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보았다. 벽난로 위에 장식되어 있는 마을이 어찌나 이쁘던지 나도 여유가 되면 모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여유가 생긴 건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면 크리스마스 용품을 아주 싸게 세일을 하기 때문에 그때를 이용하여 일 년에 한 개씩 장만했다. 어느 해에는 트리나 분수처럼 작은 걸 살 때도 있었고 어느 해에는 스케이트 장이나 기차역같이 제법 멋진 것을 사기도 했다.

우리 집 전통으로 하자며 매년 땡스기빙 다음날이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집 안 밖을 장식한 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꺼냈다. 꽤 오랫동안 이 전통(?)이 계속되었는데 몇 년 전부터 만사에 의욕이 없어진 나 때문에 슬그머니 없어졌다. 


코로나로 내내 집에만 있는 게 심심했던지 엔양이 땡스기빙도 안되었는데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자고 했다. "야! 귀찮아"했더니 어디 있는지만 말해주면 자기가 다 하겠단다. 그래서 트리를 꺼내주며 크리스마스 빌리지도 꺼냈다. 꺼내고 보니 어떤 건 언제, 왜 샀는지 기억이 나지만 어떤 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매번 장만할 때마다 기록해 두었다면 좋았을 것을. 






현재 내 프사인 어린이 책 서점. 이런 서점 있으면 정말 좋겠다.



올해는 여러 가지로 연말 기분이 나지 않는 우울한 나날들인데 둘째 녀석의 부지런 덕에 조금은 따뜻해졌다. 고마운 엔양. 



덧붙여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진.

2006년 사이가 아주 좋았던 엔양과 엠군의 사진으로 2010년에도 찍었고 (포즈는 다르지만) 올해도 찍으려고 했는데 계단에 저렇게 장식하는 게 귀찮아서 계속 미루고 있다. 과연 올해가 가기 전에 찍게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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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2-19 0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가들 다정해라! ㅋㅋ 저희 양과 군은 일곱 살 차이나는데도 서로 팍팍 때리고요ㅠㅠ

scott 2020-12-19 10:48   좋아요 3 | URL
열반인님 안계실때 세상 다정한 남매 일지 몰라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9 11:30   좋아요 3 | URL
그랬으면 좋겠다 ㅋㅋㅋ

psyche 2020-12-19 11:33   좋아요 2 | URL
저건 2006년 14년전 일이라...지금은 싸우지는 않지만 동생이 누나를 소 닭 본듯 합니다.ㅠ.ㅠ

psyche 2020-12-19 11:34   좋아요 3 | URL
scott님 말씀이 맞을 거에요. 엄마 없으면 아이들이 서로 엄청 챙겨줘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9 12:16   좋아요 1 | URL
예쁜 애기들은 그게 되는군요 ㅋㅋㅋ

수이 2020-12-19 15:13   좋아요 3 | URL
동생이 누나를 소 닭 보듯 하는 건 저희집 남매들도 마찬가지! 남동생 어른 되고난 후 완전 아저씨 되어서 ㅠㅠ 가끔 보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9 15:19   좋아요 1 | URL
저는 여동생만 있는데 안 본지 이 년 되가요 ㅋㅋㅋ개와 원숭이 사이 ㅋㅋㅋ

scott 2020-12-19 15:24   좋아요 1 | URL
프쉬케님 남매 사진을 자세히 보니 막둥이가 누나를 더 사릉하는걸로 ღ

2020-12-19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9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9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9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 2020-12-19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지네요. 🙊 생강빵 레고 하나 조립해서 트리 끝내려고 했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트리가 필요하다는 걸 둘째님께 배우고 갑니다 ^^

scott 2020-12-19 10:48   좋아요 3 | URL
하나님, 쿠키 몬스터 ㅋㅋ도 트리에 매달아주세요

(ღ˘⌣˘ღ)

psyche 2020-12-19 11:43   좋아요 2 | URL
귀찮게 왜 일을 벌리나 했는데 막상 하고나니 잘했구나 싶더라고요. 이럴 때일수록 처지지말고 으샤으샤! 하나님도 이쁘게 만드세요~

수이 2020-12-19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성실함과 더불어 오고가는 거 같아요. 어릴 때는 그거 잘 몰랐는데 나이 조금씩 먹다보니 그런 거 같아요. 어린 남매들 사진 넘 다정해요. 광고 속 한 장면 같아요.

