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다. 알라딘에 들어와서 '김연수'라는 단어를 쳤더니 책들이 엄청 소개되었다. 그가 쓴 소설도 있고, 에세이도 있고, 번역한 책들도 꽤 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 6권 가량의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김연수라는 이름이 공동필자 목록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 가장 주요한 구매 이유였고, 그것만큼이나 강력했던 구매 동기는 대표 저자로 써 있는 '김훈'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아...김 훈과 김연수라니...너무하다...내겐... 

역시 김 훈의 글은 이 책을 돋보익 해줄만큼 완성도가 높은 글이었다. 김연수의 글도 나쁘지 않았지만 소품의 성격이 강해서 기대 이하였다. 하긴 그의 글에 대한 나의 기대는 언제나 하늘을 찌르곤 하지... 그런데 우연한 곳에서 나는 정말이지 큰 충격을 받았다. '윤 효'라고 하였다. 처음듣는 이름이다.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그의 글을 전혀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녀는 어린시절 그녀의 거칠었고, 무심했던 어머니의 요리를 기억해내며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오버랲 시키는 글을 썼다. 그녀의 어머니는 교사였지만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화투에 빠져살아 요리다운 요리를 해 준 적이 없는 메마른 모성을 지니고 있는 여자였다. 남편이 없는 여자는 요리를 할 필요가 없는 걸까? 자녀가 셋이나 있었는데...아무튼 윤 효는 그런 어머니를 증오하며 자라지만 어느샌가 자기 자신도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이 번쩍 들더라는 이야기다.  

요리... 

나의 남편은 나에게 아름답고, 우아하고, 자기관리 잘되고, 상냥하며, 남편과 자식 위할 줄 알고,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깔끔하게 하는 그런 여성이 되기를 원한다. 어휴.....어이쿠....어이쿠야....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을 꿈 꿔 보지도 못했고, 꿈 꿀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나의 천성을 내가 잘 아니까....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고 생각하는데 정신이 팔려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어떻게 요리란 말인가....지금 우리집 상태를 보면 그야말로 쓰나미가 지나간 것 같다. 발 디딜 틈이 없지만 그런대로 우리 두 딸은 그 안에서도 지들끼리 하하호호 우애하며 살아가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를 둔 덕에 사방이 다 책이다. 경제관념이 없는 엄마를 둔 덕에 사방에 다 쓰레기로 가기 직전인 장난감들이다. 이건 집이라기보다 창고다. 이런 상황에서 요리라니... 

 그러나 나는 윤 효씨의 글을 읽고 한참을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쳇 내가 책을 읽고 다 우네...할 정도로 울었다. 

나의 어머니 역시 요리를 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가끔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얻어먹는 따끈따끈한 돈까스와 짜파게티가 어찌나 맛있던지....친구네 엄마가 담갔다는 그 열무김치는 또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너무 먹고 싶어서... 내 딸들도 그런 눈물을 흘리겠구나 싶어서 내가 좀 심하게 울었다. 그 심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엄마에게 따끈한 요리 한 접시 해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답답한 상황을 겪으며 자라왔으니까... 

오늘은 그래...마트에 들렀다...마트라는 곳에 들러서 생선도 좀 사고, 갈비도 좀 사고..우리 두 딸이 그렇게 좋아하는 비싼 귤도 좀 사야겠다. 오늘부터...그래. 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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