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즐거운 인생>(2007)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2007) 그리고 <고고70>(2008)을 거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오빠밴드'를 보면 요즘은 락 밴드가 대세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십 대 남자들이 먼저 밴드에 불을 당긴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중년들이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밴드이기에 영화가 나온 것일까.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 영화들이 중년 남성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음악으로나마 보상해주었고 다수의 남성들이 공감했음에는 이론이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론 특히 이중 '오빠밴드'를 한번 보고는 첫눈에 팬이 되고 말았다. 유영석의 물결 치는 피아노 솜씨, 탁재훈의 깐죽거림, 신동엽의 너무도 버거워 보이는 기타, 그리고 무엇보다 '김정모'라는 처음 보는 젊은 친구의 이 악기 저 악기를 넘나드는 풍경은 단 몇 초만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고 말았다.

 

모르긴 해도 이 프로 대박일세. 하여 일요일 저녁이면 '본방사수'하려고 몇 번이고 주문을 하곤 한다. '오빠밴드 나오면 날 불러 줘.' <베토벤 바이러스> 후 배우 박철민은 그 드라마로 인해 음악이 자신에게 들어왔다고 하던데 나는 '오빠밴드'로 인해 밴드를 새로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 마흔 줄, 잊었던 드럼에 다시 손을 대다

 

우리 집 남자는 사실 이미 밴드에 감염되어 있었다. 평소 흘려들었던, '왕년에 밴드 활동 좀 한' 사연은 위에 언급한 영화들로 인해 다시 추억되었다가, 급기야 지난해 가을에는 밴드 동아리에 회원가입을 하였고 지금까지 열심히 다니고 있다. 젊은 날 접은 꿈이 뒤늦게 현재진행형이 된 것이었다.

 

남편은 밴드 중에서도 '드럼'인데, 드럼을 무슨 재미로 치나 했는데 오빠밴드의 김정모의 솜씨를 보고나니 '드럼은 밴드의 척추'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김정모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흉내 내고 싶은 게 고소원이나 그게 안 되니 중년의 드러머는 한숨이 절로 나오나 보았다.

 

한숨이 나올 법도 한 게 드럼도 알고 보니 그냥 무작정 두드리면 되는 게 아니었다. 책 한권 가득한 리듬들에는 쉬운 것들도 있었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다로운 리듬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그러하기에 드럼도 잘하려면 10대나 20대 초반부터 해야 제대로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피아노의 경우 지 아무리 복잡해도 왼손 오른손의 주고받음일 뿐이지만 드럼의 경우 두 손 두 발 즉, 때론 네 개가 따로 놀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배우는 입장에서는 머리에 쥐가 나는 게 당연하였고, 왼손의 힘을 기른다며 오른손잡이인 남편은 밴드 동아리 가입 후 지금까지 줄곧 왼손으로 수저질을 하고 있다.

 

직장인으로서 밴드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텐데…. 무엇보다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들이 하나의 곡을 향하여 서로의 개성을 죽이고 화합한다는 것이 신기하여 음악보다 그게 더 놀랍다고 하였더니.

 

"곡목 선정을 함에 있어 드럼 치는 사람은 이왕이면 드럼이 튀는 곡을 하고 싶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가 튀는 곡을, 기타 치는 사람은 기타가 튀는 곡을 하고 싶어 하지."

 

"그럼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해?"

 

"서로 타협을 하는 거지. 그리고 서로의 이해를 두루두루 충족 시켜줄 수 있는 곡을 선정하기도 하고… 아무튼, 노래 한곡 무대에 올리는 일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야."

 

아닌 게 아니라 남편의 경우 곡하나 무대에 올리는데 얼추 일 년이 걸린다 하겠다. 다음 달에야 첫 무대에 선다고 하니. 남편이 속한 밴드가 연습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나는 새삼스레 송골매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 노래가 그렇게 어려울 줄이야. 송골매뿐만 아니라 밴드 음악 하는 사람들 전부 다 대단하게 보였다. 어렵다해도 대중음악이니 만큼 클래식 음악보다는 훨씬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들 나름 경지에 올라야 그렇게 칠 수 있는 것이었구나.

