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노래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밟게 된다. 나는 주로 음악에 이야기를 많이 접목시키면서 레슨을 하는데, 이것은 바로 음악은 하나의 언어와도 같기 때문이다. 하나의 알파벳이 모여서 단어를 이루고,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되며, 문장들이 모여 문단이 되고 문단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글을 이루듯이 음악에도 하나하나의 음들이 모여 아티큘레이션과 프레이즈를 만들고, 프레이즈들이 모여 하나의 단락을 만들고, 단락 단락이 모여 하나의 곡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적인 언어에 있어서 기본적인 것은 역시 악보를 보는 기술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것은 궁극적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우리도 쭉 국어 공부를 하다보면, 가나다라를 몰라서 글을 못 읽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음악도 꾸준히 연주를 하고 공부하다 보면, 악보를 읽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시나 좀더 어려운 문학 작품을 읽을 때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음악도 그 단위가 길어지고 음악적인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단순한 계이름의 파악이 아니라 음과 음 사이에 숨겨져 있는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여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연주를 하려면 조성의 변화와 임시표들, 악보에 그려져 있는 다이나믹, 음의 도약 등 악보의 깊숙한 곳까지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음악은 참으로 재미있어서 단순히 음악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좋은 소리'에 대한 이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원고지에 예쁜 글씨를 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좋은 소리에 대한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는 일단 좋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방법이고 가장 편하게 음악적인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일차적인 방법이다.
우리가 갓난아이여서 걷지 못했을 때 누가 걷는 것을 일부러 말해 주지 않아도, 엄마, 아빠가 걷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걷기 위해서 다양하게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음악도 좋은 소리에 대한 이미지를 '듣기'라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을 일찍 시작한 사람, 그리고 (클래식컬한)음악적인 배경에서 자란 사람은 그마만큼 메리트가 있다 하겠다.
영어를 배울 때도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발음과 영어적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도 어릴 때부터 듣고, 몸으로 익힐 때 별다른 노력이 없이도 자연스럽게 좋은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게 되고, 음악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적인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좋은 귀를 가진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참 중요하다. 아니, 이건 당연한 거라고 하겠다. 선생님을 잘 못 만나거나, 독학(?!)으로 잘못 닦여진 음악은 나중에 고치기가 참으로 힘이 들며, 아예 공부하지 않은 사람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아직도 음악에서 배울 것이 많고, 공부할 것이 많은 학생이지만, 음악은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언어이며 언어 그 이상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