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의 백스테이지를 엿보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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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의 백스테이지를 엿보다 -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이끄는 전략
필 베이커 지음, 조창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경고! 책의 제목 <아이팟의 백스테이지를 엿보다>만 보고 아이팟 개발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책을 골랐다면 실수하는 거다. 차라리 그 부제목인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이끄는 전략>이 훨씬 책의 내용에 맞는다. 또한 영어 원서<From Concept to Consumer: How to Turn Ideas into Money>가 가장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 준다. 책의 제목을 도대체 누가 골랐단 말인가. 제목을 이리 결정한 그가 비난 받아야 한다. 또 하나의 박수 받는 아이템 iPot의 명성에 어떻게 좀 묻어 가 볼까하는 얄팍한 상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품 개발의 참고서로 삼기에 충분하다. 비록 하나의 성공한 신제품 개발 과정이 새로운 제품 개발의 또다른 성공을 보장하진 않지만, 제품 개발 과정이나 격는 절차가 유사하므로, 꼭 자신이 경험했던 제품이 아니더라도 제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만한 하나의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바둑을 배울 때 복기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제품 개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거 같다. 그동안 품질 부서에서 팀장과 용도 개발 업무는 진행해 본적이 있고, 제품 개선 업무(새로운 원재료를 대체한다거나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단가를 낮추는 개발)는 진해해 본 적이 있지만, 이 처럼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처음하는 것이다. 개발해야 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수집부터 공부 해가면서 실험실 공간을 확보하고 새장비를 구매해서 들여 놓아야 하는 소위 '맨땅에 헤딩'하긴 처음이다. 일이 마치 고구마 줄기를 당기는 듯 하다. 실선이다 싶어 잡고 당기면 거기에 연관된 일거리들이 줄줄이 엮여 나온다. 어느 정도 일이 해결이 되면 조금 있다가 다른 고구마가 엮여 나왔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구마,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고구마가.
개발 과정에 대해서 책 53P에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제품 개발은 흥분과 실망으로 채워진 모험 과정이다. 이것은 마라톤 경주 처럼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하지만, 잘 수행하여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둬야만 한다. 그 과정은 조사, 공학, 마케팅, 그리고 직관을 잘 섞어놓은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경쟁자가 누구이며, 어떠한 장애물이 있을지 모르는 채 기능과 비용과 시간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서 관련된 사람들을 채근해 가면서 진행하는 과정이 마치 구멍난 뚝에 손을 넣어 막음으로써 나라를 구한 네덜란드 소년의 상황과 유사하다. 다만 손가락, 발가락, 손과 발을 다 넣기 전에 구멍이 자동 복구되어 손과 발이 자유롭게 되거나 나와 동일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그의 손을 대신 넣어 막길 바랄 뿐.
책을 읽어 가면서 디자인과 제품 기획은 그가 속한 미쿡에서 하지만 제품 생산(때에 따라 기획도 포함)은 중국 혹은 대만(주로 중국)에서 OEM/ODM으로 진행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일본도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데 한국은 언급이 없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는 것은 다양한 기회도 되지만 천차 만별의 넓은 선택의 영역 속에서 가장 알맞은 업체를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이라 지적한다. 세상의 모든 일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듯이 중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두는 것도 장단점이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은 단순 저렴한 임금과 잘 훈련된 많은 노동력 뿐만 아니라, 그들이 이미 OEM/ODM의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생산 기지에 대한 작가의 견해는 책 p105~107 '외주 생산이 능사인가?'에 잘 정리되어 나타나 있다.
제품 개발은 제품 양산의 완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제품의 A/S, 반품비용(불량품 및 재고)과 유통 마진, 판촉활동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즉 제품 개발자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특허에 집중하기보다 새 제품을 빠른 시간에 출시하고 제품의 마케팅 등에 더 비중을 두라고 한다. 계약서에 들어 가야한 조항의 목록(p189~191)도 이 책에 포함되었으며, 신제품의 업그레이드, 경쟁 제품의 도래, 하다못해 관련된 회사의 M&A, 구고 조정에 관한 영향 까지 고려할 사항에 넣고 있다.
이렇듯이 이 책은 세부적인 것 까지 언급되어, 내가 앞으로 개발하는 제품을 미리 머릿 속으로 그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며, 개발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뭔가 혹시 빠트린 것이 없나 확인하기 위하여 가끔 꺼내봐도 좋을 듯하며,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도 놓친것이 없나 확인하는 checklist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