 

아무튼, 오빠밴드도 남편밴드도 잘 되길 빈다. 때론 프로보다 아마추어들이 자기만족을 더 느낄 수도 있으니 늦었다 생각말고 이참에 밴드에 관심이 있는 중년들은 저마다 한번 시도해 보심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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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컨디션'이라는 그룹(?)듀엣(?)의 'we believe' 란 곡인데 알라딘에는 

음악이 안 되어서 가사만 올린다. 가사는 한편의 시로도 손색이 없는듯~~ 아름다운 사람이  

가니 모든 영역의 예술이 동시에 저마다 수준이 높아진다고나....

 

5월 어느 토요일 잠결의 뉴스
믿을수없는 이야기
아름답던 그사람 볼 수 없다는
저만치 떠나갔다는

바람만 슬피 울고
아무 대답도 없어
밝은해가 뜨는 그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요.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미쳐버린 세상에 산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죠
하지만 난 당신을 가슴에 담고
그렇게 버텨 갈께요.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멀리서겠지만 가끔 그렇게
우릴 지켜봐줘요
밝은해가 뜨는 그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요.

이젠 모두 잊고 편히 쉬세요
우린 당신을 믿어요
우린 당신을 믿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49재. 친구와 진영역에서 만났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혹시나 해서 전날 대구사는 39살(너무 많나?) 조카에게 갈거냐고 물으니 선뜻 간다고 하여 아침기차에서 만났다. 그렇게 셋이서 안장식을 하기전 세시간 동안 '찌라씨들'이 골프장이라 명명했던 못 둑(알고보니) 아래 잔디 밭에서 입술이 부르트도록 이바구를 하였다.

하얀나비도 한마리 오래도록 잔디밭 곳곳을 날아다녔다.

조카가 말했다.

"이모, 나는 시가 좋은지 몰랐는데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나서 시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어. 그 몇 줄이 사람의 마음을 그토록 찡하게 만드는줄 이번에 알았어. 해서, 서점에 가서 특히 나에게 감동을 준 추모시를 쓴 시인의 시집을 찾아보기도 했어."

왜 아니랴. 나도 평소 시 보다는 산문이 좋았는데 이번에 시가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어디 시 뿐이랴. 그림도, 노래도, 만화도, 하다 못해 현수막 글귀도 .... 다 저마다 아름다웠다.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이렇게 여기서 만나자."

"그래..^^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가 그를 잊지 않는 한 그는 돌아가도 돌아간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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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깨고 나온 아기새
 
아기 새



새들이 떠나갔다. '누리꾼 수사대'에 의하면 떠나간 새들의 이름은 '황조롱이'였다. 얼추 한 달이 조금 지나자 먹이를 많이 뺏어 먹어 덩치가 제일 오동통한 녀석부터 일주일 사이에 순차적으로 떠나갔다. 지난 월요일(22일) 첫째가 날기 시작하더니 지난 토요일(27일) 최종적으로 막내가 떠나갔다. 

첫째와 둘째는 갔다가 이틀 만에 또는 하루 만에 다시 들르기에 완전히 둥지를 떠나기 전에 좀 들락날락하는가 싶었는데 셋째가 떠나자 모두들 다시 오지 않았다.

첫째, 둘째가 바깥세계로 날기 시작하면서도 일주일 동안 드문드문 들락날락 한 것은 가만 보니 막내를 독려하기 위함에다 먹이를 던져주기 위해서였나 보았다. 그래도 실수로라도 셋이 다 한 번 날아오지 않을까 며칠 기다리는데 아무래도 영 떠난 느낌이다. 무정한 인사들….

뭐 그래도 무사히 잘 자라서 떠났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원래 부화되기는 4마리였는데 부화 되고 며칠 사이 바로 하나는 건강하지 못했는지 어미에 의해 종적을 감추었다. 

 
베란다에서 태어난 황조롱이, 그 후 이야기

내가 발견한 5월 21일에는 분명 4마리였다. 22일 기사를 쓸 때만 해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에 망연자실하던 그날, 보러가던 영화를 접고 먼 길을 걸어돌아와 습관적으로 아기 새들을 살폈는데,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  위 사진에서 제일 안쪽에서 고개 숙이고 있던 녀석이 기운을 못 차렸는지…. 어미 황조롱이는 그 새아기를 어디다 묻어주었는지 우쨌는지 알 길이 없다. 

