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이지만 내 아이의 교육을 디자인하고 직접 추진해나간다는 일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남편 역시 교직에 있지만 남편은 그저 내가 과하다 싶을 때에만 '여보, 유민이가 좀 힘들어하지 않을까?'라고 말을 건네며 숨고르기를 도울 정도이지 스스로 나서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성격이나 성향 탓이라고 생각한다. 

방학 내내 주말을 제외하곤 캠프 강사로 일을 했기 때문에 요즘들어 피곤이 누적되었는지 몸살기도 있고, 편도도 부어 침을 삼키는 일조차 고역인지라 최근 나의 일상은 무척 침체되어 있다. 사실 내가 내뱉는 말 중에서 도데체 어떤 것들이 쓸모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패배감에 젖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유민이 유현이를 대하는 일 역시 시원찮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는 이젠 쿨한 엄마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더이상 적극성을 띌 수 없을만큼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졌고, 정신적으로도 바닥을 치는 중이다. 남편은 여전히 나에 대한 불만만 가득하다. 

그럼에도 오늘은 모처럼만에 유민이와 유현이를 오롯이 혼자 보게 되었다. 다들 개인 사정들이 있어서 집을 비웠다. 남편은 집에 있는 것을 싫어한다. 요즘엔 아예 대놓고 집에 들어오기 싫다느니 따로 나가 살고 싶다느니 하는 말들을 한다. 진심인듯 싶다. 나도 힘들긴하지만 아이들을 놔두고 따로 나가 살고 싶진 않은데....그게 아빠와 엄마의 차이점인가? 어쨌든 혼자서 유민이와 유현이를 같이 보고 있는데 유현이는 낮잠을 자고 있고 유민이는 잠이 오지 않는 듯 집안을 서성이기만 했다. 그래서 작은 방으로 데려가 책도 읽어주고, 글씨 쓰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왼손잡이라서 자꾸 글씨를 왼손으로 쓰려고 하길래 글씨만큼은 오른손으로 쓰는게 좋겠다고 타일러 주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왼손잡이들은 여러가지로 불편함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민이가 굳이 왼손을 고집한다면야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겨우 자기 이름 석자 정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동생 이름도 써보겠다며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해보였다. 남들보다 뛰어나진 않아도 끝없이 도전하고 성실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유민이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은 자기 전에 유민이에게 '오프라 윈프리'나 '빌 게이츠' 등 저명 인사들의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해서 들려주고 있다. 이해를 하는지 어떤지 잘은 모르겠지만 도움이 될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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