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장애인 인권운동은 장애가 있는 몸을 교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단이 있는 곳 어디든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평등하 ㄴ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호구조와 문화를 '교정'함으로써 장애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프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고 마지막까지 읽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작가 조한진희는 2009년 팔레스타인 활동에서 얻었다고 추정되는 이름 모를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 온몸이 마치 '젖은 운동화에 담긴 발'과 같은 느낌이라는데 이 표현은 상당히 주관적일 수 있으나 누구에게나 기본값이 존재하는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즉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젖은 운동화에 담긴 발'과 같은 느낌의 최소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로 일상생활을 평범하고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영위할 수 없다. 그냥 하루 빨리 운동화를 벗거나 최소한 운동화가 마른 상태로라도 있고 싶다는 바람만 할 뿐이다. 그 상태로 살아가는 일은 지난한 일일 것이다.

 

작가는 질병권을 주장하는 활동가로 보인다.

그런데 읽다보니 페미니스트라고 먼저 소개해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이 질병권 주장 활동가다.

다음으로는 비건주의자인데 가끔 육식도 하는 그런 낮은 단계의 비건주의자라고 한다.

비혼주의자이기도 한데 '비혼'은 '활동가'나 '페미니스트'나 '비건주의' 등과 같은 선상에서 말하는 게 어색하다. 결혼을 하고 안하고를 왜 누군가의 정체성 설명에 덧붙여야 한단 말인가.

언론에서는 조한진희를 '여성학자'로 소개하고 있는 것 같다.

 

아픈 이들이 아프다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죄책감을 갖고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는 것 같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건강보험적용 비율을 높여 민간보험을 들지 않아도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국가, 태어날 때부터 주치의가 배정되어 죽는 날까지 자신의 건강을 관리 받을 수 있는 국가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1인 가구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는 분명 석사나 박사 과정을 공부하였거나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듯 하다. 글 내용의 상당부분이 논문을 기반으로 쓰여있다. 이는 글에 힘을 준다. 그러나 북유럽과 쿠바, 프랑스 등과 같은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되는데 왜 안하는 것인가'라는 탄식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작가의 주장과 다르게 나는 우리나라만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이정도로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드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호주도 전 국민 무상 의료서비스 체계를 갖추고는 있지만 실제 수준 높은 즉각적인 처치를 받으려면 민간보험 혹은 추가 의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예약을 하면 바로 의사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 주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약 1,000원 정도를 지불하면 동네 의원 소아과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이 나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자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니 또 다르게 보인다.

 

의료인들의 무심함과 무례함은 뭐.....

매해 2월 '올해는 우리 딸들 담임 선생님 정말 좋은 선생님으로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비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선택은 할 수 있으니까....

나를 수술해 준 선생님은 독실한 크리스찬이셨고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기로 정평이 난 의사셨다. 나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수술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신뢰 속에서 입원과 퇴원을 했다.

비교적 가벼운 암인 유두암이었기 때문이지만 이러한 경험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작가는 의사들의 무심함과 무례함을 의사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하루 동안 진찰해야 할 환자는 어마무시하며 늘 의료소송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아픈 사람들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았듯이 의사들도 의사 본연의 모습으로 환자를 대할 수 있도록 의료 수가를 높이는 등 사회적으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책 전체적으로 보자면 오탈자 하나 없이, 비문 하나 없이 정말 완성도 높은 글이다.

마지막 챕터에서도 글의 긴장감이 유지되었다. 페이지도 참고문헌 제외하고 389페이지인데 박사논문으로 300페이지 넘게 써 본 자로서 탈고하기까지 작가가 겪었을 노력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꼼꼼하게 잘 읽었다.

 

친구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진단받고 곧 수술한다고 한다.

무탈히 잘 지내기를 기도한다.

친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 주변인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우리에게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이니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적응하면 된다. 한번에 하나씩....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 된다.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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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5 07: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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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6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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