아무튼, 노 대통령이 그렇게 가신 것이 황망했던 것처럼 아기새 또한 태어나자마자 생각지도 못하게 떠나갔기에 우리 가족은 바짝 긴장했다. 

 '까딱 잘못하다 나머지 새들도 제대로 못 날면 어떡하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 도움을 주려했던 것은 아니고 그저 그들의 둥지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되도록 '모르쇠'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러던 차, 때마침 그 다음주 KBS1 TV의 <환경스페셜- 숲의 제왕> 편은 우리 가족이 어린 새들을 돌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숲의 제왕> 편에서는 말 그대로 숲의 제왕인 '올빼미'와 '수리부엉이'를 조명했다. 그걸 보면서 올빼미와 수리부엉이가 숲의 1인자라면 글쎄 황조롱이는 2인자 내지는 3인자쯤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ㅎㅎ)

수리부엉이와 올빼미의 경우 30일 정도 알을 품고 나면 알들이 부화를 하고 또 30일쯤 지나면 어미와 비슷한 모습이 되고 보름쯤 더 지나는 부화 후 총 45일쯤이면 완전 둥지를 떠난다고 했다. <환경스페셜>을 보기 전에는 도대체 저 '솜털들'이 얼마나 지나야 '새 구실'을 할까 막막하였는데 한 달만 지나면 어미만큼 커진다니, 가슴이 확 트이고 안심이 되었다.

 뚝딱, 한 달 만에 어미새 만큼 커지다

과연, <환경스페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의 아기도 막상 태어났을 때는 저 어린것이 언제 크노 싶지만 한 달 두 달 지나면 헤헤거리고 웃으며 무럭무럭 자라듯, 새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뻥튀기 기계에 들어갔다 나온 것도 아닌데 일 주일만 지나도 쑥쑥 처음 태어났을 때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아기 새들은 1주일 2주일이 지나자 마치 개가 털갈이 하듯 하얀 솜털들이 벗겨지면서 속에서 갈색의 새로운 털들이 자라나왔다. 하여, 어느 날 보면 꽁지가 쑥 나와 있고 또 어느 날 보면 날개가, 또 어느 날 보면 솜털보다 새로 나온 진한 털이 더 많아졌다(새 육아일기를 써볼까도 생각했으나 육아일기도 못쓴 내가 새 일기를 쓴다는 것은 주책이란 생각이 들어 접었다. 그래도 굵직한 것은 기억하기에… ^^).

그러다 4주째는 솜털이 군데군데 몇 가닥씩만 붙어있고 거의 어미 새와 동일한 크기가 되었다. 

'솜털이 한 올도 안 남고 완전히 떨어지면 날아가려나. 그런데 저렇게 하루 종일 제 자리 걸음인데 언제 다리 힘을 길러 날아가지?'

막 부화했을 때는 '언제 어미새처럼 크나' 걱정이었는데 다 자란 것을 보니 덩치는 산만해도 마냥 걱정되는 자식을 보는 것처럼 큰 덩치가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졌다. 게다가 의욕만 넘쳐서 사고치는 자식들처럼 저 녀석들도 섣불리 다리에 힘도 기르지 않고 날다가 낙상을 하면 어쩌나 심히 고민되었다. 그렇다고 태권도 학원에 보내줄 수도 없고…. 

그런데 우리의 염려와는 달리 어미새는 걱정도 안 되는지 통 소식이 없었다. 새들의 어미는 부화되고 난 초기 몇 주는 품어주기도 하고 참새와 쥐를 잡아와서 입으로 쪼아서 아기새들에게 한 입씩 넣어주기도 하였다. 

그런데 아기 새들이 다 자라가자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날이 여러 날 되어 보였다. 내가 못 봤나. 내가 못 본 사이에 쥐 한 마리 던져주고 떠났는데 아기새들이 게 눈 감추듯 먹어 버린 걸까. 아무튼 처음 솜털이 많은 시절엔 자주 품어주더니 솜털이 사라져가자 품어주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듯보였다.