scott 2020-12-19 10:28   좋아요 1 | URL
수연님 아이들에 거울은 부모님이니,
프쉬케님에 다정한 모습을 보고
배운거 아닐꽈 ㅋㅋㅋㅋㅋ

psyche 2020-12-19 11:45   좋아요 1 | URL
전에 누가 이 사진이 꼭 홀마크 크리스마스 카드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때는 저렇게 다정했는데 지금은.....ㅜㅜ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비포 애프터 사진을 찍으렵니다. 불끈!

psyche 2020-12-19 11:48   좋아요 1 | URL
scott님 저는 다정한 사람은 아닌데요. 오히려 무심한 편인데요.
둘째가 저를 안 닮아서 저렇게 다정한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ㅎㅎ

수이 2020-12-19 15:11   좋아요 1 | URL
스콧님, 저 하나도 다정하지 않은데 제 딸아이는 완전 스윗덩어리에요 ㅋㅋㅋ

수이 2020-12-19 15:12   좋아요 2 | URL
애프터 사진 꼭 올려주셔야 해요 언니 ㅋㅋㅋㅋㅋㅋ 어떤 표정 지을지 너무 궁금해요. 다정한 남매는 정말 드문 거 같아요. 저는 언니오빠 없어서 언니,오빠 있으면 세상 다정할 거 같은데 동생 녀석들에게는 안 그런 거 보면 ㅋㅋㅋ 그것도....

psyche 2020-12-19 15:14   좋아요 1 | URL
올해가 가기 전에 계단 장식을 해야 사진을 찍을텐데요... 과연 가능할 것인가 ㅜㅜ

scott 2020-12-19 15:25   좋아요 1 | URL
우리모두 프쉬케님 마직막 크리스마스 특집 데코를 원해요 ღღღღ

scott 2020-12-19 15: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크리스마스 빌리지가 프쉬케님 집에 전부 모여 있네요 12월 집콕라이브지만 프쉬케님집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눈가루 뿌려요.ㅋㅋㅋ

✩✪✫✬✭✮✯✰✱✲✳✴✵✶✷✸✹✺
✩✪✫✮✯✰✱✲✳✴✵✶
마지막 남매 사진 러브 러브 하네요
(✯◡✯)

psyche 2020-12-19 11:49   좋아요 1 | URL
여기는 눈이 안 오는 곳이라 진짜 눈 보고 싶네요. 태어나서 내리는 눈을 한번도 못 본 우리집 엔양과 엠군은 언제나 눈을 볼 수 있으려나요.


라로 2020-12-2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엠군이 저렇게 적극적인 시절이 있었군요!!! 누나가 친구 같아 보여요. 여친!! 둘 다 넘 귀요미들!! 크리스마스 빌리지 저렇게 모아 놓은 것 보니 보기 좋아요!! 일년에 한 번 사용하는 거지만 이런 맛에 모으는 것이겠죠!! 😍❤️

psyche 2020-12-22 03:08   좋아요 1 | URL
엠군 3살때입니다 ㅎㅎ 저때는 진짜 귀여웠는데 지금은 ㅜㅜ
크리스마스 빌리지 몇년만에 꺼냈어요. 올해는 그냥 넘기고 내년부터는 다시 한개씩 모으는 거 시작할까봐요. 간만에 꺼내니 좋더라고요.

희선 2020-12-23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빌리지 멋지네요 불도 들어오다니 진짜 사람이 살 것 같은 마을입니다 집안 사람이 모두 잠든 밤에 저기 집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사람들이 움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 많이 없어졌는데 올해는 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 어디나 그렇겠네요 그래도 마음은 따듯하게 보내면 좋을 텐데...


희선

psyche 2020-12-23 13:52   좋아요 2 | URL
동화속 장면 같네요. 사람들이 모두 잠든 밤에 움직이는 인형들이요 ㅎㅎ 올해는 코로나로 더욱 썰렁한 크리스마스가 될 거 같아요. 내년에는 조금 나아지겠죠?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0-12-23 1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psyche님댁의 크리스마스 빌리지 진짜 예쁜데요. 트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고요, 불빛 때문에 환하고 따뜻한 느낌도 있어요. 세트가 아니라 하나씩 모은 것들이라고 하시니 아끼는 마음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추수감사절 지나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건 잘 몰랐는데,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연말에 잠깐 보고 지나가기에는 시간이 짧더라구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네요. 연말의 남은 날들이 적지만, 그만큼 좋은 일들은 더 많기를 바라겠습니다. psyche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psyche 2020-12-25 08:56   좋아요 1 | URL
추수감사절이 11월 마지막 목요일이거든요.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장식하기 딱 적기인거 같아요. 그러면 한달정도는 장식을 해 놓으니까요.가족들이 다 모이니 같이 할 수도 있고요.
한국은 오늘이 크리스마스네요. 서니데이님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겠죠? 항상 건강하시길!

