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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2번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 Decca Legends
브람스 (Johannes Brahms) 작곡, 칼 뵘 (Karl Bohm) 지휘, 빌헬름 / 유니버설(Universal)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늘 피아노 주변에서 맴도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나도 교향곡, 바이올린 독주곡, 첼로 협주곡, 혼 협주곡.. 등등등 많고도 많건만 이번에도 피아노 협주곡을 고르고야 말았으니... 왠지 피아노가 아예 없으면 선뜻 사기가 아깝다.
아무튼. 브람스의 협주곡에 감동한 것은 지난 여름 그리스 올림픽 때 늦은 밤 TV에서 보여준 다니엘 바렌보임의 연주였다. 기대도 안 하고 휙휙 돌려대던 TV에서 파란 바다와 함께 돌로 지어진 멋진 야외 무대에서 울려퍼지는 브람스 협주곡은 환상적이었다. 베토벤의 소나타는 다니엘 바렌보임의 연주만 듣는다는 친구를 본 적이 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이 앨범에는 두 곡의 B flat Major협주곡이 들어있는데, 하나는 브람스고, 다른 하나는 모차르트다. 곡의 Key는 그 곡의 타고난 성격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아기가 태어날 때 타고난 성격이 있듯이, 곡의 기본적인 성격을 결정한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flat key는 으뜸음이 검은 건반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다소 여성적이며 부드러운 느낌이 나고, sharp key는 안정적이고, 경쾌하며 상대적으로 남성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나는 B flat 보다는 거기서 단3도 내려와 구성진 멜랑꼴리를 표현하기 좋은, g minr를 좋아한다.)
flat key의 부드러움과 아무리 길어도 지루하지 않은 브람스의 멜로디 진행, 그 후에 이어지는 모차르트의 따듯하고 이야기하는 듯한 멜로디가 이어진다.
박하우스의 연주는 마치 손자를 앞에 앉혀 놓고 옛날이야기를 해 주는 다정한 할아버지처럼 연주하더라. 무척 안정감있고, 단 한 음도 거슬리는 음이 없다. 그의 음악은 전혀 차갑지 않고, 담담하면서 다정하게, 이야기하듯 연주한다.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끄럽거나 튀거나 에너제틱하지 않다하여도 충분히 흥미진진하며, 새록새록 재미있는 것처럼, 그의 연주를 듣고 나면 '아~재미있다' 하는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