하여, 이래저래 자식이 어려도 걱정, 커도 걱정이듯이 아기새가 어려도 걱정, 커도 걱정이었다. 그래도 새들은 자식에 비하면 속 썩이는 것도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속수무책으로 걱정을 해야 하나 하는 순간, 시원섭섭하게 떠나 주었다. 그래서 멋있었다. 떠날 때는 저렇게 가뿐하게 떠나는구나. 

첫째 아기새가 처음 날갯짓을 하던 날

언제 날갯짓을 하나, 나는 연습을 해야 날아갈 것이 아닌가 답답했는데 '이 아그들'은 떠나기 바로 전 몇 번의 날갯짓으로 바로 완전 습득이 된 듯했다. 아기새가 부화되고 한 달을 막 넘기던 지난 월요일(22일) 저녁 무렵 첫째가 에어컨 실외기 위를 폴짝 뛰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둘째도 뛰어올라 앉았다. 늘 단조롭게 제자리 걸음하던 친구들이라 그렇게 폴짝 뛰어오르는 것이 신기해 예의주시했다. 

그랬더니, 실외기 위에 있는 화분 위로 또 폴짝 뛰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옳거니, 숲이 아니다 보니 실외기와 화분을 이용하여 나는 연습을 하는구나'  

그런데 얼라리, 실외기와 화분 위로 올라 간 것도 대단한데 첫째는 더 높은 난간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발밑이 17층 낭떠러지인데, 떨어지면 어쩌나 내 가슴이 졸아들었다. 빨리 내려오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녀석은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지럽지도 않은지 아래를 유심히 보더니 모처럼 좁은 공간을 벗어나 기분이 좋았는지 날개를 최대한 펴고 날갯짓을 하였다. 더운 날 부채를 부치듯 탁탁탁 몇 번을 퍼덕이다가 쉬고 또 몇 번을 퍼덕이다가 쉬고 그러기를 예닐곱 번쯤 했나. 

이제 고만 하고 내려오지 싶은 그 찰나 첫째는 아래로 '훠얼~' 날아갔다. 큰방에서 그 모양을 렌즈를 당겨서 동영상을 찍던 나는 황급히 베란다로 나와 문을 열고 새가 날아간 곳을 찾았으나 이미 흔적도 없었다. 

혹, 17층 아래로 낙상한 것은 아닌가 간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러나 다행히 땅에 떨어진 흔적은 없었다. 알아서 저 요량 했겠지. 그러나 내 눈에서는 알 수 없는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날 저녁 큰애의 일기장을 살짝 보니 '엄마가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난간 위를 걷다가 날아갔다고 하자 왠지 슬펐다'라고 적혀있었다.

슬픈 것은 우리만이 아닌 남은 새들도 슬펐나 보았다. 둘째 새는 밤늦도록 실외기 위에 올라 앉아 큰 방 쪽을 보며 풀이 죽은 듯 앉아있었다. 

'아무렴 너희들도 서로 통하는 말이 있겠지. 우쩌겠니?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따라야지….'

 
그리고 이틀 후... 날개 달린 짐승과 이별하다

떠났던 첫째는 생의 첫 작품인지 아니면 먼저 한 마리 잡아먹고 동생들 생각나서 가져왔는지 쥐 한 마리를 들고 나타났다. 사이좋게 나눠먹으면 좋으련만, 둘째와 막내는 서로 먹으려고 싸웠다. 닭들이 싸우듯 나름 괴성을 지르며 싸웠는데 가만 보니 이미 쥐는 둘째의 두발 사이에 꽉 쥐어져 있었다.  막내는 헛물만 켜다가 이내 포기를 하였다.

'그래서 덩치가 제일 작구나' 안쓰러웠는데 그 역시 자연의 섭리상 어쩔 수 없는지…. 그래도 설마 저 혼자 다 먹을까 좀 떼어주지 싶었는데 기어이 둘째는 반쯤 먹다가 아예 쥐의 하반신을 통째로 삼켰다. 

