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달

 

수선화 등불처럼 타다닥 일제히 켜질 때

꽃 잎이 벙글어져 나비들 수시로 들락일 때

느릿한 두 손가락으로 자태 고운 잡초를 사정없이 뽑아낼 때

나는 옷깃을 부둥키며 수선스레 흐느껴 울었네

바람 속에서도 당신을 알아보는 내가

절벽 끝에 매달려 위태로운 내가

왜 부르지 않았겠는가. 당신을

왜 닿으려하지 않았겠는가. 당신에게

피어난 수선화는 이제 꺼질 일만 남았을 뿐

꽃들이 피고지는 이유를 묻는 이 누구인가.

이유를 아는 이 당신인가.

 

수선화 등불처럼 타다닥 일제히 꺼질 때

낮달은 언제나 그래야 하듯

구름도 달도 뭣도 아닌 채로

벙근 하얀 꽃잎으로 남겨졌네. 덩그러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