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느날 콩벌레가
벽에 다가서는 시간
뒤척이던 밤 사이 근질거리던 갈비뼈가
아치형 무지게로 변신하여
몸을 둥글게 말아 올리는 요가의 세 번째 동작에 집중하는 시간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누군가를 향해 팡 소리를 내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는 시간
누군가의 마음이 저 콘크리트 벽을 뚫고 바람의 굳은 살을 헤치며
또 다시 누군가의 마음으로 달려가는 시간
마비된 하반신을 아무리 주먹으로 쳐봐도
아픔을 느낄 수 없는 시간
희롱과 성스러움의 구분이 없어지는 시간
고통을 모르는 나는 오로지 콩벌레에 집중해야만 하는 시간
콩벌레의 존재 이유와
통곡의 벽으로 질주하는 콩벌레의 본능에 대해
깊이 고찰해야 하는 매우 중차대하고 무료한 시간들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