그렇게 먹은 것이 효험을 보았는지 둘째 또한 그 다음날 떠났고 또 그 다음날은 생전 보이지 않던 어미새까지 셋이 한꺼번에 날아와 셋째에게 참새 한 마리를 던져 주었다. 글쎄, 어미는 그동안 무심한 게 아니라 나름 새끼들의 용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걸까. 새들의 말을 통역 할 수는 없으나 분위기상 보면...

어미새: "너도 빨리 날아야지 형들을 봐, 끼룩끼룩~~"

막내: "나도 날고 싶은데 형들이 내 먹이 다 뺏어 먹어서 아직 다리에 힘이 없어, 흥! 끼룩끼룩~~"

형님들: "그래도 우리가 먼저 난 다음 먹이를 잡아 줬잖아. 끼룩끼룩~~"

막내: "그래도 기분 나빠, 지들 끼리만 먼저 날고…. 끼룩끼룩~~~"

어미새: "얘들아, 싸움은 그만하고…. 막내도 수일 내 날 수 있을 거야. 날게 되거든 저기 숲으로 와서 이 엄마를 불러. 니 소리 들으면 마중 나갈게. 끼룩끼룩~~~"

그렇게 부산스럽게 왔다가 어미새와 형님들은 또 훌쩍 가버렸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지난 토요일(27일) 다른 식구들은 모두 외출 중이고 큰애만 있는 날이 왔다. 새소리가 요란해서 큰애가 베란다로 가보니 막내가 막 날갯짓을 하더니 날아가더라는 것이었다. 큰애라도 보아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그러고서 일, 월, 화, 수. 그래도 한 번은 들이닥치지 않을까 했는데 통 소식이 없다. 정말 완전히 떠났나 보다. 새도 한 번 가니 다시는 안 오네. 내년에 다시 올까? 잘 되어 떠났으니 미련 갖지 말아야지. 

그리고 마지막 1주일은 먹이 뺏기 싸움, 날갯짓, 끼룩끼룩 메탈그룹이 소리치듯 시끄럽게 떠든 것, 지 에미완 달리 우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빤히 쳐다봐준 것 등 아기들이 돌전에 80%의 효도를 하듯 떠나기 전 1주일 동안 녀석들은 지네들이 할 수 있는 재주를 우리에게 다 보여주어서 고마웠다.

하여간, 우리가족은 날개 달린 짐승과 생각지도 못한 만남을 가졌고 또 이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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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뭐가?

지금 소위 예술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보트> <어떤 개인날> <로니를 찾아서> <반두비>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곳>등이 말이다. <히말라야...>는 이미 보았고 <어떤 개인날>은 내가 사는 지역에선 상영소식이 없어 언감생심이고 나머지는 볼 계획이다.

어떤 이는 '독립영화'라는 말만들어도 속이 답답할수도 있을 것이다.
독립영화? 영화는 좋은지 몰라도 왠지 어렵고 편안마음으로 볼수 없는 것 아니야, 생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인데 독립영화라는 말을 '좋은 영화' 란 말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정말이지 요즘 독립영화들의 경우 가끔 어렵고 그런 영화도 있겠지만 올해 내가본 소위 독립영화들은
죄다 감동의 도가니였다.

<똥파리>

열심히 욕이나 하고 부수기나 하겠지 했는데, 아니어라. 난 이영화보며 감동받아서
영화내내 얼마나 눈시울을 적셨는지 모른다. 거기 나온 사람들은 다 연기가 아니여. 그렇게 살고 있을
수많은 현재의 비루한 삶들을 그대로 보여 줬을 뿐이여.

<똥파리>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공무원들 모두 단체 관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속 악다구니가 20년 전이라면 몰라도 작금의 현실일수도 있다는게
너무 징했다. 공무원들은 이 영화보고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공무원들 뿐이랴, 일반 시민들도
우리시대 양극화에 대해서 반성좀해야 된다고 본다.

하여간, 이 영화 보고... 양익준 감독에게 반했다. 이런 생양아치가 그렇게 멋있을수가 있다니.
그렇게 진정이 절절하게 다가올수 있다니. 양익준 만만세다.
(이창동 감독은 양익준 감독 때문에 긴장해얄지도...ㅋㅋ)
없는 돈으로 찍었어도 대사 한마디 한마디 폐부를 찌르고, 출연자 모두 훌륭해....

