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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
엘렌 호지슨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현재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경제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에 관한 신뢰감이 떨어진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산업중 하나인 금융산업이 거품에 기반을 두고 있다니 가치관에 혼란이 온다. 금융산업에 대해 해박한 누군가가 이 책의 내용은 거짓이라고 말해주면 속이 좀 편할 것 같다. 거짓을 유포시켰기 때문에 <미네르바>를 구속시켰다는 정부처럼 말이다. 사실을 말하기 때문에 진실을 애써 감추던 이들이 속이 뒤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재 우리 사회에 닥친 경제 위기라던가 불황이라던가 하는 것이 더 가슴에 와닿고, 이 책 <달러(The Web of Debt)>의 내용과, 몇 일전 케이블 TV에서 봤던 조세피난처(Tax Paradise)에 관한 다규멘타리도 같은 선상에 있어 불안하게 한다. 나와 내 나라가 이 책의 표현처럼 빚거미(Debt spider)의 거미줄에 매달려 빠져 나오려고 하지만 그럴 수록 더욱 엉켜, 결국은 거미의 처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빚거미는 연방준비은행과 그 이사회, JP모건체이스나 시티은행 같은 거대은행들이다. 장막의 뒷편에서 세상을 조종하는 <오즈의 마법사>의 오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발 경제 위기로 시작된 현재(2009년) 한국의 경제 불황은, 이 책에서 제시한 일이 사실이라면, 다시 미국에서 시작할 부채나 채권, 파생상품, 헤지펀드 혹은 다른 어떤 것이든지 한번 터지기만 하면 한국은 더욱 큰 혼란에 빠질 듯하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저지른 잘못이 아닌, 미국의 경제/금융시스템에 의존한 결과가 원인일 듯하다. 97년 IMF로부터 도움을 받은 바 있는 우리의 경험으로 볼 때,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안다. 책을 읽어 갈 수록 도움을 받았다기 보단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일종의 배신감이 들었다.  

상업은행은 지불준비금으로 인한 자금의 뻥튀기와 그로 인한 이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이것은 투자은행과 비교한다면 이 것은 약과이다. 이 책 <달러>에선 이들 투자은행을 해적떼로 표현하며,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 나라(여기선 멕시코, 러시아, 구공산권 국가들, 중남미 국가들,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을 예로 들고 있다)를 경제적으로 붕괴시키고, IMF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후, 융자를 이유로 변동환율제 같은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 제도를 바꾸게 한 후, 거대자본이 들어가 양질의 산업을 사들인 후, 다시 융성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후 빠져 나온다. 투기 자본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지만, 그 이익금은 어디서 나왔겠는가, 바로 피해국의 국민들에게서다. 이들에겐 돈 이외의 그나라 국민들의 인권이나 빈곤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외환위기를 틈 타, IMF 때 들어온 외국자본은 손쉽게 한국은 시중은행 2개와 많은 알짜 기업들을 집어 삼켰던 것을 상기시킨다. 덕분에 지금도 국내 대기업의 상당수의 지분은 외국 자본이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나 회계의 투명성 개선의 효과는 있었지만, 그 댓가는 너무 컷다. 그 결과는 막대한 외국인 지분과 그 근본에는 헤치펀드와 결탁한 외국 금융자본이 있었다. 지금의 경제 위기도 우리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부실 부동산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에서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것 아닌가. 또한 우리의 증권시장도 외국의 투기자본에 휘둘리고 있지 않은가.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배웠듯 그 나라의 정부가 화폐를 미친듯이 찍어냈기 때문이 아니라 외부에 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고, 산업기반은 파괴되었지만, 다시 건설되지 못했고, 대량실업사태가 일어난다. 이것을 '나치'정권이 나타나 단지 2년만에 실업문제를 해결했고, 독일을 국가답게 만들었다. 나치는 유태인을 학살하고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것을 비난받아야 하지만, 경제문제를 짧은 시간안에 해결했던 해결책은 배울 만하다. 바로 국유화된 중앙은행을 통해 명령통화를 발행하고 통제하였다. 이런 견해는 지금의 미국에서 보는 것 처럼 국가가 통화에 대한 통제권을 탐욕스러운 몇몇 민간에게 빼앗겨 금융이 국민들을 노예화 했다고 결론내린다(p353). 여기에 금본위 제도도 없었다. 러시아 혁명 후의 러시아, 막대한 석유매장량을 가진 멕시코의 다른 예를 통해 보여준다.

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에 배웠던 논리, 즉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통화량의 증가 때문이고, 돈을 미친듯이 찍어대는 정부 때문이다는 라는 것은 거짓이라고 p163 건지섬의 이야기에서 보여준다. 화폐를 찍어 댔기 때문이 아닌 외부요인이 있었다. 주요한 원인으로 환율의 평가절하를 꼽는다(p365 전후). 외신과 IMF는 변동환율을 적용 하라고 무엇인가 꿀리는 정부를 부추긴다. 통화는 폭락하고 그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그 때문에 국민은 가난해진다. 그 배후에는 바로 외국의 금융자본이 있었다. 그것을 극복한 말레이시아와 중국의 성공 사례도 보여준다.

현재 현정부와 외신은 한국경제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외신은 한국경제는 위기라고 말하고 정부는 괜찮다고 한다. 외신을 이용하여 한국을 찔러 보는 외국자본의 야비하고도 비겁한 전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손바닥으로 햇볕을 가리려는 얄팍한 정부라는 생각에 비중을 뒀지만, 앞으로는 정부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겠다는 생각했다(물론 믿음직한 정부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반면에 여윳돈이 좀 있다면 금을 사두면 어떨까, 아니야 요새 너무 많이 올랐어, 그럼 무엇을 사둘까 하는 소시민적인 고민도 생겼다.

