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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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두 여자 주인공의 삶에 대한 태도가 반대된다고 여겨졌다. 󰡔경애의 마음󰡕의 경애는 노조 파업에 동참했다가 노조 내부의 성희롱 사건을 폭로하면서 공공의 적이 된 케이스다. 6년을 사귄 남자 친구는 하루 아침에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전했다. 경애로 인해 노조가 와해되었지만 경애는 엄마의 유방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꿋꿋하게 회사에 다닌다. 그리고 실패한 생인 공상수를 만나 살아간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다.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백세희라는 이십대 후반 여자이고,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어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이다. 콘텐츠 기획자라는 직업에서 알 수 있듯 글쓰기에 소질이 있고, 꽤 창의적으로 산출물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사람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정신과 상담 내용을 의사의 동의하에 녹음하게 되었고, 집에 와서 그 내용을 복기하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정신과에 가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겠구나....를 깨달았고, 정신과 약을 먹는 일이 부질없는 짓임을 다시 한 번 목도했으며, 나 자신이 혹시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증세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어느 장소에 가든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행동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낯설고, 부끄럽고, 지겹다고 느낀 적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 책은 정신과에 대한 전문서적을 사서 공부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건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고, 스스로 알 수 있는 지적 능력 또한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허구적 인물인 경애는 쿨하고, 시니컬하고, 합리적이며 의협심이 강하다. 현실의 인물인 백세희씨는 자존감이 낮은 자신에 대해 굉장히 염려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쿨하지 않고, 자주 우울하며, 비합리적이고, 사회적 정의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어보인다(자신과 관계된 사회적 부조리 제외). 난 두 책을 머리속으로 비교하며 읽어나갔는데(경애의 마음을 먼저 읽었고, 떡볶이를 후에 읽었다) 이것이 현실과 허구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경애같은 사람은 소설 속에 존재하는 것이고, 설사 현실에 있다 하더라도 매우 드물어 만나기 힘들 것이란 생각....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 천착해야만 하는 현재를 살고 있으며, 시대 탓도 어느 정도 있다는 생각...그리고 내가 매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퍽 행운아로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

우리가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꼬리를 무는 생각들의 의미와 가치에 있다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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