(영화속 아닌 인터뷰 속의 양익준을 보니 양아치적인 모습이 전혀 없었다.
헐~ 게다가 순수함마저 느껴졌다.
순수하면서도 독기있게 자신만의 영화를 고집할수 있는 '패기'가 있었다. 음~ 시방 우리사회엔
이런 늠자들이 너무도 필요햐아....^^)

<똥파리> 간판내리고 이런 얘기하니 저으기 미안시럽다. 그래도 12만 관객동원, 제작비의 다섯배를
벌었다니 축하축하~~. 워낭소리 처럼 개봉관도 많지 않았는데 그만한 관객을 모았다니 정말 대단해...

난 <똥파리>도 관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워낭소리>처럼 복합상영관들에서 줄줄이 추가 개봉해 줄줄
알았는데 안해서 의아했다. 실망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마찬가지.

<잘알지도 못하면서>

이 영화야 말로 이번엔 정말 영화속 감독말대로 200만은 충분히 들줄 알았다.
아마, 개봉관 수만 많았으면 그리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잘알지...>를 돌려주지 않은 복합상영관에 역시
기분 상함. 홍상수 영화 중 다른 작품들은 보는이에 따라서 다소 지루한 것도 있으나 이번 작품은
진짜 시중 폭소와 통쾌함을 주었다. 의미있는 대사들도 많았다.

이해못할 장면 하나도 없었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 아짐들이라면 특히 더 이해할 영화였다.
또, 영화속 조연들이 다 탁월하여서 어떻게 보면 하나의 영화인 동시에 유준상, 고현정, 하정우, 공형진,
엄지원각자의 독립영화이기도 했다. 어느하나 부족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 각각의 인물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김태우도 이번엔 정말 짱이었다.
아무튼, <잘알지도...>가 홍상수 감독에게 흥행을 안주어 내가 송구스럽다.

흥행이 다는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영화를 만들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뭐 그래도 홍상수는
또 영화를 찍을 것이다. 세상을 향해 너그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가면서.... 나는 그가 200만 넘게
동원할때까지 매년 영화를 찍기 바라고 찍을 때 마다 봐줄 것이다. 사실 영화속 주인공,
특히 남자 주인공들을
너무 부시시하게 표현해 주어서 좀 지겨웠는데 이번에 그마음 고쳐 먹었다.
계속 부시시해도 받아주겠써어...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이 영화는 최민식씨가 4년만엔가 얼굴내민것이라 해서 기대하고 봤다. 음, 역시나!
사실 영화는 별 내용이 없다. 그럼에도 보고 나니 며칠이 지나도 자꾸 떠올랐다. 지금도 떠오른다.
잊을수가 엄써...
히말라야의 산, 강, 눈, 구리빛 얼굴들, 초록이라곤 한점도 보이지 않던 회색 풍경, 먼지, 바람...
별 전개 없는 영화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냥 나를 주인공 마음속에 들여보내 그대로 행동한다
생각하고 보면 짠하기도 하고 따숩기도 하고 그렇다. 내려가기전에 강추~~~


<3FTM>

숫자와 영어 사이에 곱하기를 넣어야 하는데 곱하기표시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서 그냥 씀....
아무튼, 이 영화 새로운 세계였다.
이런 고민을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여자로 태어났는데 마음은 자신을 완전 남자로 인식하고 있다니...
여자인게 너무 싫여,
가슴도 싫여,
생리는 더 싫여,,,,

그렇게 몸과 마음이 따로노는 삶을 살다가 성년이 지난후 용기를 내어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외모를 완전 남자로 바꾸고
유방의 볼록함에도 바람을 빼고 아래에는 가짜 거시기를 차고 남자가 되어 살아가는.....

그러나, 호적상은 여전히 여자라  취직해도 불이익등 고충이 이만저만...  그렇게 지옥아닌
지옥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ㅠㅠ 

.....

