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도, 두려움도 없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 - 20대 여자와 사회생활의 모든 것
이여영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 - 3학년 전공서적의 표지에 써 놓은 글이다. 당시 그 시대를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던 과거의 내가 당시의 현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자국이다. 전공서적에도 여러 분야가 있어 관련 없는 분야로 진출했다면 이 책은 다른 많은 전공 서적처럼 먼지를 뒤집어 쓰고 나의 기억에서 잊혀질 법한데, 하필 이 책이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에 연관되어 가끔씩 끄집어 내어 보다가 눈에 이 문구가 닿곤 한다. 지금도 당시의 내가 고민했던 것만큼 과연 참된 삶을 살고 있는지, 노력을 해오고 있는지, 댓가를 지불할 의지가 있는지 뒤돌아 보는 기회도 된다.

이 책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을 읽으면서 작가가 고민했던 흔적들을 간접적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규칙'과 '두려움' 이라는 그리 연관성 없어 보이는 두가지 추상명사를 가지고, 더군다나 둘 다 부정하는, 다소 애매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계란으로 바위친 29세 여성기자 출신 프리렌서가 쓴 책이다. 중앙일보라는 거대한 언론 권력 안에서, 광우병 혐의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와 촛불집회라는 너무도 당연한 (간단하게 볼 수도 있는) 사안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더나아가 이념의 문제까지 걸고 넘어지던 부정적 확대재생산의 주체를 중심 가까이서 본 사람으로서, 할말을 한 (그들의 관점에서 삐딱한) 글에 대한 그들의 감정적인 대응은 너무도 자연스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위와 같은 전제를 깔고 본다면 부분적으로만 정답일 것이다. 더 깊이 생각해서 본다면, '20대'과 '여성' 이라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사회적 두가지 기반을 동시에 딛고 있는 상황의 경험자가 그 상황을 다소 적나라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노력들을 서술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처지를 대변함과 동시에, 또 다음에 똑같이 격을 수 밖에 없는 다음 세대들에게 설명함으로서 약간의 마음가짐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책의 초반엔 직장생활에 대한 신입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적나라게 까발린다. 신시야 사피로의 책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이 핵심적으로 정리하여 나열했다면, 이 책은 상황과 설명을 보다 적나라한 방법으로 알려준다(까발린다 라는 표현이 보다 적당할거 같다). 일한 기간은 몇 년밖에 되지 않더라도 제대로 맥을 짚고 있다고 본다. 다만 너무 비관적으로만 숨가쁘게 몰아가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직장생활을 10년쯤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대체로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p138의 내용처럼 직장은 일하러 가는 곳이지 친구를 사귀러 가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일이란게 나의 일만 잘해서 되는 곳이 아니라, 정치를 잘해야 하는 곳이긴 하다(때에 따라 정치의 비중이 더 클 때도 있다). 내 업무는 기본이고 업무에 대해 포장을 잘해야 하는 부분이 남에게 인정받는데(혹은 노력을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도움이 되는 비중이 크다. (사담이지만, 책을 읽다가 작가와 같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줄 알면서, 현명한 이와 연애나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글을 쓰다가 생각해 보니까 해본 적이 있었다. 하하하))

갑자기 책의 중반엔 술에 대한 이야기로 방향이 틀어진다. '잘 먹고 잘 놀자' 분야를 담당했던 기자답게 포도주, 위스키, 막걸리까지 술 자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술 주변의 이야기가 진탕 벌어진다. 작가가 글을 맛깔나게 쓴다는 것이, 이 책을 읽어 내려 가고 있노라면, 과거의 그 술을 마셔본, 나의 뇌의 한구석에 얌전히 자리잡고 있던 기억을 잘도 끄집어내, 간접적으로나마 술의 향취와 맛을 입안에 돌게 하여 술 몇잔 맛본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7장에 와서 (드디어) 촛불 논조에 항의하다 짤린 전후과정과 전개과정의 뒷이야기가 설명된다. 인터넷 기자의 글 답게 순화된 언어로 순화되지 않은 내용이, 때로는 담담히 때로는 격렬하게 서술된다. 양심에 따라 내린 결정이 프리랜서로서 치열한 또다른 삶의 새로운 분야로 계기가 나아가게 되었음으로 결론 내리면서 책은 마무리 된다.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작가에게도,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도 세상을 더욱 치열하게 열심히 살기 바라고, 나로부터 시작해서 내 주변부터 조금씩 바꿔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책의 제목은 규칙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고 하지만 책의 형식과 주관을 뚜렷하다. 그리고 방향에도 동의한다. 책을 처음 받아든 후, 제목을 보고 작자의 이름을 보고 책의 뒷면을 보고도 이 책의 성격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몇 장을 읽고 나서야 책의 저자가 누구인가를 어렴풋이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잘 알진 못하지만, 그 때 그런 사람이 분명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매우 안타까운 점은 그녀가 참된 삶을 위해 반기를 들었던 유일한 기자였다는 점이다. 기자는 단순히 나팔수가 불어대는 나팔일 뿐이라는 것, 그 나팔 자체에는 스스로의 의지도 없었고, 생각도 없었고, 영혼도 없었고, 열정도 없었고, 시대의식도 없었고, 감정도 없었다고 상기시켜준 현실이 내겐 너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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