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솔루션>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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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솔루션 - 갈등과 위기를 해소하는 윈-윈 소통법
아론 라자르 지음, 윤창현 옮김, 김호,정재승 감수 / 지안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과'에 대하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를 책 한 권에 담았다. 다시말해 사과를 중앙에 위치시키고, 사과와 관련된 주제를 하나씩 끄집어 내어 분석한다. 그리하여 이렇게 책 한 권이 되었다. 이 책을 사과의 원인, 결과, 분석, 영향력, 그리고 서로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한다. 과거의 다양한 사실을 예를 곁들여 설명하고 예증한다.
여기서 사과는 백설공주가 한 입 깨물다 목에 걸린 사과(apple)도 아니고, 3과와 5과 사이에 있는 4과도 아니고, 잘못에 대한 사과이다. 진실된 사과는 잘못의 인정 -> 후회 -> 해명 -> 적절한 보상의 네가지 단계를 거친다.
책의 첫인상은 투박해 보이고 딱딱해 보이지만 부분에 따라 생각외로 잘 읽히기도 하고, 부분 부분 막히기도 한다. (경험상 이럴땐 잘 읽힐때 한꺼번에 쫙 뽑아야 한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잘못을 안하고 살 수는 없다. 이 책은 이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하면 '잘' 사과를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잘' 풀어 줄 수 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도움이 된다. 항상 '잘'이라는 부분이 어렵긴 하다. 시기적으로 너무 빨라도 안되고, 너무 늦어도 안되고, 기본적으로 솔직해야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사건이 있다. (지금 책을 읽다가 생각한건 아니고 몇년전 문득 기억난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테니스공으로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동네 형(잘 알지 못하는)이 갑자기 끼어들어 포수를 봐줬다. 안타를 멋있게 치고 방망이를 집어 던졌는데, 아뿔싸 그 형의 앞니를 정통으로 때려 2개를 부러트렸다. 집에 와서 야단 맞을까봐 말을 못했다.(지금도 모른다) 당사자에게 사과를 하고 싶고, 보상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몇 년 전의 일이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혹은 주변에 계시면 알려 주세요) 사과는 항상 어렵다. 용기도 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을 알면서 사과를 고의로 하지 않은 것은 더 옳지 못한 일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고, 또한 그것을 풀어 나가는 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원인, 결과, 그리고 타당성에 대해 여러 각도의 조명해 낸다.
책의 겉표지를 보면, '피해를 줬다니 유감입니다'는 부분이 나와 있다.(책의 본문에도 나온다) 밑에 해설도 나와 있다. '이런 발언 중에 실수를 저지른 데 대한 책임을 자체적으로 전하는 표현은 하나도 없다. 어투에 따라 관심과 후회를 담은 유의미한 소통이 될 수는 있지만, 교만하게 선심쓰는 척하는 우월감의 표기다 될 수도 있다. 한 술 더 떠서 책임에 대한 인정없이 용서를 끌어내려는 교활한 수단으로서, 심지어 피해를 당한 측이 지니치게 감정적이라 추궁함으로써 상대방을 탓하려는 시도로도 이용될 수 있다. 여하튼 이러한 발언들 모두 사과가 아니다.' <- 명확하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알게 모르게 이런 표현을 구사하였던가. 그리고 많은 정치인들이나 친구들로 부터 이러한 정치적인 사과를 듣고 분개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감정을 어떻게 언어로 바꿔 표출할 수 없어서 마음속으로만 분해했던 것을 정확히 꼬집어 언어로 표현해 주는 것이 이 책의 무한한 강점이다.
최근의 예로 몇 일전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었다. 해방된지 무려 64년 만이다. 사과를 해야할 당사자들은 그 이후의 공로를 앞세워 적반하장적인 행동을 보인다. 꺼꾸로 정의를 공개하려는 사람들의 경력을 문제삼아 친일사전을 문제삼고 근본적으로 친일행위 자체를 무시하려는 만행을 보인다.(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한다. 분명히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은 했는데(그 다음 말을 강조 하고 싶음), 너희는 안했냐(물귀신), 그것은 이것 때문이고(핑게), 나로썬 어쩔 수 없었고(정당화), 혹은 나만 그런게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책임희석,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혹은 당신도 이런 이득이 있지 않았느냐(결과적으로 보면 너를 위해 한 일이다), 이쯤되면 사과인지, 자랑인지, 헷갈리다 못해 말문이 막힌다.
책을 읽는 동안 (특히 잘못된 사과의 사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편향된 시각으로 사건을 호도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단지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인 사과에 대해 견주어 왔던 지배계급의 사과의 기억을 끄집어 당기기 때문이었다. 또 나를 되돌아 본다면 사과하는 용기보다 알량한 자존심을 가지고 내 자신이 답답하면서도 끝끝내 버티고 있는 나의 고집도 보인다.
사과와 용서와의 관계, 사과와 미래, 사과와 타협의 차이점 공통점, 사과와 종교, 사과와 문화, 사과와 지역, 사과와 무시기... 한가지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많은 주제를 나눌 수 있구나 경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