scott 2020-12-23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집 크리스마스 빌리지에
눈가루 뿌린 하우스 하나 보내여 ㅋㅋㅋ

。 ° · 。 · ˚ ˚ ˛ ˚ ˛
。° 。 ° 。˚ ˛ · ˚ ˚ ˛
★MERRY★ 。 · ˚ ˚ ˛ ˚ ˛ · ·
。CHRISTMAS 。 。° 。 ° ˛ ˚ ˛
_Π____ 。 ˚ ˚ ˛ ˚ ˛ ·˛ ·˚
/_____/ \。˚ ˚ ˛ ˚ ˛ ·˛ ·˚
| 田田|門| ˚ ˛ ˚ ˛ ·

계신곳에 눈가루 배달 완료 ^.~

psyche 2020-12-25 08:58   좋아요 1 | URL
scott 님 감사합니다!!

scott 2020-12-31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집에 2021년 새해 복주머니 놓고 가여 ㅋㅋ

\-----/
/~~~~~\ 2021년
| 福마뉘ㅣ
\______/

psyche 2021-01-03 09:18   좋아요 1 | URL
scott 님께 복주머니 받았으니 올해 복 많이 받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
scott 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유 퀴즈 온 더 블럭> 에 김은희 작가가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과 '킹덤'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 유튜브에서 당장 찾아봤다.

나도 장르물 좋아하지만 겁이 많은 사람이라 작가님 이야기 들으면서 웃었는데 (작가님은 더 심하심) 로맨스 이야기에서 완전 빵 터졌다. 어머 나랑 똑같아!!!
내가 한참 웃고 있으니 지나가던 남편이 쓱 들여다본다. 남편은 나에게는 무척 다정한 사람이라 내가 저런 식으로 대답하면 상처를 받는데 하지만 사실이잖아. 영원한 사랑은 환상이라고. 그런 건 없어. 

김은희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써주시길. 시그널2 기다리다 목 빠집니다. 
 
책 열심히 읽으려고 맘 먹었던 프시케 일단 싸인하고 유령을 달리고 오겠습니다.


 
한참뒤에 제목을 잘못 썼다는 거 알고 고쳤다. 유 키즈가 아니라 유 퀴즈네. 뉴 키즈 온 더 블럭을 기억하는 나이다보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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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12-19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인하고 유령 달리러 갔는데 유튜브에서 5분 단위로 짤린 거 밖에 못 찾았다 ㅜㅜ

유부만두 2020-12-19 06:36   좋아요 1 | URL
싸인 재밌었는데요... 박신양 배우의 버럭이 기억나요. CSI 수료하신 언니껜 시시할지도 몰라.

psyche 2020-12-19 06:40   좋아요 0 | URL
싸인은 워낙 오래된 거라 지금 보면 시시할까? 유튜브에 5분씩 잘린데다가 화질이 안 좋아서 못 보겠네.ㅠㅠ

유부만두 2020-12-19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새 ‘경이로운 소문’ 봐요. 드라마 보단 웹툰이 나았어요. 귀신 얘기라 무섭 개 무섭.

psyche 2020-12-19 06:42   좋아요 0 | URL
나도나도! 웹툰 재미있었는데 드라마도 난 재미있어. ‘경이로운 소문‘은 무섭지는 않잖아. 웹툰은 좀 잔인하긴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손 더 게스트‘ 재미있는데 진짜 무서워

유부만두 2020-12-19 06:49   좋아요 0 | URL
손... 은 1회 초반에 기권요;;; 예전에 강동원 사제로 나오는 영화도 꾹 참고 강동원이랑 아기 돼지에 매달리며 끝까지 갔어요.

psyche 2020-12-19 06:54   좋아요 0 | URL
1회가 제일 무서워. 갈수록 좀 나아져. 물론 계속 무섭지만.
나는 한국에서 방영할때 여기서 같이 달렸는데 절대 밤에 안 보고 환한 대낮에만 봤지. 그리고 드라마 볼 때 보통 헤드폰 끼고 보거든. 손 더 게스트는 그렇게 못 하겠더라고. 음향이 얼마나 무섭던지!!! 음향감독이 대단하더라고. 암튼 엄청 무서웠는데 연기들도 좋고 끝까지 재미있었어.

psyche 2020-12-19 06:56   좋아요 0 | URL
강동원이 사제로 나오는 게 검은 사제들이었던가? 이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던 듯?? 아닌가?? 계속 강동원은 신부복 입은 모습도 멋있구나 이 생각만 하면서 봐서....
근데 손 더 게스트에서도 신부복입은 김재욱이 진짜 멋있어.

