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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책을 거의 다 읽어가는 도중, 저축은행 7개의 영업정지에 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가 그리 녹녹하지 못한 직장인에게, 좀 더 빨리 부자되는 방법인 재테크로 (펀드나 주식 대신) 저축은행을 택한 저는 일요일날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다가 스쳐가는 뉴스 속보 티비 화면에 눈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말 그래로 눈에 확~ 빨려 들어왔습니다. 에 이 스... 맞습니다, 저도 물렸습니다. 전 진짜 남의 일인지 알았죠. 분명히 모네타 닷컴 같은 곳에서 B/S 기준 확인했거든요. 순간적으로 밥이 쓰더군요. 또 순간적으로 표정이 변했는지 앞자리에서 같이 식사하던 친구가 무슨일 있냐고 묻더군요.
물론 제가 TV에서 보던 것처럼 은행의 철망 흔들며 울먹일 정도로 충분히 부자가 아니라서(5천만원보다 많이 아래) 안정을 했습니다(시도는 했습니다만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내돈을 내가 찾겠다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과 이자는 포기하자, 그래도 원금 다 주는게 어디냐 자위하였지만 속이 쓰린 건 사실입니다.
Quants, 도박과 승부, 통계와 확률에 관심많은 수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카지노에 만족하지 못하여 다른 먹이감이면서 더 큰 판인 월스트리트로 진출하여 전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고, 과신하고, 과욕을 부려 탐욕을 낳고, 결국은 몰락한 이야기... 본의 아니게 머리고 읽기 시작하였지만 가슴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마 이들의 마음도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차이는 많겠죠, 오십보 만보쯤 되리라 생각합니다.
수학이 돈 안되는 학문이라고 누가 그랬습니까, 이 책을 보니 엄청나게 돈버는 학문입니다.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물론 분량이 좀 되기에 뜨문뜨문 읽어서 앞에 언급되었던 사람이 중간에 또 나오면 이 사람이 그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 헷갈렸습니다(가가 가가). 퀀트의 대부인 에드 소프가 도박장에서 월가로 이동하여 퀸드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동시에 불행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인생은 딜이야, 평소에 제가 하는 말인데, 거봐요 제 말이 맞잖습니까. 카지노와 월가가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과, 경제학이라는 뭔가 대단해 보이는 학문의 중심엔 인간의 아닌 수학자의 논리에 놀아 났다는 것, 파생상품이라는 알듯 말듯한 (설명을 보면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돌아보면 생소한) 논리의 복층구조 속에서 어느 순간 위험성이 상쇄되는, 즉 아이는 있는데 아빠는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모르는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워렌버핏이 또다시 진리로 확인됩니다. 세계경제의 불황을 몰고 오고, 심지어 자본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당장 제 돈이 저축은행에 물렸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퀀트가 있었습니다. 설마 퀀트들이 몰려와 한국의 저축은행에 프로젝트 화이낸싱에 불법 대출해주는데 영향을 끼쳤을까마는, 결과론적으로 더 빨리 더 쉽게 부자되고 싶은 탐욕과 부동산 거품에 무너졌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책의 중후반까지는 성공스토리가 이어집니다. 대충 유사합니다,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잘해서 어느 학교에서 전공을 마치고(혹은 다니면서), 투전판에 들어가 수학적 이론을 적용해서 돈을 좀 만지다가, 월가로 진출하여 무슨 펀드를 만들고 푼돈 자산 얼마에서 몇년만에 수억불 자산의 헤지펀드로 키운다. 기법은 LLC 모델을 사용한 차익거래 혹은 초단타거래, 공매도 등등이 사용된다. 혹은 옵션, 선물거래, 새로운 파생상품의 개념을 새로 만들어 돈을 번다. 물론 이들에겐 장기투자, 가치투자, 나발이고 없고 단순히 기술적인 분석으로 돈의 흐름을 간파하여 돈버는 기술만 있을 뿐이다.
책의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먹구름이 감지되더니 저주의 엔딩이 있습니다. 높은 레버리지, 프라임모기지,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너무 커버린 금융시장에서 더 커지지 않는 한, 제로섬게임으로 한쪽에서 따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 그만큼 잃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이는 포커와 같습니다), 나심 탈레브의 주장처럼 갑자기 예상하지 못했던 검은백조가 나타나면 전체적인 균형을 잃고 다시 균형을 찾기 마련입니다. 암담한 경종을 울려주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