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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워크샵이 있었다. 1박 2일이었다. 일정이 빤했다. 책을 여러권 챙겼다. 나의 선택은 옳았고 책 읽을 시간이 아주 많았다. '적의 화장법'은 아주 오래전에 구입해두고 여러번 반복해서 읽은 책이다. 아멜리 노통브가 나는 맘에 든다.
텍스토르 텍셀과 제롬 앙귀스트는 동일인물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텍스토로는 제롬의 환영임과 동시에 이중인격의 일부이다. 제롬은 매우 평범한 회사원인데다가 도덕적인 인물인데 반해 텍스토르는 야만적이고 비도덕적인 사이코패스다. 이 둘은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 제롬은 아름다운 이사벨을 20년 전에 공동묘지에서 만나 결혼했고, 10년 전에는 그녀를 죽였다. 강간은 실제 한 것이 아니라 제롬의 상상 속에서 텍스토르가 한 것이 된다. 끔찍히 사랑하던 그녀를 죽인 이유는 10년 전 어느날 성욕이 일어 그녀와 관계를 요구했는데 하필이면 제롬이 아닌 텍스토르가 되었을 때 그녀를 품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외면한다. 텍스토르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과도로 그녀를 난도질한다. 그녀의 몸에 수십차례 칼이 꽂히고 난 뒤에야 제롬은 돌아왔고, 텍스토르는 무의식으로 잘 숨어들어 그 살인사건은 완전 범죄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공항 벤치에서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킨 제롬이 텍스토르와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주로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이 많다. 텍스토르는 읽으면 읽을수록 싸이코의 진수다. 굉장히 논리적인데다 침착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우리-사회로 뻗어나가는 고리도 잘 찾고 있다. 이건 정말 심각하다. 이렇게 머리 좋은 싸이코들이 넘쳐나면 이 사회는 정상적인 사람이 미친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겹쳐졌으며, 카뮈의 이방인도 오버랲 되었다.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존 내쉬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이 그와 대화를 나누며 영화가 전개된다. 이 책도 그렇다. 이방인의 주인공은 햇살이 뜨겁다는 이유로 살인을 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에 여자와 관계를 맺는다. 이방인을 처음 읽을 당시 개인적으로 이방인의 스토리 전개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나의 정신세계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본 기억이 있다. 삶과 죽음이란 어차피 우연이며, 우연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이없고 비상식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우연으로 인정해 주어야한다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햇살이 뜨겁기 때문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 나름 개연성있다 생각했던 어린 내가 떠오른다.
200쪽도 안되는데다가 B6 정도 되는 작은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뭐랄까 '굉.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