2020-12-19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0-12-2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킹덤은 별로였어요. 시그널은 김혜수 나온 그 시그널 인가요??? 암튼 아직 유튜브 보기 전인데 프님의 로맨스 이야기 듣고 싶어서 이 유튜브 봐야겠어요. 😅

라로 2020-12-20 10:42   좋아요 0 | URL
북플로는 클릭이 안 되네요. 나중에 컴으로 볼게요. 😓

psyche 2020-12-22 03:10   좋아요 0 | URL
네 김혜수 나온 시그널 맞고요. 킹덤 별로셨구나. 전 완전 좋아했는데. 주지훈도 멋있고요 ㅎㅎ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이 책의 한글판 제목 <나쁜 교육 - 덜 너그러운 세대와 편협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보았다. 안 그래도 요즘 편협한 사회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데다가 젊은 세대들의 우울증, 불안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이 있었기에 바로 도서관을 검색해 책을 찾았다. 영문판의 제목은 <The Coddling of the American Mind>로 coddling은 너무 애지중지하는 걸 뜻하니 과보호를 의미하는 것일 텐데 안 그래도 요즘 헬리콥터 부모니, 제설기 부모 (snowplow parents)니 하는 말로 과보호하는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나 역시 과보호의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입장인지라 솔깃한 마음에 바로 빌렸다.


앞부분에서 저자들은 미국 사회에 퍼져있는 세 가지 나쁜 생각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비진실(Untruth)은 다음과 같다.

- 유약함의 비진실: 죽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해지게 한다.

- 감정적 추론의 비진실: 늘 너의 느낌을 믿어라.

- ‘우리 대 그들’의 비진실: 삶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사이의 투쟁이다.

(이 부분은 책 소개 글에서 빌려왔다)

첫 번째인 유약함의 비진실은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두 번째 감성적 추론의 비진실도 내 느낌을 항상(여기에 방점이 있다) 믿는다는 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저자의 지적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려는 순간 microaggression 이야기가 나왔다. 혹시 마이크로어그레션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수 있어 이제오마 올루오의 <인종토크>에서 마이크로 어그레션을 설명한 부분을 발췌했다.


