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내 인생이여

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김연수를 좋아해서 선택하고 구입하게 된 책이다. 

김연수가 관련된 것은 뭐든 다 읽고 싶고 사고싶다. 그렇게 된 특별한 이유나 동기를 묻는다면? 노 코멘트 감사. 

1년여동안 씨네21에 연재했던 글을 모았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형식을 빌려왔나? 애증관계인듯한 두 친구의 주거나받거니 글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좋다. 가벼운듯하지만 알고보면 무거운 이야기들 그리고 사람들...나는 또 이 책 한 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결혼하기 전에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와 만나고 있을 때에는 영화도 곧잘 보곤 했었다. 연애라는 것이 해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특히 지방에서 결혼적령기의 남녀가 만나 할 수 있는 일이란 서너가지에 불과하며, 그 한정된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도 서로 지루해하지 않거나 편안한 느낌마저 들 때 결혼이란 걸 하지 않나싶다(이건 지방에 국한된 이야기임)식사하기, 커피마시기, 영화보기, 가끔 선물사주기 등 나는 영화보기도 좀 했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영화는 좀 답답했다. 상상할 여지가 없고, 여하튼 산만하다. 나는 조용하고, 침착하고, 정적이며 변화없는 상태를 좋아한다. 영화도 '여자 정혜'풍이 좋다. 김연수와 김중혁씨가 추천해준 아니 소개해 준 영화들은 특별한 공통점이나 일관됨이 없어서 그 분들의 취향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한 두 가지 챙겨봐야 할 영화가 생긴듯 하여 소기의 성과는 있었던 듯 하다. 

김중혁씨가 본인 스스로를 장차 노벨 문학상 수상예정인 귀하신 몸으로 여러차례(딱 두번) 쓴 대목이 인상적이다. 아! 나도 그런 장대한 꿈이라도 있었으면! 대책없는 내 인생이여! 

김중혁씨는 그 분의 출중한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문학상과는 연이 닿지 않는 비운의 작가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요즘 한창 글이 좋아지고 있으며 문단에서도 호평을 받는 김연수와 비교된다는 것에도 어느정도 신경이 쓰여질 듯도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김중혁씨도 눈여겨봐야할 작가임을....그가 뭔가 한방 터뜨려도 제대로 터뜨려줄 것임을... 

본인 스스로도 인정한 김연수 작가의 외모에 무한한 찬사를 보내며 절대 그의 외모로 인하여 그의 문학성이 폄하되는 일이 없으리니 모쪼록 안심하시라는 인사 건넨다. 심심한 인사다. 앞으로 두 작가의 글을 아주 많이 자주 읽게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