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습이다 -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발견해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
글렌 커츠 지음, 이경아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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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그럴듯한 제목에 낚여 종이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의 앞 부분을 살피며 분노심을 일으키지만...이렇게 가끔은 나의 얄팍한 술수가 외려 진정성 있는 가르침을 던져주는 책으로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 얻어걸린다고 흔히 말한다. 
이 책은 한 쪽에 쌓여 있던 책 중 하나였다. 샀는데 한 장도 안 읽고 알라딘 중고매장으로 넘기기엔 아까워서 30페이지라도 읽어보자고 집어 들었는데 결국 마지막장까지 읽었다. 하루 만에 읽은 책이다. 내가 책 읽는 속도가 조금 빠른 편이긴해도 요즘처럼 정신없이 사는 생활패턴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집중해서 읽은 셈이다. 그 정도로 좋았다. 
주인공은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썼다. 그런데 드라마틱한 면과 예술을 다뤘다는 면 때문인지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거스트 러쉬`나 `빌리 엘리어트` 아니면 `샤인`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린 시절 음악적 감수성이 풍성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지은이는 기타교실(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문화센터정도가 될 것 같다)에 다니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현시킨다. 각종 콩쿨에 나가 1등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음악을 전공한 집안에서 음악을 전공해나가는 것과 음악을 애호하는 집안에서 혼자 잘해서 음악가의 길을 걷는 것은 상당히 다른 의미다. 사실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강 선생님의 수상이 그리고 박목월 선생의 아들인 박동규 교수의 성공이 이상하지 않은 까닭과 황동규 선생의 예는 들고 싶지도 않다. 타고난 유전적 기질과 함께 후천적으로 지원되는 사회문화적 환경은 유전만큼이나 재능 발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의 재능이 탁월한 기술 발현 정도에서 머물뿐 위대함을 얻기가 힘든 까닭은 여기에 있다. 뿌리의 깊이와 굵기가 달라지는 것이다.땅 위에 보이는 것이 비슷해보일지라도 그 나무가 수백년을 살아남는 위대함을 갖추려면 지상위의 모습의 몇 배에 해당하는 튼튼하고 단단한 뿌리가 있어야 한다. 빨아들이는 양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부모의 영혼과 위대함 부모가 음악을 하던 모습 등을 회상하는 일은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것일 수 있다. 악기와 함께 머물며 고독을 숙명처럼 살아가는 삶을 곁에서 지켜본 이는 자신도 그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입장을 취한다. 노력해서 집중하는 것과 당연히 몰입하는 것은 다르다. 

글렌 커츠는 섬세한 필체를 가졌다. 번역한 책이 이정도라면 본래 더 잘 썼을 것 같다. 음악을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것과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비슷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문맥 속의 액센트 등을 찾아내는 일이 글을 읽는 것이고, 조화롭게 써 내려가는 일이 작곡과 연주하는 일의 다름아니라 했으니 말이다. 동의한다. 

 지은이의 삶의 여적을 따라가며 느낀 사실은 결국 지은이는 음악 자체를 사랑했기 보다는 음악을 통해 성공하는 자기 자신을 지독하게 꿈꿨던 것 같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화려한 도구인 기타를 통해 기타 음악 그 자체보다는 그를 통해 세상에 나아가고자 하는 특별한 자기자신을 원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러지 않을까싶다. 내가 좋은 글을 쓰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까닭도 사실 좋은 글이 내 이름 석자를 빛내줄 수 있기 때문이지 그것이 아니라면 글을 한 자도 쓰려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본능인지 속물적 근성인지 알 길이 없지만 부정하고 싶진 않다. 

여튼 작가는 현재 종합예술을 가르치는 교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다. 
뮤진틑리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읽어보고 싶다. 
이 책 덕분에 `존 윌리엄스`라는 훌륭한 기타리스트를 알게 되었다. 
음악이 있는 저녁 거실은 아름답고 영혼이 충만했다.
유유에게 음악을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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