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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김민섭)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앞에 (2016-OO)이라고 연번을 붙이는 까닭은 올해 나의 독서 목표와 관련이 있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이상 올해 2월 22일자로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결코 명석하다고 볼 수 없는 나의 지적 수준으로 박사까지 했으면 인간 승리에 해당한다...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아울러 이 이상 바라는 일은 인간의 양심에 어긋난 일이며, 상식을 벗어나는 일탈행위로 규정지을 수 있다고....도 확신한다. 따라서 내가 앞으로 더이상 아카데미즘을 기웃거리며 어딘가에 발 한짝 쑤셔넣어볼까..혹은 새끼손가락 손톱 정도 걸쳐볼까...하는 짓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세계는 그들만으로도 벅차다고 나는 생각한다.
공교롭게 이 책을 읽은 후로 이런 나의 생각은 더 굳어졌다. 지은이인 '309동 1201호'님은 국어국문학 전공인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에 존폐 위기에 몰렸던 그런 과다. 도대체가 취업이 잘 안되는 과이고, 정체성도....좀 그렇다. 왜냐하면 언어학과, 문예창작과, 국어교육학과, 한국어학과 등이 국어국문과의 역할을 조금씩 나눠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 과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일반인들은 궁금해한다. 이들이 들으면 천지가 개벽하고, 세종대왕이 진노할 망언이지만 대학 평가를 취업률로 따지는 시대적 흐름을 감안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뭐...예상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이들의 취업은 신문방송학과나 문헌정보학과 등과 견줄만하다.
여전히 신춘문예가 성황이고,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주목받는 우리나라이지만 '문예창작과'가 등장한 이후 국문과의 위상은 위태로워졌다. 그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여튼 문예창작과 출신이 글을 쓰면, 국문과 출신이 평론해주는 형태로 큰 줄기가 잡혀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창과 출신이 평론도 못쓰리란 법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나마 국문과가 힘을 쓰고 있는 분야는 학술대회와 같은 아카데미즘이다. 문창과 친구들도 논문이란 것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작품을 책으로 묶어 내놓는 형태로 학위를 받는다. 그렇다면 저널에 발표되는 글쓰기와 동떨어진 글쓰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희미한 옛 그림자처럼 추억하고자 하지만 학술적 글쓰기는 정말이지 무미건조하며, 비인간적이고, 쓸데없이 규범이 많고, 지나치게 논리적이다. 그래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그 어체를 따라갈 수가 없다. 교수들이 이상한 그들만의 어투로 말하는 까닭은 모두 그 저널에 기고하는 논문들 때문이다. 의사들이 의료용어로 대화하듯 교수들은 그들의 언어가 있다. 생활인들과 접촉하지 않는 편이 그들의 글쓰기에 유리하다. 말이 꼬이기 때문이다.
'309동 1201호'는 야심차게 글쓰기를 시작했고, 글도 야무지게 잘 쓰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연애 이야기는 철저히 제외되어 있어 사생활과 글쓰기를 연관짓지 않는구나...음...다시 말하자면 이 글은 자신의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이 속해있는 어떤 집단을 대표해서 쓰고 있는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그의 글에 대해 쏟아지는 관심과 비난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었겠다...라고 생각했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그리 명석하지 않다. 따라서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만했지 이것이 맞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실제적으로 이런 것을 누구와 이야기할 수도 없고, 이야기한다한들 대답해 줄 사람도 내 주변엔 아무도 없다)
'309동 1201호'는 사회학을 했다면 더 잘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학자는 일단 경계에 있어야 한다.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를 들여다보는 입장이라는 것이 딱 그 경계에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09동 1201호'는 아카데미즘과 그 밖의 이야기를 잘 엮어 나가고 그 자신은 아카데미즘에 당연히 속해야 하는 사람으로 행동하면서도 그것을 굉장히 날카롭게 비난한다. 그러나 그 속에 들어가기를 포기할 의지는 없다. 그냥 이 바닥이 이렇게 더럽구나....에이 씨팔 못해먹겠네...하면서 다른 일을 찾기보다 그냥 거기 있는다. (최근 신문기사를 읽으니 그가 시간강사도 그만 뒀다고 하던데 여튼 이 지면은 오로지 이 책에 대한 리뷰이므로...)
마르크스의 이론은 노동자와 자본가로 대표되는 사회구조론으로 설명된다. 사회가 구성되고 돌아가는데 작용하는 복잡한 매커니즘을 대단히 단순하게 바라본 것이다. 그가 살던 시대에는 이런 논리가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아니다. '309동 1201호'의 논리도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고쳐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금 더 상황이 나은 시간강사들을 만나보고, 혹은 더 상황이 나쁜 시간강사들을 만나보고 그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면 더 힘을 갖는 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