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같은 거 꼽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도,
타고난 성품이 있는지라 도대체 이 짓을 안할 수가 없다.
그렇다... 내가 하고픈 말은,
별 대단할 일도 없이 또 다시 한 달이 휘리릭 지나버렸다는 거.
뭐 내가 열심히 사나 안사나 세상 달라질 거 하나 없다는 거 잘 알면서도,
늘 뭔가 해야한다는 조바심속에 사는 내가 참으로 우습다.

일년에 책 한 권도 잘 안 읽고,
쉬는 날엔 건드리지만 않으면 하루 죙일 쓸데없는 짓 하며 빈둥거리고,
5년간 시험보며 속 썩여놓고도 5년이란 세월을 허비한 걸 후회하기는 커녕 맨날 콧노래라고 부를 듯 살랑살랑 가벼운 내 남편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다.

"영어방송 맨날 녹음해놓고 하나도 안들었지?"
"응"
"아무렇지도 않아? 스트레스 안 받아?"
"스트레스 왜 받아?"

어쩜 나랑 저렇게 다른지. 나 같으면 쌓여만 가는 방송내용을 생각만 해도 좌절감이 느껴질텐데. 그래서 난방송시간에만 듣고 아예 녹음같은 건 하지도 않는다.

3일의 연휴를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보통 사람들 같으면 출근하기 싫어 괴로울 텐데, 출근 안하는 나도 일어나기 괴로웠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발딱 일어나 연휴동안 새로 산 니트를 산뜻하게 차려입고 인터넷 보며 빵을 뜯어먹고 있다. 대체 저 인간은 왜 월요병도 없단 말인가. 언젠가 물어보니 연휴가 끝나가도, 월요일이 돌아와도 아무렇지도 않단다. 요샌 혹시 회사가 엄청 재미난게 아닌가 의심스러워진다. 회사가 재미있는게 아니면 어찌 회사다니는 인간이 저리도 즐겁단 말인가.

그렇다. 결국 억울한건 나다. 무슨 일이 닥쳐도 그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을 터인데, 나만 스트레스 받고 사는 거다. 오늘부터 나도 후회라는 건 하지 않고 살아볼란다. 잘 될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재미나게 일하고 있을 그 인간처럼 나도 오늘 하루 재미나게 살아야지.  세상에 부러운 것도 없고, 후회할 일도 없고, 그저 맨날 콧노래 흥얼거리며 띵까띵까 사는 내 남편이 난 진정으로 부럽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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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2-0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군께서 공중그네에 나오는 이라부 선생님과 비슷하신가봐요^^ 제 방명록에 쓰신 글 봤어요.... 어떤 글 생각이 납니다. 제가 잘가는 애완견 사이트에서 읽은 건데요, 자기가 아는 사람이 두살짜리 골든 리트리버를 개 기를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고,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게 하려고 안락사를 시키겠답니다. 그분의 노력으로 다른 입양할 곳을 찾았다는데요, 사진으로 보니까 너무도 이쁘고 멋진 개더군요. 저런 개를 귀찮다고 안락사를 시킨다니, 기가 막힙디다. 이 땅의 동물들 중 자기가 누려야 할 삶 이하를 사는 사람이 너무도 많네요....

스마일hk 2006-02-02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이 같은 성격이었어봐. 너무 피곤했을꺼야. 그래서 너희 부부가 잘 맞는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