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연애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연애라면 지긋지긋하게 해봤다는 사람도 있고, 연애라면 치를 떠는 사람도 있다(경험의 유무는 그닥 중요한 일은 아닌 듯). 나는 어떤 쪽인가 하니...음...연애란 보기 좋은 그림의 떡 정도로 여기는 편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진리지만 그것이 그림의 떡이라면야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찌되었든 연애란 이토록 애매하고 복잡다단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매우 대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한아'는 '정우'를 수년째 마음에 두고 있다.

홍보 회사에서 영수증을 정리하는 즉 경리 일을 맡아보는 '한아'는 자신의 이름을 '하나'로 기억하고 부르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소외된다. 하지만 정우만은 예외다. 그녀는 그가 제출한 영수증을 따로 모아 철해 놓고 그가 다녀간 음식점과 카페 그리고 영화관 등을 차례로 순례한다. 자칫 편집증 환자나 미저리처럼 변질될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은 그녀의 남다른 가정사로 커버되었기에 순수한 사랑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필작가인 미혼모 어머니...나이차이가 무려 20살 가까이 나는 여동생 '둘'(이름이 '둘'이다.)

 

나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성인 소설을 읽었다.

딱히 읽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일을 벌이는 사업가 아버지 뒤를 대느라 월급의 절반 이상을 늘 차압당하셨고, 책이라는 것을 돈 주고 사는 일 따위는 내가 살아가는 평생 절대 일어나지 않을 기적 쯤으로 여기던 어린 시절이었다. 시립도서관에는 무척 책이 많았다. 나는 별 일이 없으면 그 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 무척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무심했던 도서관 직원 아저씨도 '고 녀석 참 열심히도 책 읽네'라며 칭찬을 해 줄 정도였으니까...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이 내 인생의 유일한 화두가 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나는 열정적인 삶을 꿈꿨다.

그러나 나는 키도 작고, 얼굴도 그저 그런대다가 알콜중독자 아버지를 두고 있는 가난한 집 장녀였다. 내가 마음에 두었던 남학생들은 하나같이 내 친구들을 마음에 두었고, 나는 그들을 연결하는 역할에 매우 충실해야 했다. 내가 처음으로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라고 짐작한 사람은 학생 운동을 목숨 걸고 하던 학교 선배였고, 그는 나중에야 자신이 나에게 접근했던 이유는 이것 때문이라며 책 여러권을 내밀었다. 모두 불온서적이었다. 나의 글재주를 눈여겨 본 선배가 세상을 뒤짚을 수도 있다며 두 손을 덥썩 잡으려고 할 때 나는 거의 울며 도망쳤다. 무서워서라기 보다 쪽팔려서...ㅎㅎ

그 뒤로는 뭐...교수님들이 나를 어여삐 여겨주신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일은 없다.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며 자랐기 때문에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한 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때 친구들은 굉장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야! 생각보다 너무 잘생긴 거 아니야?"

ㅎㅎ

 

내가 다시 연애를 하게 된다면 다정한 아버지 모습을 한 누군가와 깊은 사랑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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