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느날 콩벌레가

 

벽에 다가서는 시간

뒤척이던 밤 사이 근질거리던 갈비뼈가

아치형 무지게로 변신하여

몸을 둥글게 말아 올리는 요가의 세 번째 동작에 집중하는 시간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누군가를 향해 팡 소리를 내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는 시간

누군가의 마음이 저 콘크리트 벽을 뚫고 바람의 굳은 살을 헤치며

또 다시 누군가의 마음으로 달려가는 시간

마비된 하반신을 아무리 주먹으로 쳐봐도

아픔을 느낄 수 없는 시간

희롱과 성스러움의 구분이 없어지는 시간

고통을 모르는 나는 오로지 콩벌레에 집중해야만 하는 시간

콩벌레의 존재 이유와

통곡의 벽으로 질주하는 콩벌레의 본능에 대해

깊이 고찰해야 하는 매우 중차대하고 무료한 시간들에 대하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