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내며.

 

너를 마주하고 앉으면

내 입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귀가 꽃피지

빠르게 번지는 두드러기처럼

내 손바닥, 발바닥, 배꼽, 사타구니, 쇄골 언저리까지

온통 귀들 뿐이지. 예민한 귀 꽃들 뿐이지.

네가 나에게 말을 건넬때마다 수십개로 늘어난 내 귀들은

활자를 해체시켰다가 다시 조합하는 수고롭고 성가신 일들을 나눠하지.

온통 귀들 뿐이지. 바지런한 귀 꽃들 천지지.

'여기가 끝'이라는 너의 말을 마음대로 이리저리 찢고 부수고

그러다 다시 붙이고 옮겨 '여기가 시작'이라는 말로 재구성하지.

부서지지 않도록 여러번 매치다가 비로소 몸 속으로 들이는 내 귀들

입이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이런저런 구차함을 말했으련만

대신 온 몸에 뿌리내린 아기 주먹만한 귀들이 일제히 몸을 흔들어

그대에게 충성을 맹세하네 내 사랑의 종말을 축복하네

귀 꽃들의 종착역은 아득한 추억이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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