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의 탄생
이강숙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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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상적인 음악 교육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담은 책이다.(음악교육에 관한 논문에 있는 주제를 소설이라는 방법을 통해 보다 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는 교육이라고 하면 빨리빨리, 하면된다, 밀어부쳐, 스파르타식 교육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모든 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 드린다. 백화점식 교육방식에 따라 모든 과목을 잘하지 못하고, 한 분야에만 특출한 사람은 낙오자가 되고, 아인쉬타인처럼 한분야는 무지 잘하더라도 그 외에 분야는 잘하고자 하는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저능아 수준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또한 우리네 교육은 비교적 관심이 없어서 못하는 과목이 나오는 경우 게으르다, 너는 왜 옆집 누구만 못하다는니 하는 식으로 비교하고 경쟁시켜, 일등 이외엔 모두 패배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버리고 만다. 요샌 점차 없어지는 추세라 정말 다행인데, 열심히 하고자 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경우엔,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그렇다고 치부되어 정신을 차리게 하는 방법(다시말해 매)이 있다. 여기가 군대냐 말이지... 덕분에 우리네 교육은 독수리도 발톱이 빠지건 말건 달리기 연습해야 하고, 사자나 호랑이도 나무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빨리달리기 위해 모든 재능을 포기해야 했던 치타 같은 사람은 4년제 대학도 가지 못하게 하여 자신감을 스스로 찾지 못한다면 자괴감에 빠져 사람 구실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물론 음악교육에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음악도 다른 영역의 학문처럼 밀어 부치면 다 잘하는 줄 알고, 다 잘해야 하는줄 안다. 재능은 없지만 열심히는 할 줄 아는 나는 얼마나 힘들었겠냐... 피아노를 몇년 배웠어도 유행가나 동요도 악보 없으면, 연습없으면 반주하지 못한다고 얼마나 힘들었냐 이 말이다.(근데 저희 형은 했거든요)

이 책은 미국 음악교육학 박사답게 작가의 교육 철학을 담은 책이다. 혹시 그냥 (입다물고) 열심히 해라 하는 책이 아닐까 의심의 눈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정말 동감동감 하면서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왜 이 책의 작가인 이강숙씨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이 되지 못하냐...

이 책은 어린아이(현영민=gifted)가 등장하고, 엄마(악역담당=현실교육)가 등장하고, 큰 선생님(강주섭=작가 자신?)과 새끼 선생님들(차근차근 교육도구)이 등장한다. 이 등장인물들의 중심에는 피아노와 음악이 있다. 작가는 이 등장인물들과 피아노를 통해 자신의 교육 철학에 대해 이끌어 간다. 즉 아이의 재능을 알아 내고, 재미를 통해 관심을 갖고, 차근차근히 아이의 내면에 있는 재능을 끌어낸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재 사교육이 주교육이 되는 현실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이 알리고자 하는 교육방식이나 철학에 대해 꼬투리를 잡고 싶을 만큼 잡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장이 더욱 심적으로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 책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현실의 밀어부치기식 교육적 방향이 너무 한방향으로만 치우쳐 있어 그 반대급부적인 생각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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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0-10-1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심정, 교회에서 성가대 반주를 몇 년씩 하면서 매주 똑같은 기도송 축도송도 악보 없으면 긴장해서 꼭 틀리고마는 그 심정을, 저도 알아요. 훗- 이강숙 작가를 교육부 장관으로 밀어줍시다! (장관할려면 시험 봐야 되나요? ㅎ_

밀어준다 2010-10-13 09:17   좋아요 0 | URL
항상 고맙습니다. 동감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어깨가 으쓱으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