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
엊그제 큰 딸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 이 세상에는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은데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지.
-단지 부모를 잘 만나거나 뭔가 순간의 선택을 잘 해서? 뭐 그런 이유로 실력도 좋지 못하고 불성실한 사람들이 좋은 직장이나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불공평해요.
-원래 그래.
-음...그래도 노력하면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적어도 정당한 댓가는 받아야 맞는 거 아니에요? 정당한 댓가도 못 받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한 달에 몇 백만원씩 들여서 학원 보내는거야. 그 불공평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해보려고...그래도 여전히 불공평하겠지만...
-똑똑한 사람들 많은데...진짜 머리 좋은 사람들 많은데...그냥 편의점 알바나 하고 있고...컴퓨터나 고쳐주고 있고...학원 강사 하고 있고...딱히 더 나은 것 같진 않은데 공기업 다니고, 파리바게뜨 점장이라서 골프치고 다니고, 이건 뭔가 불공평해요.
화가 났다기보다는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그런 표정이었다. 공평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공정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개념이 성립하려면 도대체 몇 개의 절차와 단계와 개념이 통제되고 합의되어야 하는 것인가...그게 가능하기나 한가?
나는 내 생각이 정말 '속물'이라는 목표에 적합해왔다는 것만이라도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다. 이것마저 아니라면 나는 여전히 속물 사이에서도 위선자 취급을 당하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지도 못하고,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좋은 선생님이지 못하고, 관리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부장교사이지 못했던 어정쩡한 나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뭔지 나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