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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는 도련님
백가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7월
평점 :
어제 두 딸을 데리고 집 앞 서점에 갔다. 사거리에 자리잡은 세종문고는 매우 작은 규모인데다가 서점의 절반 이상을 초,중,고 문제집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건 뭐 그럴 수 있다 치자. 인후초, 인봉초, 온고을 중, 아중중, 중앙여고가 십수 미터 안에 포진하고 있는 이 아중리에서 서점이 이윤을 많이 남기려면 문제집은 많이 팔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 겨울이 시작될 즈음엔 펜시가 들어왔다. 문구도 들어왔다. 이건 서점이 아니라 거의 잡화 수준이다. 두 딸은 분명 책을 보러 가기로 수도 없이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적 불명의 '천연 봉숭아물 들이기'라는 물건을 집어 들었다. 나는 별로 좋은 엄마가 못되어서 애들이 사달라는 것은 웬만하면 다 사준다. 어린 시절 나는 단 한 번도 내 마음대로 뭔가를 사보질 못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뭐든 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사준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요목조목 따져가며 이건 왜 안되는지 잔소리를 좀 해야하는데 나는 그런 걸 못한다. 아니 안하는 것 같다. 이유는 내 안의 작은 아이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는게 좋겠고....
음...나는 뭐 괜찮은 책 없나 보다가 '백가흠'이란 이름에 눈길이 갔다. 백가흠은 이기호와 자주 비견되며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정도 알고 있었다. 물론 박범신의 애제자임도 알고 있었다. 좌가흠 우기호라지 않은가....
일단 '그리고 소문은 단련되었다'는 장편소설로 늘어나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정유정의 소설이 떠오르기도 한다. 차별화된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도 좋다. 이건 얼마전 읽은 '웃는 동안'의 주요 소재였던 재밌는 귀신이 떠올랐는데 소재만 그렇다 뿐이지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월남전 참전 용사 이야기는 이거 괜찮다.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든다.
'백도령'이야기는 곧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 같긴 한데 이런식으로 자기 이야기를 써도 되는가 싶지만서도 소설가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13년동안 바람난 아줌마 이야기를 아줌마의 독백을 조금 더 넣어서 그게 불륜이 아니라 오히려 그 아줌마가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지탱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라는 것을 강조시켜주면 어떨까? 사람들은 대부분 불륜이 가정을 파괴한다고 하지만 그리고 어느정도 그 말이 일리가 있지만 일부는 깨지기 직전이 가정을 그나마 버티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바로 불륜일 수도 있는 일이다. 주방장이 칼 질하는 것은 갑자기 터져 나온 일이라 좀 놀랐다. 뜬금없는 이야기는 누굴 죽이는 것으로만 국한시켜주면 고맙겠다. 죽일려고 폼 잡는 부분도 아니고 그냥 협박하는 것이 이렇게 뜬금없이 짠 하고 나타나면 뭔가 싶어서 약간 어찔하기 때문이다.
부럽네...이렇게 멋진 표지에, 하드 커버에, 민음사라는 굉장한 세글자까지....
백가흠 작가의 건투를 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