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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망친 10권의 책 - 그리고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5권의 책
벤저민 와이커 지음, 김근용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을 망친 10권의 책-그리고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5권의 책, 10 Books That Screwed Up the World:and 5 Others That Didn't Help>은 '기독교와 보수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을 망친 책 15권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책의 내용중 일부는 동의 하기도 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차라리 '종교' 분야로 분류 되었더라면 읽어 내려 가면서 속이라도 편할거 같았다. 

작가는 책에 열거된 15권의 책이 없었더라면 세상이 좀 더 밝았으리라 말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마 이 책이 없었더라도 지금의 세상은 그리 많이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하는 것이 솔직한 나의 생각이다. 한 권의 책에 영향을 받아 당시의 권력자들이나 당시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세상을 어둡게 만들었다기 보단, 그 반대로 이미 어두운 당시의 권력자나 동시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대부분 피지배계층을 뜯어 먹기 위한 경우가 많다)을 채우기 위해 정당성으로 이 책을 찾아내 부각시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의 다른 근거는 이 세상에 착하게 살아라, 정직하게 살아라 하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종교나 자기계발 분야의 책들을 보시라) 그 중에서 몇 권쯤 없었더라면 세상이 지금보다 좀 더 타락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니면 현실 세상은 타락해 있는데, 도덕 교과서같은 책들이 많아 진다고 해서, 이미 척박해진 세상을 책 덕분에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예를 들어 히틀러의 <나의 투쟁>같은 책이 있기 때문에 나치가 유태인을 핍박하고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기 보단, 히틀러와 나치가 동일한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의 정당성을 <나의 투쟁>에서 찾으려 한 것이지, 만일 <나의 투쟁>이 없었더라면 히틀러와 나치가 세계대전을 일으키지 않았다라던가 까지 생각하기 힘들다. 만일 <나의 투쟁>이라는 책이 없었더라도 다른 책을 만들어서라도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를 찾아내지 않았을까 보는 것이다. 열거된 15권의 책이 없었더라면의 후회보단, 차라리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이 이런 위험한(?) 책의 내용을 열렬히 받아 들이고, 세상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만큼 불평등 했다거나, 먹고 살기 어려웠을 것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후회하는 편이 더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번째 책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턴>, 존 스튜워트 밀의 <공리주의> 찰스 다윈의 <인류의 유래>, 니체의 <선악의 피안> 같은 책은 기독교의 관점에서 교리와 다르기 때문에 이 목록에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사모아의 성년>, <남성의 성적 행위>, <여성의 신비> 같은 책 역시 기독교 관점에서 죄악인 난잡한 성을 과장 했기 때문에 목록에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원래 학문이라는 것이 보수적인 사고방식인 '다 그래' 혹은 '원래 그래'를 깨트리기 위한 방법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때에 따라서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에 혹은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기 위해 소위 '오버'하기 마련이고, 누군가가 주장한 어떠한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도구(학회, 논문 등)가 있어 지지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을 학문하는 한가지 과정으로 보지 않고 한 이론이 나왔다고 해서 전체를 그릇된 방법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러한 책들 역시 <공산당선언>이나 <나의 투쟁>과 동급으로 놓기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특히 <리바이어턴>의 경우 '사회적인 합의'를 '윤리없는 인간의 본성'보다 촛점을 맞추는 것이라 알고 있는데,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약간 무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최근 있었던 '아이티 지진에 의한 무정부 상태'나 과거 '인도네시아 폭동', 'LA 폭동'의 예를 본다면 막판에 몰렸을 경우 인간의 본성이 윤리에 많이 벗어나 있고 야만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과장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또한 몇몇 책들은 책 제목조자 생소한데, 이러한 존재했던가 하는 책들이 세상을 나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보기도 힘들지 않나 싶다.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에도 힘든데, 더군다나 악영향을 끼쳤다고 보기엔 무리가 아닌가 싶다.

인과관계상 지나친 확대 해석과 작의적인 해석, 숨은 의도로 끌고 가는 것도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작가가 주장하는 것에 반감이 생기게 한다.(원래 작가의 주장이 그런건지, 번역을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지식이 부족해서 쉽게 알아 듣지 못하는 것인지) 또한 책을 읽어 가면서 가끔씩 아주 가끔씩 보수 우익의 논리(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외는 모두 좌빨이다)를 생각나게 해 준다. 또한 일부를 보고 전체를 평가함으로써 원 작가의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게끔 인도하여 전체의 의도를 잘 못 평가하거나 혹은 훨씬 더 악의적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공산당선언> 같은 책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사상이었고,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지만, 이 책으로 시작하여 많은 선량한 인류를 공산주의에 물들게 만들어 죽음으로 몰아간 것도 맞지만, 그 책이 환영받았던 시기를 생각해 본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배려도 없고, 규칙도 없고 단지 돈 많은 일부 사람 혹은 권력은 잘살고 돈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던 상황 말이다. 책이 인류에 재앙인지 그당시의 상황이 재앙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책 저자의 의도는 제목엔 명확하지 않지만, 머릿말과 맺음말에 명확하게 들어난다. '기독교적 시각으로 본' 혹은 '보수적인 시각으로 본' 그리고 '15권의 책' 등을 첨가하여 제목을 지었으면 제목을 보고 책의 내용을 판단하기에 더 명확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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