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 - 이안 동시 평론집
이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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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 선생님은 동시계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하고 계신 분이다(본인은 '거목'이라는 단어를 매우 못마땅해 하시겠지만..). 글 쓰는 사람들 흔히 '작가'라고 통칭되는 분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백석류'이다. '백석류'를 붙여서 쓰니 꼭 하얀색 석류를 뜻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고 본명이 백기행인 백석 시인과 같이 타고난 글꾼인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뭐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 물고 태어나신 분들이라 뭘 쓰든 절창이 된다. 이 부류는 작가계의 로열 패밀리로써 감히 넘볼 수 없다. 최근에 나는 한강 교수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두 번째 부류는 '정지용-임화류'다. 두 분을 폄하하려는 뜻은 전혀 없고, 뭔가 처세에 능하고 세력 만들기에 능한 인간적인 기운 강한 작가들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렇게 썼다. 정지용 선생님은 당대에 매우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받은 동시에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누렸던 굉장히 운 좋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임화 선생님은 월북 작가가 되는 바람에 남쪽에서 연구된 바가 적지만 여튼 필력보다는 처세에 능했던 분에 속한다. 작가동네도 사람이 사는 사회다. 권력 구조는 단 두 명이 모인 자리에서도 생긴다. 완벽한 평등은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에서 없으리란 법은 없지만 이상적 이론이 현실화되기란 그 결과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그러므로 인간 세상의 권력 구도는 늘 언제나 있어 왔고, 현재도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이건 전적으로 내 주관에 의한 발언임을 밝히며).

 힘 겨루기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이고, 지더라도 얼만큼 지느냐다.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가려지는 경쟁은 서로 힘만 빠진다. 정지용은 그냥 힘빼는 처세에 능했고, 임화는 힘 얻는 처세에 능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튼 글쓰는 것이 직업인 이 사람들도 글 말고 다른 것으로 '쑈부'를 보려는 이들이 좀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부류들이 중앙으로 진출하여 힘의 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작가동네도 사람사는 세상이니까...

 

 마지막으로 '개미작가'들이 있다.

 이건 순전히 내가 주식시장에서 따온 말인데.....'개미'들은 큰 손이 이리저리 짜놓은 판에 아무것도 모르고(가끔은 알고서도 어쩔 수 없이) 성큼 들어서는 이들을 통칭하는 상징어다. 이들은 시종일관 치졸하고, 불쌍하고, 쫌생이 같다. 큰 손들을 부러워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될 수 있을지 늘 공부한다. 다단계의 마지막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진짜 칼 잠 자가며 노력하는 것이다. 이 시대에는 이렇게 수많은 '개미작가'들이 산재하다. 요즘은 큰 손의 세력이 평범한 노년 어르신들에게도 뻗쳐서 평생교육원 시창작 교실에 가보면 하루에 10편 이상 시를 써낼 수 있는 다작의 어르신들이 계시기도 하다. 슬픈 일이다. 그 많은 시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한다는 말인가? 개미를 위한 법적 조치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함에도 이 동네는 도대체 그 보이지 않는 큰 손들이 자기 글 쓰느라 바빠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신춘 소설 한 편 봐주는 데 얼마얼마라더라....시는 그보다는 좀 적게 들지만 손 한 번 댔다하면 그 사람이 봐준 티가 하도 나서 붙일 수가 없다더라....등등 '뭐라 카더라'식의 '썰'이 판을 친다. 불쌍한 개미들은 그 썰을 또 정보인냥 몰래 듣고 혼자 공부한다.

 

에휴 개인적으로 '개미작가군'에서 이제 막 빠져나온 '탕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습기도 하다.

 

이 안 선생님의 동시 평론집은 아주 훌륭하다.

다만 그동안 교교하니 고요했던 동시 바닥이 추천하는 사람 이름 석 자만으로 유력지에 등단이 가능한 바닥이 되지 않을까 하여...그냥 좀 쓸쓸하게 적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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