금융상품으로 촉발되어 현대 산업과 사회에 위협이 될 금융위기는 마치 <가족오락관>의 폭탄돌리기와 유사하다. 동물 들어간 속담대기 같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 폭탄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야 한다. 약속된 시간이 지나면 밀가루나 꽃가루가 터져 엉망이 되는 시한폭탄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돌려 터지길 바라는 것 처럼 위험을 알고도 다른사람에게 전해 주고 나는 빠져 나와야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헤지펀드와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은 기반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 규모가 너무 커서 파괴적이고, 위협적이다. 다음은 미국이 될 수도 있다고 이 책은 경고한다. 미국의 현재는 몇년전 카드대란을 맞았던 한국과 비슷하다. 재정적자가 누적되어온 국가 미국과 재정적자가 심한 미국가정은 한국의 카드 돌려막기때처럼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책의 초반과 중반에 겁을 잔뜩 줬지만 35장, 36장에 오면 다소 위안이 된다.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p508 시멕통화의 이야기도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해결책으로는, 단순한 장부에 기입에 의한 부채의 상환이다. 책의 38장과 39장에서 몇가지 예를 들어 보여준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은행 국유화를 들고 있다. 국유화는 사회주의 냄새가 나는 용어이긴 하지만 중앙은행을 정부기관에 두고 있는 세계의 많은 나라의 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퉁화의 통제권을 밀실의 거대은행출신의 몇몇 개인이 아닌,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정부에서 책임을 진다. 다른 부수적인 장점으로 은행권에서 얻는 막대한 이득을 국가기관에서 흡수할 경우 국민의 세금을 많은 부분 대체할 수 있다. 즉 감세까지 나아가는 것을 이책은 주장한다. 어차피 구제금융이나 다른 순화된 용어로서, 세금으로서 은행을 지원하는 일에 정부는 지출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리고 파생상품에 대해선 거래세를 물리는 것을 제시한다.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많은 대안들을 제시한다.

맨 마지막 47장에서 용어 정리와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요점 정리를 해준다. 분량이 많다던가 시간이 부족하다 해서 읽기 중단하였지만 결론을 알고자 하는 분들은 47장만 보면 좋을 듯하다. 충분한 설명과 근거는 1장에서 46장 까지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안은,

1) 화폐의 발행은 중앙은행에서 소유하며, 중앙은행은 정부가 소유한다. 

2) 연방준비은행과 거대은행에 대해 회부감사를 시행한다.

3) 연방소득세는 폐기 한다. 

4) 정부가 지방은행망을 구축하고, 부실은행은 인수한다. 

5) 미 정부가 새지폐를 발행하여 연방 채권을 매입 혹은 채권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

6) 대체에너지나 공공주택같은 세금을 대체할 수익 모델을 정부가 추진한다. 

7) 파생상품을 규제하고 조절한다. 

8) 국제협정을 통해 새로운 통화를 개발한다. 또한 환율연동이나, 시장조작금융의 규제, 불공정한 부채 해소 등도 다룬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현대 사회의 금융 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짚어 알게해준다. 책의 전반부, 중반부는 잔뜩 겁을 주고,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게 한다.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물질만능주의에 따라 움직이는 현대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현대 사회 자체 붕괴로 이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안겨준다. 또한 몇가지 대안을 제시함으로서 다소 위안을 준다.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지 현실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좋은 출발은 될 것 같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당연히 <오즈의 마법사> 하하하. <오즈의 마법사>는 내가 개인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처음 뗀 영어책이었다. 만일 내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면, 이 책으로 교재로 하려고 했었다. 이 책의 내용은 단순히 한 여자아이가 토네이도에 휩쓸려 이상한 나라로 떨어져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마법사를 만나고, 마녀를 때려잡는 내용이 아니라 통화와 금융권의 상징이었다는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금의 단위 온스 = 마법사 Oz = 금본위제를 상징한다. 도로시는 평범한 미국인이고, 도로시를 캔사스로 돌려보내는 은구두는 은본위제로 돌아가자는 의미이고, 뇌없는 허수아비는 농민, 양철나무꾼은 공장노동자, 겁장이사자는 은본위제도의 주창자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상징한다 등이다. 혹시 영어 원문으로 읽어 보고 싶으신 분들은 (http://www.gutenberg.org/files/55/55.txt)에서 다운받으면 된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한국의 기획재정부, 금융통화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혹은 한국은행에서 통화량과 금융상품의 의사결정권자 혹은 그에 관한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 그리고 그 같은 일을 앞으로 하실 분들과 그 지원자는 한번쯤 읽어 봐야 할거 같다. 나 같은 일반 서민은 알면 알 수록 그냥 이런 일이 있나보다 하지만 어쩌랴 하고 가슴만 답답할 뿐이지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문제의 발생원인이 단순한 것(장부에 기입함으로 부채발생)처럼 해결 방안도 단순(장부에 기입함으로 부채상환)해 보인다. 금융문제 해결의 실마리 p554, '이 시점에서 국가 파산을 막는 유일한 길은 그저 정부가 명령화폐를 발행하고 자신의 채권을 되사서 폐기하는 것뿐인 듯하다.' 

그리고 p25,26에서 던지는 책의 화두. 나열된 문제점들과 그에 관한 사실들. 답답해 지긴 하지만, 사실이라서 불행하긴 하지만, 사실이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받아 들여야 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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