다시 한 달이 휘리릭 지나버렸다는 거.
뭐 내가 열심히 사나 안사나 세상 달라질 거 하나 없다는 거 잘 알면서도,
늘 뭔가 해야한다는 조바심속에 사는 내가 참으로 우습다.

일년에 책 한 권도 잘 안 읽고,
쉬는 날엔 건드리지만 않으면 하루 죙일 쓸데없는 짓 하며 빈둥거리고,
5년간 시험보며 속 썩여놓고도 5년이란 세월을 허비한 걸 후회하기는 커녕 맨날 콧노래라고 부를 듯 살랑살랑 가벼운 내 남편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다.

"영어방송 맨날 녹음해놓고 하나도 안들었지?"
"응"
"아무렇지도 않아? 스트레스 안 받아?"
"스트레스 왜 받아?"

어쩜 나랑 저렇게 다른지. 나 같으면 쌓여만 가는 방송내용을 생각만 해도 좌절감이 느껴질텐데. 그래서 난방송시간에만 듣고 아예 녹음같은 건 하지도 않는다.

3일의 연휴를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보통 사람들 같으면 출근하기 싫어 괴로울 텐데, 출근 안하는 나도 일어나기 괴로웠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발딱 일어나 연휴동안 새로 산 니트를 산뜻하게 차려입고 인터넷 보며 빵을 뜯어먹고 있다. 대체 저 인간은 왜 월요병도 없단 말인가. 언젠가 물어보니 연휴가 끝나가도, 월요일이 돌아와도 아무렇지도 않단다. 요샌 혹시 회사가 엄청 재미난게 아닌가 의심스러워진다. 회사가 재미있는게 아니면 어찌 회사다니는 인간이 저리도 즐겁단 말인가.

그렇다. 결국 억울한건 나다. 무슨 일이 닥쳐도 그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을 터인데, 나만 스트레스 받고 사는 거다. 오늘부터 나도 후회라는 건 하지 않고 살아볼란다. 잘 될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재미나게 일하고 있을 그 인간처럼 나도 오늘 하루 재미나게 살아야지.  세상에 부러운 것도 없고, 후회할 일도 없고, 그저 맨날 콧노래 흥얼거리며 띵까띵까 사는 내 남편이 난 진정으로 부럽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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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2-0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군께서 공중그네에 나오는 이라부 선생님과 비슷하신가봐요^^ 제 방명록에 쓰신 글 봤어요.... 어떤 글 생각이 납니다. 제가 잘가는 애완견 사이트에서 읽은 건데요, 자기가 아는 사람이 두살짜리 골든 리트리버를 개 기를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고,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게 하려고 안락사를 시키겠답니다. 그분의 노력으로 다른 입양할 곳을 찾았다는데요, 사진으로 보니까 너무도 이쁘고 멋진 개더군요. 저런 개를 귀찮다고 안락사를 시킨다니, 기가 막힙디다. 이 땅의 동물들 중 자기가 누려야 할 삶 이하를 사는 사람이 너무도 많네요....

스마일hk 2006-02-02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이 같은 성격이었어봐. 너무 피곤했을꺼야. 그래서 너희 부부가 잘 맞는거다. ^ ^
 

주말에 친정에 다녀왔다.
결혼한 후부터 친정은 내게 가끔 쉬고 싶을 때 생각나는 안식처 같은 곳이다.
삶에서 힘들때 가고픈 그런 곳이 하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금요일밤에 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돌아왔다.
그동안 친정부모님은 어떻게든 맛있는 거 해 먹이고 싶어하셨고,
같이 간 언니와 나도 평소에 손이 많이 가거나 해서 먹기 어려웠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수산물 시장에 가서 커다란 킹크랩과 새우를 사왔고,
토요일엔 찐 킹크랩으로, 일요일엔 새우튀김으로 호사를 누렸다.
늘 뭘 해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내 손으로 음식을 차리다가
때만되면 차려지는 상에 앉아 먹기만 하면 되는 이틀은 참 편안했다.

잔딱 먹고 움직이질 않으니 영 개운치 않아서,
일요일엔 아빠와 근처 산에 산책도 다녀오고,
오후엔 언니, 아빠와 고스톱을 치며 재미있게 놀았다.
운이 영 따라주지 않았던 언니는 그만 3만원이 넘는 돈을 잃었고,
그 돈들은 내 지갑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김치며, 음식들을 또 든든이 싸서
일요일 집으로 돌아오는데 늘 그렇듯이 돌아서는 맘 한구석은 참으로 찡했다.
부모를 두고 돌아서는 그 기분..... 허전해보이는 그 표정이 얼마나 아린지.

그래도 또 내 집으로 돌아오니 역시 내 공간이 좋다.
돌아올 내 집이 있다는 그 자체로 너무나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자식이란 무얼까.... 아이를 갖고 싶은 맘이 커진 요즘,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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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7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각하는 너부리 2006-01-3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셨네요. 저두 연휴기간 정신없이 서재에 오늘에야 들렀답니다. 올해에는 더 충실하려고 했는데 참 어렵네요. 들러보니 벌써 리뷰가 3개나 올라왔더라구요. 역시 대단하셔요. 저도 분발하려고요.

스마일hk 2006-02-0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이란
잘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을 주는 존재, 내가 사랑을 주는 기쁨을 주는 존재,
가끔씩 자식이 부모에게 보여주는 사랑을 받으며 한없이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

그런거 아닌가...
 

새해가 시작한지도 벌써 20일이 지났다.
새해의 다짐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규칙생활을 하며 기본적인 운동, 공부 등은 잘 해왔지만,
시간있을 때 영어공부를 더 많이 하겠다는 결심은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다.
늘 그렇듯, 시간이 더 많다고 해서 더 많은 일을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없을 때 더 열심히 살고, 더 뭐든 열심히 하게 된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는 건 의미가 있다.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도록 노력하고,
낮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며,
저녁에 멍하니 티비 앞에 앉아 서너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외출도 좀더 하며 내 삶에 조금씩이라도 활력을 줘야지.

더 열심히 하자.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니
무엇이든 열심히 하며 준비하자.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미리 기름을 준비했던 처녀들처럼
뒤늦게 혼인잔치의 닫힌 문 앞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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