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책 좋아하는 선생님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많이 읽었던 것 같기도하다.
내적인 충만감이 넘치던 시기였고, 한 인간으로서도 가장 품위를 지킬 수 있던 시기였다. 나의 진실한 친구와 조언자(비록 일방적이긴 했지만)는 책을 쓴 저자이거나 소설 속에서 지혜를 발휘하며 휴머니즘을 놓지 않던 주인공들이었다. 은연중에 나는 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문제들을 분석하며 또 해결하려고 했다. 견강부회나 부화뇌동하지 않는 그들의 일상에 깊은 인상을 받고 나 역시 그렇게 살고자 했던 것 같다.

박사논문을 쓰고
학교 업무를 하다보니
책 읽을 시간이 없어졌고
내 주변엔 그저그런 잡동사니가 쌓였다
내 삶은 리얼리티 시트콤 시나리오가 착착 진행되는 현장이 되고 말았다.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들어갔던 인터넷 서점은 한 달에 한 번 들르기도 어려운 곳이 되었다.

가꾸지 않은 정원은 황폐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세 쪽 이상을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때가 많았고
시시때때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유령처럼 내 정신을 사로잡아 책 따위는 하찮게 여겨졌다(고상한 말들 하고 있네.,시니컬#)

인생의 큰 고비를 넘고 이제 다시 책으로 글로 그리고 고요하고 정갈한 나만의 정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남들이 한송이 두송이 어쩌다 내가 맘에 들어 가져다주는 꽃들로 채워진 곳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잉태하고 싹을 키운 아름다운 꽃들이 정원에 만발하기를 기도해본다.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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