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이를 낳고나니 아무래도 내 손길이 더 머무는 곳이 유민이보다 유현이일 때가 더 많아졌습니다. 물론 유민이가 이제 33개월에 접어들면서 이것저것 학습해나가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기에 책도 많이 읽어주고, 놀이도 해주는 등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엄마가 곁에서 안아주는 것만 못하겠지요.
어제는 직장에서 꽤 힘든 일이 있었던 터라 집에가서도 아무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에 난 상처는 어디가서 치료받을 수도 없는 일이겠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기에 조금 답답한 심정이었지요. 무엇보다 나는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이기에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알았어요. 우리 딸 유민이가 저에게 이렇게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요. 유민이는 엄마가 최고야, 엄마 좋아, 엄마 이뻐, 엄마 사랑해 라는 말을 참 많이 해줍니다. 가끔 내가 시험삼아 '엄마 미워?'라고 물어보면 '아니 엄마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며 그런말 하지 말라고 따금하게 혼내줍니다. 우리 딸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속이 무척 상한 일이 있어서 점심도 못먹었는데 저녁마저 먹기 싫었습니다. 식욕이 전혀 없었지요. 그런데 유민이가 '엄마, 이거 까까 같이 먹~자'하고 뻥튀기 몇 개를 가져왔습니다. '엄마 맛있다. 그지이~~~~'하고 유민이 특유의 말투로 나를 웃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뻥튀기도 달짝지근하니 맛있고, 유민이의 눈웃음도 달콤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같이 꼬옥 껴안은 뒤 노래도 부르고, 영어 책도 좀 보고, 뻥튀기도 몇 개 더 먹었습니다. 그 방은 옷이 가득 차 있어 거의 쓰지 않는 방이었는데 그래도 유민이와 제가 앉아있을만한 공간은 있었습니다. 그렇게 둘이서 한참을 꼬옥 껴안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너무도 행복하고,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마냥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