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체력을 붙들고 일을 하려다보니 자연스레 카페인에 의지하게 된다. 

요즘들어 내 좌우명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되었다. 'If not now, when?'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었으나 우리말을 우리는 소중히 여겨야만한다. 한국어로 생각해야 한국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아침엔 좀 정신이 없었다. 우울했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뒤척이다 새벽에 핸드폰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외로운 나의 남편은 숙취를 이기지 못해 침대 끝에 걸쳐 자고 있었다. 왠지모르게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유민이는 언제나처럼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고, 유현이는 배가 홀쭉해진채 깰듯말듯 들썩거리는 아침이었다. 나는....하얗고, 파란 긴 치마를 입었던 나는 유령처럼 일어나 외로운 나의 남편을 위해 된장국을 끓이고, 아슬한 유민이를 위해 두부 부침개를 하고, 배가 홀쭉한 유현이를 위해 이유식을 두 용기에 적당히 나눠담았다. 그리고 나의 하나뿐인 약하고강한 어머니를 위해 고구마 6개를 씻어 삶기 시작했다. 단조로운 일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기분이 괜찮을만큼 우울했다. 우울한 것은 좋은 것이다. 

학교에서는 되도록 진정하고 지내려고한다. 내 월급보다 두 배나 많이 나온 카드값을 넋 놓고 바라보면서 도대체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싶어 부끄러워졌다.  

파산직전의 사정인데도 점심시간에 나를 찾아온 누군가에게는 돈이 없어서 집을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한 집이 없어서 이사를 못가는 것이라고 뻔뻔하게 못을 박아두었다. 이렇게 위선과 가식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데도 전혀 양심의 가책이라던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다니...나라는 인간은 차라리 유령이었는 편이 낫겠다. 

손에 잡히는 일이 없을 때는 괜히 이것저것 들쑤시지 말고 그냥 책을 읽는 편이 낫겠다. 이런 나를 자르지는 못할테니까.... 

삶이 신산해질 때는 책을 읽자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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