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경험하고 다짐한 일은 다시없을 내 청춘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며, 소중한 내 삶에 대한 경건한 깨달음이다. 경외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붙잡아둘 것으로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남편은 무슨 바람이 볼었는지 한 좌석에 12만원이 넘는 뮤지컬 티켓을 두 장 예매했다. 나와 친청 엄마를 위한 선택이었다. 솔직히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기쁜 표정을 하며 잘 했다고 고맙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나 주말 저녁에 24만원을 2시간만에 쓰다니...24만원어치 책을 산다면 도대체 며칠동안 행복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15일은 더군다나 스승의 날인지라 묘한 서글픔이 밀려드는 그런 날 아닌가...평소와 같이 일요일 오전 오후를 보내고 오후 4시쯤 집을 나섰다. 공연 시작 시간은 6시 30분이었지만 남편은 일찍 나서기를 강하게 권하였다. 아이들이 내가 나가는 모습을 보기라도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지니 얼른 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마고 나섰지만 미안한 마음은 어찌 감출 수 없었다. 서점에 들러 박완서 선생의 산문집을 하나 사고 소리문화전당 모악당 앞에서 책을 좀 읽었다. 바람이 불었다. 황사였지만 분명 바람이 내 머리칼을 스쳐지나갔다. 시간이 내 곁을 흘러가는 것도 느껴졌다. 바람이 시간을 얹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듯 했다. 깔깔거리기도 하고 서로 눈도 마주치면서 바람과 시간은 사이좋은 친구와 연인처럼 내 주변을 맴돌았다. 박완서 선생의 생전 최후 작품집을 읽으며 아...나는 어찌 살아가야하는 생각도 좀 해봤다. 박완서 선생은 마흔이 다 되도록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충분한 경험이 그녀에겐 있었다.
나는 가슴 아픈 일을 많이 겪었다. 남들은 겪을 수 없는 그런 일들을 많이 겪었다. 좋은 책도 많이 읽었고, 좋지 않은 책도 많이 읽었다. 좋지 않은 책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나는 굴곡이 많다. 쓸데없는 자존심도 많다. 가슴에 담아둬야할 이야기도 많다. 나도 나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준비를 열심히 해나가야겠다. 설사 성공하지 못하더라도....그 과정이 내게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만족하며 나는 행복하겠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름다운 기억은 죽을때까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내가 참고 또 참아야한다는 것...섣부른 호기심이 나의 아름다운 시절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중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은 여기서 멈춘게 아니다. 앞으로 나는 더 눈부셔질 수 있음을 믿자. 웰빙이 아니라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어도 젊은 친구들이 한 번 정도 뒤돌아볼 수 있는 그런 멋진 세월을 내 안에 만들어가자. 내가 만들어가야한다. 학교 일도 중요하고, 가정의 화목도 중요하지만 내 정신세계가 메마르지 않도록....내 자존감이 언제나 최고조에 달하도록...내 영혼의 강이 찰랑찰랑 맑은 물소리를 내도록....마흔이고 쉰이고간에 청바지 같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나는 서른 하나...앞으로 더 아름다워질 수 있으며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반드시...
여보 고맙습니다. 당신은 나의 햇살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