결론은,

영화 내려가기 전에  지금 상영되고 있는 좋은 영화들, 복합상영관에서 상영되지
않는 좋은영화들 놓치지 말자 머이런..^^

복합상영관.
처음엔 생겨서 좋다했더니 점점 볼영화 하나도 음써... 기가차.. 그들은 안 부끄러운지.
안 부끄러워요?
영화를 내다 거는 사람들이 영화보는 눈이 그렇게 낮아서 우쩐대요?
우선은 덕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ㅉㅉ.. 안 봐도 비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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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3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사월, 결혼을 앞둔 조카의 신혼 가전을 함께 사러 갔을 때의 일이다. 매장 점장은 신혼부부가 쓸 것을 산다고 하니 당연하다는 듯 드럼세탁기+ 양문형냉장고+벽걸이나 탁자형TV는 기본이라는 듯이 말하였다.

 

"드럼 세탁기 말고 그냥 통돌이 세탁기를 원하는데요."

"요즘 신혼살림에 누가 구식 세탁기 산답니까?"

"평소 주부로서 판단해 보건데 세탁기는 역시 드럼보다는 일반 세탁기다 낫던데요."

"그래도 신혼부부 세탁기는 다들 드럼으로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점장의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니었다. 요즘 신혼부부라면 형편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면 다들 드럼세탁기를 살 것이었다. 그것이 유행이고, 유행에 뒤처지면 혼자만 외톨이 되는 듯 선전하니까. 그러나 실속을 따지자면 드럼보다 그냥 일반 세탁기가 가격도 반에다 용량도 크고 모터도 튼튼하기에 천덕꾸러기 삼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데...

 

드럼 안 써 보고 이런 얘기하니 어폐가 있지만 드럼 쓰는 사람들 얘기 들어 보면 다섯 중 다섯 다 일반 세탁기가 낫다고 하였다. 나로 말하자면 12년째 혼수로 사온 일반세탁기를 쓰는데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아 세상에 이보다 더 성실한 일꾼이 어디 있나 싶다. 아무튼, 세탁기의 경우 나의 의견에 조카가 100% 공감했기에 점장이 뭐라고 하든 일반세탁기로 결정을 봤다.

 

다음은 냉장고. 냉장고의 경우도 양문형은 인물만 좋지 칸막이가 너무 많아 갑갑하고 때로는 냄비째로 넣을 일도 있는데 그럴 수 없어 불편하다며 열에 7, 8명은 별로라고 하였다. 그러나, 요즘 추세가 다들 양문형이다 보니 제멋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는 거부하기 힘들 터.

 

내 마음 같아서는 일반형만 해도 차고 넘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소심한 조카는 본인보다 신랑 쪽이 혹 부끄러워지면 어쩌나 걱정하며 양문형으로 해야겠다고 하였다. 그 말도 나름 일리가 있었다. 다행히 냉장고의 경우는 마침 무늬는 양문형인데 가격은 일반형보다 조금 더 비싼 기획 상품이 나와 있어서 그 기획 상품 양문형으로 하였다.

 

하여, 이제 남은 것은 TV인데. 대리점 점장은 냉장고와 세탁기의 경우는 우리 마음대로 했지만 TV의 경우는 확실히 자신의 추천을 거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지 당연한 듯 탁자형과 벽걸이형을 소개하였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보통 요런 29인치를 많이 해요."

 

인즉슨, 맞는 말이었다. 사실이 그러하니까. 그러나, 남의 결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이유 십 원 어치도 없었지만 조카가 최대한 실속을 차리길 바라는 의미에서 한마디 얹었다.

 

"몇 년 전 일 년에 300편 이상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TV보다 그것을 통해 볼 내용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니? 친구나 지인들 집에서 벽걸이 TV 많이 봤다만 DVD 있는 집은 없더라. TV는 벽걸이나 탁자형 말고 뒤가 좀 나온 구식으로 사고 차라리 남는 돈으로 디브이디를 한 50장이나 100장 사는 게 어떻겠니? "

 

일반 TV 역시 인치는 같아도 가격은 벽걸이의 반값이었다. 물론 디지털 TV라 몇 년 후 디지털 전송이 본격화되어도 수상기를 교체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충분히 공감하지만 역시 신랑에게 미안해서 갈등 생긴다. 남자들은 전자제품에 예민하다던데..."