마이크로어그레션은 소외받고 차별받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같은 소수자들이 수시로 겪어야 하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모욕과 수모를 말한다. 여기서 이야기할 인종적 마이크로어그레션이란 유색인에게 가하는 수모와 모독을 말한다. 이건 그저 귀찮고 거슬리는 일이 아니다. 당신이 '열등하다'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반복 주입시킴으로써 심리학적인 피해까지 입히는 현상을말한다. 마이크로어그레션에 반복 노출되는 유색인은 고립감을 느끼고 자신이 틀렸거나 가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돌발 상황에서 마이크로 어그레션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심이 높아지고 불안장애나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p. 219)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런 거다. 흑인 남성이 지나가는데 가방을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기는 여성, 상점에 들어갔는데 멕시칸 여성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직원, 영어를 잘하는 동양인에게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사람임) 너 영어 잘한다. 혹은 너 어느 나라에서 왔어?라고 묻는 것(트럼프가 예전에 바로 이런 식으로 했다가 한국계 학생에게 한 방 먹었다. 이런 질문은 너의 생김새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구나. 이런 의미가 있다) 흑인 승객을 태우지 않고 지나가는 택시, 취향이 고상하네요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가 내포되어 있음.) 이런 것들이다. 마이크로어그레션은 가해자가 일부러 상처를 주거나 모욕감을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좋은 의도에서 칭찬이거나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일 때도 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이런 행위에 의해 위축되고 방어적으로 되며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의도하지 않은 것은 어그레션 (공격)이 아니라고 한다. 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 일이 준 영향은 아무 상관없이 괜찮은 건가요?? 의도보다 영향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가 문제라고 하면서 이런 마이크로어그레션을 당했을 때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런 행동을 한 사람에게 '네가 나쁜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는 거 알지만 그건 이러이러한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라고 말해줘야 한단다. 그래야 어쩌고 하고 개소리를 하는데 열이 확 올라왔다. 왓?? 뭐라고??? 물론 이런 일을 당해서 기분이 나쁘고 상처받았을 때 그걸 끌어안고 괴로워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미친 x 하고 툭 털고 일어나는 방법을 연마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단지 피해자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이고 피해자가 선택할 일이다.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고치려 하는 게 아니고 별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듯 모든 것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일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다니? 저자는 백인 남성이기 때문에 이걸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고는 네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사람들에게 찬찬히 이야기해 주면 해결될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버클리에서 일어났던 밀로 야노풀로스(이아노풀로스? Milo Yiannopoulos) 연설 저지 시위의 예를 든다. 이 밀로 야노풀로스는 아는 분은 알겠지만 여성 혐오, 이슬람 혐오, 인종차별들의 발언으로 악명 높은 놈이다. 그가 2017년 2월 버클리 대학에서 강연을 하려 하자 반발한 학생들의 시위가 격렬해졌고 폭력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나는 폭력에 반대한다. 그런데 이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나의 대학 때가 떠오른다. 당시에도 언론은 대학생들이 시위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폭력에 중점을 두고 비난하지 않았던가. 폭력을 휘두르고 관계없는 사람을 다치게 한 시위대를 두둔하고 싶지는 않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혐오 발언으로 선동하는 놈의 강연을 그것도 대학에서 열다니?? 물론 대학에서 한쪽에 치우친 이야기만 들어야 한다면 그건 잘못이다. 하지만 양쪽의 의견을 듣는게 아니라 단지 중립적으로 해야 한다며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람들도 데려와 듣는 게 옳은 일인가? 트럼프 시대가 되어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혐오 발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고, 가짜 뉴스를 마구 퍼뜨리는 데 이것들도 역시 표현의 자유니까 괜찮다는 말인가? 그 말로 인해 사람들이 다치는데?? 말은 폭력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모욕은 그냥 떨쳐버리고 무시하면 된다고??


앞부분부터 엄청 화가 났는데 끝까지 다 읽었다. 물론 저자들의 지적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자유롭게 놀 시간이 없는 아이들,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부모와 학교,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대학 행정부, 아이들의 SNS 사용에 대한 지적 등은 일리가 있고 우리가 바꿔가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거 보려고 끝까지 읽었다)도 딱히 새로운 것은 없었고 책이 전반적으로 내용이 반복되고 (매번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요약도 해 준다) 몇몇 사실과 극단적인 예를 가지고 일반화를 시키는 오류도 많았다. 쓰다 보니 다시 화가 나서 제대로 논리적으로 쓸 수가 없었고, 지적하고 싶은 부분들도 뒤늦게 생각났지만 다시 책을 들춰보기 싫어 여기까지만. 한마디로 이 책을 설명하자면 특권을 가진 나이 든 백인 남성이 '요즘 애들은 말이야'라고 하는 꼰대의 분위기로 가득한 책.














서재에 책을 넣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한글책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연결되어있어서 전자책을 넣고 글을 써도 같은 책이면 종이책에서 검색해도 나오는데 외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외서는 종이책, 전자책 뿐 아니라 하드커버, 페이퍼백, 오디오 북 등등 종류가 많은데 이것도 같은 책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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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17 0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이크로어그레션...거의 매일 느끼고 있는데.. 그런데 저자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네요. 그걸 꼭 말해야 알 수 있겠니? 다른 사람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연습따위는 해볼 생각도 안하면서.....몰랐다고 다 괜찮은건 아니랍니다.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네요.

psyche 2020-12-17 09:22   좋아요 3 | URL
말해서 알 사람이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죠. 무지가 핑계가 되는 게 아닌데 말이에요. 이 책의 평점이 좋아서 더 화났어요. 에잇

수이 2020-12-17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인 지식인 남성으로 태어나 계속 그 시각으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게 여지없이 느껴지네요. 저는 책 읽지도 않았는데 막 화나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화나니까 책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져요.

psyche 2020-12-17 09:27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백인 남성으로 더군다나 대학교수니까요. 마이너리티의 입장을 전혀 모르면서 자기는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주장해요. 기계적 중립이라고 하면서 X소리 하는 걸 그대로 실어주던 XX 신문들도 떠오르고.

syo 2020-12-17 0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려주면 그렇구나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고칠 생각도 없어보이는데요.
자기들한테 화내고 고소하고 모욕감을 주면서 일을 키우지말고 그냥 간단한 사과나 받고 사건을 ‘마이크로‘하게 끝내자는 이야기같군요..... 양아치네.

