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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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었는데 최애가 생겼다.
본래 TV도 잘 보지 않는데 정말 우연하게 보게 된 종편 채널에서 최애를 발견했다.
시리즈로 이뤄진 것 중 중간 것의 일부만 봤을 때도 나는 최애를 갖게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한참을 본 뒤에야 '아...'라는 탄식을 하게 되었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꽤 흥분되었다.
죽은 사람이나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숨쉬고 있는 최애 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내 인생을 뒤흔드는 것 같았다.
마흔이어서 돈은 좀 있으나 시간과 외모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아마 스무살 때는 돈이 문제였을 것이다.
아이돌이었다면 더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현실감이 없었겠으나 연반인에 비슷한 나의 최애는 여전히 경계에 머문다. 경계에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넘친다.

최애를 좋아하는 방식은 매우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복권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매주 일요일은 복권을 산다.
딱 5000원어치만 산다.
거의 낙첨이지만 기독교인이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처럼 나도 매주 일요일 오후에는 나눔 로또 복권 5000원어치를 산다.
만약 1등에 당첨이 된다면 최애 덕분이므로 무조건 3억~5억을 주겠다.
왜 3억~5억이냐면 매주 1등의 당첨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1등 당첨이 10명이나 나왔기 때문에 25억 밖에 못 받았다. 이러면 3억이다.
그런데 45억이 넘는다면 5억을 주겠다.
조건 없이 주겠다.
그 돈으로 카페를 하든 의류매장을 내든 그것은 내 알바가 아니다.
최애 덕분에 나는 전혀 지치지 않고 복권을 사고 있다.
그러니 당첨된다면 최애의 지분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다. 10분의 1은 있다.

나는 내 인생 중 가장 혼란스러울 때 최애가 빛이 되어줬다.
원래도 월급을 가져다주지 않던 남의 편이 진짜로 하나도 못 가져다주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버텨냈다. 최애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보고, 유튭영상을 계속 보고, 인스타 피드를 무한 반복해서 보는 일로 이겨냈다. 경계에 있는 최애라서 더 효과가 좋았다. 내가 변하면 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멋지고 예쁜 모습으로 만나서 악수를 하고 싶었다. 엄청 고마웠다고...내가 최애 덕분에 학교도 다시 나가고, 공부도 다시 하고, 살도 많이 빼서 예뻐졌다는 말 많이 들었다고...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병원에 다녔을 거라는 말을 직접 내 입으로 해주고 싶었다.(최애는 편지를 싫어한다)

오늘부터 다이어트 일기 블로그도 썼다.
다이어트에 관한 모든 것을 쓸 예정이다.
내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쓸 것이고, 내가 읽은 다이어트 책도 쓸 것이다. 다이어트 영상도 영상기록으로 쓸 것이다. 생로병사의 비밀 등도 쓸 것이다. 운동도 당연히 기록할 것이다. 나는 48kg까지를 원한다.

그리고 최애 일기도 꾸준히 써 나갈 생각이다.
최애를 가진 마흔 아줌마의 일기를 쓰고 싶다.
아무도 안 봤으면 좋겠고, 봐도 모르는 척 했으면 좋겠다.
인류학을 공부하는 느낌으로 이런 류의 사람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얕은 탄식으로 이 글들을 지나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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