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생활 기록장
일주일만에 연필을 깎고
지우개를 찾고
온 몸을 짓누르던 갑옷들을 차례로 벗고
책상 앞에 반듯하게 앉아
나의 사생활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십대가 저물무렵 이미 사망해버린
나의 나를 위로하며 하나둘 복기해가는 글자들
남이 엿보는 남을 엿보는 사생활의 기록들은
연필 끝에서 순서없이 날아올라
멀어져 간 것들의 안부를 묻는다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을 끝끝내 사랑하였다는
지지부진한 고백들이 반복되는 기록은
아이큐 검사의 틀린 그림 찾기처럼
매우 난해하며 난감하며 거의 쓸모없는 노동을 요구한다
그러나 자못 결연한 나의 연필들
부질없는 노동에 대한 애틋함
그래 누군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지우개는 단 한번도 쓰여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