 

"네 마음 편한대로 해. 그러나, 나라면  DVD 50장이나 100장 사는 선택하겠어. 요즘 DVD 좀 싸니? 큰돈 풀릴 때 명작들 한꺼번에 확 사버리는 거야. 푸훗~"

 

갈등하는 조카의 얼굴과 뭐 이런 구닥다리 아줌마가 따라 붙어 싸구려만 골라서 권하냐는 점장의 눈빛을 보며 나는 나대로 측은하여 한마디 넣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결혼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인데 우린 마음보다 자꾸 물질로 그 마음을 대체하려는 것 같아요. 좋은 냉장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정성으로 해줄 수 있는 손길이고, 비싼 세탁기에 빨건 보통세탁기에 빨건 매일 매일 보송보송한 옷을 입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화질 좋은 TV도 물론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좋은 프로를 알아볼 줄 알고 좋은 영화나 다큐를 감상 할 수 있는 감성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요.  액정 화면에 비하면 질이 좀 떨어지겠지만 요즘 나오는 일반형 TV도 몇 년 전 TV에 비하면 나름 깨끗한 화질 아닌가요.

 

돈이 많아서 흥청망청 써도 된다면 소비의 미덕을 발휘해 볼 만도 하겠지만 빠듯하게 알뜰하게 혼수를 해야 한다면 굳이 뱁새가 황새 흉내 낼 필요가 뭐가 있어요. 마음만 맞으면 13평에 살아도 행복하고 마음이 안 맞으면 63평에 살아도 허전하고..."

 

아줌마의 주절거림은 이후로도 몇 가락 더 넘어갔는데 다 듣고 난 점장 왈.

 

"저 실은, 결혼 1년 되었고 한 달 후가 집사람 산달인데,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왜요, 힘들어요?"

"어떻게 아세요? 네, 무척 힘들어요."

"얼굴에 다 써져 있네요."

 

그렇게 해서 본의 아니게 신혼부부 상담을 하게 되었다. 물론 결혼 12년차이니 만큼 적절한(?) 처방을 내려주었고 점장은 특별히 감사의 뜻으로 세제 세트를 나에게 선물로 준다고 하였는데, 아뿔싸, 대리점을 나오면서 둘 다 까먹어 버렸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TV는 무엇으로? 흔쾌한 신부의 동의하에 액정TV 아닌 일반 디지털 TV를 샀다. 이 때문에 결론적으로 고급 김치 냉장고 한 대 값으로 냉장고+TV+세탁기+밥솥+카세트+DVD기기+전자레인지+드라이어+청소기 등 소소한 가전제품 총 망라해 살 수 있었다.

 

그 소박한 선택은 현재 어떤 결과를 내고 있을까. 며칠 전 결혼 만 두 달을 채워가는 조카의 집을 방문하여 가전제품에 대한 소회를 물으니,

 

♣세탁기: 아무래도 난 익숙한 구식이 맞나봐. 아주 만족스러워.

 

♣양문형 냉장고: 그땐 양문형 안 사면 두고두고 후회하고 창피할 줄 알았는데, 냉장고 문 한번 열어봐라. 넣어둘게 없어 텅텅 비었다. 일반형 중 제일 큰 것도 말고 한 500리터짜리 샀어도 충분 했을텐데... 냉장고만 크면 뭐해. 요리를 못하니 다 말짱 꽝이야.(웃음)

 

♣TV: DVD 쟁여두고 심심할 때마다 본다. 저번 집들이 할 때 어떤 손님이 이 집은 홈 시어터 아니네 어쩌네 해서 기분이 좀 그랬는데 홧김에 DVD 50장 더 사서 100장 채울까봐.(웃음)

 

마무리...

 

신혼 가전 소박하고 평범하게 하자. 결혼 해서 살다보면 고급이고 저급이고 다 거기서 거기다. 좋은 것 사고 싶으면 애들 중고등 학교 들어갈 때 고급으로 해도 늦지 않을 터. 중고등 들어가도 고급이 뭔 필요 있나. 뭐, 돈 있으면 내 알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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