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30분쯤 K대학 학사처에 도착했다. 시간강사 자리를 얻기 위해 면접을 보기 위해서였다. 좀 떨리긴하였다. 불가능해보이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면접이라는 기회까지 주어진 것에 대하여 감사할 뿐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염치도 없고, 상식도 없는지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붙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에휴~ 이놈의 허영....
면접자 대기실에는 두 분이 더 계셨는데 두 분 모두 어머니, 아버지 연배셨다. 한 분은 30여년 동안 유치원을 경영하고 계신다고 하시고, 다른 한 분은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 국어선생님을 하셨던 분이셨다. 한마디로 은사님이셨는데 내가 기억하는 가장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비양심적이고, 비굴한 분이다. 문제집 선택부터 수업 내용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이 분이 어떻게 지금까지 교단에 설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만큼 엉망징창이었다. 그런 분이 교장선생님으로 작년에 정년 퇴임을 하셨단다. 교장은...그래...교장은 교사의 자질로 되는 것은 아니지....그렇지 뭐.....
어쨌든 그 분은 면접실에 들어서자마자 유아교육학과 학장님과 개인적인 인사를 나눌만큼 안면이 있으셨고.....나는 결국 들러리를 서고 왔다. 사실 붙었어도 학교생활과 강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일 듯 했기에 별다른 아쉬움은 없다. 없다. 전주로 들어온 뒤에 더 노력해서 강의에 나가야지...흠...
대학이라는 곳은 예산이 넉넉한지 면접 본 사람들에게 돈을 주겠단다. 그래서 나는 면접보고 은행계좌번호를 적어주고 왔다. 그렇다면 교수는 정말 많은 돈을 받겠구나....다시금 그 차이가 느껴진다. 나의 꿈이 뭘까 생각해본다. 장정일처럼 그냥 그런 꿈을 꾸며 살았으면 좋았을텐데....지금 나의 꿈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탐욕스럽고, 무책임하게 커져버린 것 같아 슬픈다. 반성하고 자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