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교롭게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일어났다. 엄마는 부안으로 교대 동창 모임을 가셨고, 남편 역시 부안으로 혁신학교 워크샵을 떠났다. 엄마는 1박 2일, 남편은 2박 3일 간의 일정이다. 그동안 많은 폐를 끼쳤던 남동생에게 또다시 아쉬운 말을 하였다. 나 혼자 두 딸을 데리고 잔다는 일이 아무래도 무리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착한 남동생은 조카들을 위해 흔쾌히 와주었고, 지금은 유민이와 안방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다. 유현이는 고맙게도 일찍 자주었다. 잠투정이 무척 심한 편이라 한 번 떼를 쓰기 시작하면 외할머니가 얼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오늘은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려는 요량인지 밤 10시 즈음이 되자 스르르 눈을 감았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목수건을 해줄까하다가 선잠을 깨워 밤새도록 울까봐서 그냥 두었다. 그 대신 보일러 온도를 1도 정도 높여두었다. 별 탈 없이 아침을 맞기를...감기가 저멀리 도망가버리기를.... 

유현이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1시간 가량 온 힘을 다해 울어제낀다. 굉장히 서럽고 억울한 듯이 어깨까지 들썩여가며 어린애답지 않은 은근과 끈기로 울고 또 운다. 소용이 없다. 달래는 것은 오히려 더 화를 돋구는 일이라는 것을 단박 알게 되었다. '응...응..괜찮아...괜찮아..유현아' 하면 할 수록 더 운다. 그렇다고 '이놈의 자식이 왜이리 고집을 부리고 울어?'라고 눈을 부라리면 더더욱 크게 운다. 어차피 울 것 그냥 마음껏 목청이라도 돋우라고 놔두기도 한다. 그러면 아주 가끔은 그치기도 하지만 90% 이상은 계속 운다. 독하다고 해야할지... 

반면 유민이는 아주 어려서부터도 울음이 짧았다. 그래서 참 이쁘다. 말귀를 알아듣게 된 다음부터는 알아듣게 말하면 거짓말처럼 뚝 그친다. 며칠 전에는 나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다가 유현이가 자꾸 방해를 하니까 아주 두꺼운 책으로 유현이 머리를 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연지사 아빠에게 호되게 혼나고, 유현이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등 여러가지 사후조처들이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동생에게 미안했는지 평소 즐겨먹는 치즈를 가져와 '유현아, 이거 먹고 싶지? 언니가 하나 줄게. 어서 먹어~'하며 다정하게 입에 넣어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유현이는 철없이 언니의 손가락을 아주 세게 물어버렸고,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을만큼 흔적을 남겼다.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유민이는 자신이 아프다고 울어봤자 여러모로 소용이 없고, 오히려 상황만 더 곤란해질 것 같아서였는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한참을 유현이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자기 두번째 손가락 손톱 바로 옆 부분을 바라보더니 내게로 다가와 '엄마, 내가 여기가 좀 아픈 것 같으니까 밴드를 발라야겠어여. 밴드 하나만 주세요'라고 조용히 말하는게 아닌가....또래에 비해서 조숙한 아이같다. 어린 시절 내가 저렇게 했던가 싶기도 하고...정신건강에는 별로 좋지 못한 인내력이다. 

 두 딸을 키우면서 나는 아이들에 대하여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 일단 나는 신체 건강한 엄마가 못된다. 그래서 늘 피곤하다. 일하는 양도 많아서 집에 오면 아이들과 잘 못 놀아줄 때가 많다. 두번째로 일욕심이 많아서 일을 못줄이고, 그만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적어진다. 유민이 유현이에게 풍족한 물질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사실 돌아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신중히 생각하고 어떠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인 듯 하다. 아 참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유민이가 발레 학원에 꼭 가고 싶다고 했는데 3월 중순쯤 되면 유민이 데리고 토요 발레 학원에 꼭 가보아야겠다. 홈플러스 문화센터라도 갈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아참 그리고 유민이 앞니가 많이 썩어간다. 봉수가 치과에 한 번 데려가 보라고 하는데 그래야겠다. 그리고 엄마가 집에 계실 때 유현이 예방 접종 미뤄둔 것 꼭 접종해야겠다. 

이렇게 육아 일기를 쓰니 그동안 놓쳤던 것들을 많이 체크할 수 있게 되는구나...너무 행복하다. 계속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민이, 유현아...엄마의 희망들...잘자거라. 내일 우리 또 보람찬 하루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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