psyche 2020-12-17 09:29   좋아요 2 | URL
알려주면 아 그렇구나 하고 반성할 사람이면 그렇게 안 하죠. 와 넌 역시 특권가진 백인 남성이구나, 그 입장에서 요즘 애들이 어쩌고 하면서 꼰대질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cyrus 2020-12-17 0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편견이 반영된 의도하지 않은 말과 행동은 누군가에게는 공격적이고 차별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저자의 의견은 비판받을 만해요.

psyche 2020-12-17 09:31   좋아요 1 | URL
마이크로어그레션에 대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예민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이크로어그레션 자체의 문제제기가 잘못된 건 아니거든요. 누군가에게는 그게 모욕적으로 느낄 수도 있는 건데 그냥 무시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났어요.

유부만두 2020-12-17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복장 터지지 말아요. 언니 복장 프레셔스...

psyche 2020-12-17 12:50   좋아요 0 | URL
프레셔스하지는 않지만.... ㅎㅎ 복장 터지지 않게 조심해야지

scott 2020-12-17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끝까지 읽으신 프쉬케님 대단!
이사뢈, 또람프 추종자로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커밍아웃했는데 출간하는 책마다 이사람 추종자들이 많다는게 미쿡에 현실 ,,,,

psyche 2020-12-18 14:28   좋아요 1 | URL
제가 좀 미련합니다. 진작 던져버렸어야 하는 것을....
근데 이 사람 책에서는 저자가 자기네 둘 다 공화당을 찍지 않았다고 하던데...역쉬 트럼프 지지자였군요. 근데 정말 평점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더 화났어요

라로 2020-12-1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끝까지 읽으신 프쉬케님 대단!2
˝앞부분부터 엄청 화가 났는데 끝까지 다 읽었다.˝ 에서 프님이 보여요!! 역시 프님!!! 멋져!!
이제 정말 글 자주 올리시는 거죵??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요. ˝use it or lose it.˝이라고. 근육을 사용하라고 안 그러면 근육이 없어지잖아요. 우리 글씨기 근육 자주 사용합시당!!!^^

psyche 2020-12-18 14:31   좋아요 1 | URL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미련한 구석이 있는 거 같아요. 아니면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 즐기는 걸까요? 예전에는 시작한 책은 화내면서 끝을 다 봤는데 요즘은 그래도 가끔 보다 마는 책들이 늘어나요. 발전한 걸까요? ㅎㅎ
원래 알라딘 돌아오면서 매일 글을 써야지 했었는데 역시 저는....작심삼일도 안되고 작심하루였습니다.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쓰려고요. 안그러면 다 까먹어서...ㅜㅜ
그리고 라로님 글쓰기 근육이라는 말 좋네요! 앞으로 열심히 사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까먹기 전에 <The 57 Bus>에 대해 쓰려했는데 벌써 가물거린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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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1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점 읽으셨군요! 어떤가요??

psyche 2020-12-10 14:26   좋아요 0 | URL
재미있는데 좀 무서웠어요.

mini74 2020-12-1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깔끔하고 예뻐요*^^*

psyche 2020-12-11 00:4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2020-12-11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1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0-12-12 0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로하 나의 엄마들, 궁금하고 (그런데 또 샀다간 안 읽을 거 같고) 그래요. 그래도 기대는 하고 있어요.

psyche 2020-12-12 08:59   좋아요 2 | URL
개인적으로 이민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무리는 좀 아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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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1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강차와 진저브레드 어떤 책이에요?? 그나저나 왜 남이 읽은 책이 늘 더 재밌어 보이는지. ㅋㅋ

psyche 2020-12-10 14:32   좋아요 0 | URL
책에 나온 음식에 대한 이야기에요. 음식을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했는지 그런거요. 진저 브레드를 생강빵이라고 했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이야기. 어릴 적 읽었던 책에 나오는 음식이 아 이거를 이렇게 말한 거였구나 하기도 했고요.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대한 고민도 나와서 흥미롭게 읽었어요.

유부만두 2020-12-12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비커밍‘ 감상이 궁금합니다. 좀 풀어바바바바바바요

psyche 2020-12-12 09:01   좋아요 0 | URL
비커밍 좋았어! 재미도 있고 특히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읽다보니 현 대통령과 비교가 팍팍 돼서 한숨 쉬면서 읽었지 워낙 미셸 오바마가 인기가 좋지만 더 좋아졌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