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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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른 독서가들의 서재를 보고서 한번쯤 읽어볼만하다는 판단이 서서 구입한 책이다. 제목이 알쏭달쏭해서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일반적으로 고민해 봤음직한 질문을 던진 뒤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책이었다. 이 시대의 지식인다운 박식함이 돋보이고, 지성인다운 사회통찰력이 인상적이다. 특히 '자아'에 대한 그의 고찰은 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중심적'인 것과 '자아'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타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개인적인 사람이다. 철저히 자신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이 그 해답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사회나 그에 따른 인간관계를 심사숙고하여 관리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아는 결코 홀로 있을 때 발견될 수도 없고, 완성되지도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명쾌한 설명이었다. 

 내 경우를 돌아보면 나는 매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축에 속한다. 친정 엄마는 "간에 무리가 오면 네가 꿈꿔 오던 일들이 물거품이 오니 부디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라"고 늘 당부하신다. 나의 남편은 밤 늦게 아이들을 재워두고 내가 책 읽는 일을 꺼려한다. 왜냐하면 내가 아플까봐서이다. 우리 학교 유치원 원감 선생님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 선생은 체력이 문제인 것 같아. 피곤함이 눈에 보여. 욕심을 좀 줄이고 쉬면서 일해요.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없어. 그 때부터는 내 인생이 남에게 부담이 되고 짐이 되기 시작하니까 죽고 싶어져."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알고 있는 그리고 나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늘 나에게 피곤해보인다고 말한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사냐고 말한다. 그렇게 산다고 해서 돈을 엄청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고....그냥 아이들 잘 키우면서 월급 꼬박꼬박 받으면서 소박하게 살면 어떠냐고 조언한다. 그 중에는 비아냥이 섞인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진심인 것 같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이렇게 무언가를 늘 견디고, 참아가며 일을 하고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하는지....욕심이 많아서...돈을 벌고 싶어서...물론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나는 왜 이렇게 타인을 의식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월한 위치에 놓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강상중 씨의 말을 빌리면 그것이 나의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식인 층일수록 '자아'에 대한 욕구가 강한 편인데, '자아'를 발견하는 방법이 바로 타자와의 끊임없는 관계 형성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인정등의 감정의 확인이라는 것이다. 그 문구를 읽으니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좀 슬퍼졌다. 내가 굉장히 피곤한 방식으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있구나 싶어서이며 앞으로도 이 과정이 죽을때까지 반복될 것이란 사실 때문이다.  

 그가 화두로 삼은 '청춘'이나 '사랑'이나 '죽음' 등은 가장 식상한 주제일 수 있으나 본인의 경험에 바탕하여 쓰여진 이 책은 조금 남다른 면이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과 막스 베버의 철학 등을 기본적으로 깔고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이를 통한 간접 읽기도 이 책의 매력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나 역시 매우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서 오래도록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그의 책들이다. 

 재일교포는 우리 역사의 사각 지대라 불릴만큼 애매한 위치에 있다. 동상에 걸린 엄지 발가락처럼 내 몸의 일부이되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재일교포들이 서있다. 강상중씨 역시 그런 위치에서 얼마나 힘겨운 청춘을 보냈겠는가? 또다른 재일 교포인 서경식씨의 책인 '소년의 눈물'을 읽으며 그들의 굴곡 많은 삶에 깊이 공감하였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와서 자신의 정체성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에 다소 안심을 하며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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